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0:36 (금)
사색과 고독의 흔적, 소박한 정물화 세계 '조르조 모란디 전'
상태바
사색과 고독의 흔적, 소박한 정물화 세계 '조르조 모란디 전'
  • 박미례 객원기자
  • 승인 2015.01.23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박미례 객원기자]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것은 없다. 물론 물질은 존재하나 자체의 고유한 의미는 없다. 우리는 오직 ‘컵은 컵’이며 ‘나무는 나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조르조 모란디(1890~1964년)

▲ 조르조 모란디

이리도 화려하고 시끄럽고 스펙터클한 세상, 서울의 겨울 덕수궁에서 모란디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모란디는 20세기 어느 화파에도 속하지 않았으나 이탈리아의 국민화가로서 사랑받았다. 고집스레 독신으로 살아온 그는 이탈리아 볼로냐 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평생을 소박한 서너 평의 작업실 겸 침실에서 보냈다.

지루할 정도로 그의 그림 소재는 한정적이다. 가장 흔한 사물들, 병 그릇 주전자 등 방 한켠에서 일상의 정물들을 그리고 또 그렸다. 정물화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생명 없는 물건을 그린 그림이다. 그러나 그의 정물들은 공간과 사물이 서로 만나고 관계를 맺고 있다. 순간적인 변화가 아니라 가장 순수한 형태의 단순미의 세계가 있다.

주춤주춤한 붓의 망설임.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간의 구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색의 세계. 모두 같으면서도 다른 것들이 나즈막하게 속삭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는 대부분 작은 화폭에 그림을 그렸다.

▲ 조르조 모란디의 스튜디오
▲ 정물, 1951, 캔버스에 유채

모란디가 그려 낸 정물들은 생을 바쳐 걸어온 수행자의 여정처럼 느껴진다. 한 치의 군더더기도 덜어내고자 했던 사색과 고독의 흔적이 보여지는 것이다. 생전에 이미 명성을 떨친 그였으나 화려한 미술작가의 삶이 아닌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누렸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지인에게 헐값으로 주었던 그림이 많기에 아직도 그의 작품들은 개인 소장품들이며 오히려 미술관에서 만나기가 힘들다.

전시는 2015년 2월 25일까지 덕수궁 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작가는 이미 떠났어도 그의 작품은 영원성을 지니고 여기에 있다.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건 그의 삶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redfootball@naver.com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