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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하던 원톱 올라서니 '손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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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하던 원톱 올라서니 '손타스틱!'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1.22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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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무거운 몸놀림에도 원톱 이동, 연장 결정적 순간 득점포 펑펑...A매치 '10전11기' 골포 가동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큰 기대를 걸었던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이 한국의 3회 연속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문을 활짝 열었다.

이와 함께 그의 A매치 골 침묵도 '10전11기'로 깨뜨렸다. 어려운 경기였지만 역시 에이스는 힘든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손흥민은 22일 호주 멜버른 렉텡귤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 선발로 나와 연장 전·후반까지 12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멀티골을 넣어 2-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6월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와 조별리그 두번째 경기에서 터뜨린 골 이후 7개월만에 나온 귀중한 득점포다. 손흥민은 이 골 이후 무려 10경기 동안 A매치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소속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는 올시즌 11골을 폭발하며 훨훨 날았지만 정작 A매치에서 침묵했던 뜻모를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손흥민의 A매치 득점포 재가동과 함께 한국 축구대표팀 역시 55년만에 아시안컵 정상 도전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더구나 3경기 연속 1-0 승리에서 벗어나 모처럼 골가뭄을 해결하며 녹다운 토너먼트를 시작했다.

◆ 무거운 몸놀림에도 '한방', 클래스 입증 

이동국(36·전북 현대), 김신욱(27·울산 현대) 등 원톱 자원의 연이은 부상으로 창이 무뎌진 한국은 지난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고작 3골을 뽑아내는데 그쳤다. ‘믿을 구석은 손흥민밖에 없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최상이 아니었다. 감기몸살로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전을 건너뛰었던 그는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닌 듯 볼 컨트롤이 세밀하지 못했다. 게다가 우즈베키스탄 수비진이 에이스 손흥민을 가만 놔둘리 없었다. 그는 밀착 마크에 고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급 공격수가 아시아 무대에서 막힐 수는 없었다. 자신보다는 동료를 활용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전반 20분 단독 돌파 후 이정협(24·상주 상무)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렀고 5분 후에는 이근호(30·엘 자이시)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26분에는 혼전 상황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골대 먼 쪽을 향해 감아차기 슛을 날렸다.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하는 듯 했지만 상대의 견제는 여전했다. 손흥민의 슛 타이밍은 한박자씩 느렸다. 한국은 오히려 우즈베키스탄에 역습을 허용하며 리드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무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연장전으로 돌렸다.

연장 전반에도 답답했던 흐름은 계속됐다. 종료 직전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동갑내기 김진수가 올린 왼발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의 다리를 스치며 굴절됐고 이를 머리로 받아 방향을 살짝 틀어 골라인을 넘기는 선제골을 작렬했다. 104분간의 0의 행진을 깨는 천금 결승골이었다.

◆ 원톱 부담스럽다던 손흥민, 멀티골 완성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손흥민을 원톱으로 쓸 수도 있다”고 공언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원톱은 내 자리가 아니다. 나는 날개 공격수가 더 잘 어울린다”고 부담감을 나타냈다.

연장 후반 11분, 슈틸리케 감독은 1-0 리드를 지키기 위해 이정협이 빠진 이후 원톱으로 올라섰던 이근호를 빼고 수비수인 장현수(24·광저우 푸리)를 투입했다. 손흥민이 스트라이커로 올라섰고 기성용(26·스완지 시티)과 장현수가 측면으로 이동해 우즈벡의 날개 공격을 봉쇄했다.

원톱 자리는 내 옷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던 손흥민은 막상 최전방으로 올라서니 골을 터뜨리며 진가를 입증했다. 연장 후반 14분 차두리(35·FC 서울)가 70m 단독 드리블에 이어 땅볼 패스를 연결해주자 침착하게 공을 컨트롤하더니 왼발 강슛으로 통렬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발동이 늦게 걸린 감은 있지만 손흥민은 멀티골로 득점왕 경쟁에도 뛰어들게 됐다. 4강행을 결정지은 한국은 최소 2경기를 더 치를 수 있다. 뒤집기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득점 선두 함자 알 다라드레(요르단·4골)와 3골로 공동 2위에 있는 순커(중국)는 집으로 돌아갔다. 중국전에서 2골을 넣은 팀 케이힐(호주), 혼다 게이스케(일본), 알리 마브쿠트(UAE) 등 3골을 넣은 선수들이 이제 득점왕 경쟁을 벌인다.

한국은 시드니로 이동해 오는 26일 이란-이라크전 승자와 4강전을 치른다. 4년 전 카타르 아시안컵과 브라질 월드컵에서 탈락한 후 서러움이 복받쳐 펑펑 울던 손흥민은 이번만큼은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분데스리가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시즌 "손타스틱!"이라는 탄성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던 손흥민의 골사냥이 호주에서 다시 재현됐다. 한국 축구팬들의 시선이 뜨겁게 ‘손세이셔널’을 향하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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