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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러브 시상식 말말말] 니퍼트 생각에 울컥한 양의지, 이영하의 '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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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러브 시상식 말말말] 니퍼트 생각에 울컥한 양의지, 이영하의 '헬로'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2.1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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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항상 니퍼트 선수를 응원하고 제 마음 속에 1선발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올 시즌 맹활약으로 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양의지(31·두산 베어스)는 수상대에서 옛 동료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7시즌이나 두산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장수 외국인 선수로 거듭난 더스틴 니퍼트(37)가 팀을 떠난 것도 모자라 올 시즌을 끝으로 한국 무대와 작별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8 신한카드 마이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다 득표를 받으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10일 2018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황금장갑을 차지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였다. 양의지는 349표 중 331표를 획득, 전체 94.8%의 지지를 얻어 통산 4번째 황금장갑을 꼈다.

무대에 오른 양의지의 반응은 남달랐다. “대단히 감사드린다. (조쉬) 린드블럼과 함께 받아 너무 기분이 좋다. 올 한 해 동안 저 때문에 고생한 부모님과 가족들, 김태형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께도 정말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평범한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이후에 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양의지는 “아침에 니퍼트 선수 영상을 봤는데 너무 눈물이 났다”며 “저도 니퍼트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해주고 싶고 이 방송을 볼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하며 말문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감정을 추스른 양의지는 “항상 니퍼트 선수를 응원하고 제 마음 속에는 1선발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애정을 표했다.

둘은 언어는 다르지만 니퍼트가 두산에서 머무른 7시즌 동안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둘의 활약 속에 두산은 2001년 이후 끊겼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2차례나 달성했다. 니퍼트는 양의지가 사인을 내는대로 던지고 승리 후엔 항상 그에게 공을 돌리며 전폭적 신뢰를 보였었다.

 

▲ 더스틴 니퍼트(왼쪽)과 양의지는 7년간 함께 배터리를 이뤄 환상의 호흡을 보였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지난 시즌 이후 두산은 니퍼트를 붙잡지 않았고 그가 KT 위즈로 이적하며 양의지와도 이별하게 됐다. 올 시즌 8승 8패 평균자책점 4.25로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고 팀은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았다.

니퍼트는 이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양의지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수차례 눈물을 보였다. 니퍼트는 현재 새 팀을 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그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팀이 없다. 이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일까. 웬만해선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타석에서도 무심타법으로 나서는 양의지가 이토록 크게 감정의 변화를 보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러나 니퍼트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시상식에선 또 다른 유쾌한 장면도 있었다. 승부조작 제안을 받고도 용기를 내 거절한 뒤 신고까지 한 두산 이영하는 자신의 연봉 4000만 원보다 많은 5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이날 클린베이스볼상도 수상했다. 

 

▲ 두산 이영하는 조쉬 린드블럼을 대신해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재치 있는 말솜씨로 소감을 대신전했다.

 

투수 골든글러브상의 주인공이 린드블럼으로 밝혀졌을 때 이영하는 그를 대신해 이날 2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린드블럼에게 전해들은 소감을 말하겠다고 밝힌 이영하는 “이 상을 받기까지 많이 도와준 팀 동료에 고맙고”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사회를 맡은 염용석 아나운서가 “한국말로 한 건 아니죠?”라고 짓궂게 묻자 이영하는 “헬로”라고 말하며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다시 우리말로 “팬 여러분이 있기에 야구장 나올 때 항상 즐거웠다. 우승 꿈은 못 이뤘지만 우리 팀이 함께 보낸 1년이 의미 없는 건 아니다. 내년에도 같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달했다.

육군훈련소에서 기초 군사 훈련을 받고 있는 이정후를 대신해 무대에 오른 강병식 넥센 코치는 “선수 때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받는다”며 재치 있게 말하더니 “이정후가 한국프로야구선수라는 걸 생각하면 감사하다. 보면 볼수록 놀랍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훈련소에 있지만 이 상을 잘 전달하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응원보내달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결승홈런을 날린 뒤 격한 세리머니를 펼쳐 골든포토상을 수상한 SK 와이번스 한동민은 “정말 감사하다. 맨날 (최)정이 형이 골든글러브 시상식 다녀온 걸 보고는 ‘왜 이리 인터뷰를 못하냐’고 했는데 막상 와보니 다리가 너무 떨리고 긴장된다”며 “표정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생동감이 넘쳐 대표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엔 포토가 아닌 실력으로 무대 올라 상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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