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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야구광' 정유정, 사이코패스 주인공 소설 '종의 기원' 내년 출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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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야구광' 정유정, 사이코패스 주인공 소설 '종의 기원' 내년 출간②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24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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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 '내 심장을 쏴라’는 이 시대 청춘에게 필요한 작품으로 보인다. 청춘을 바라보는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 난 청춘세대가 인생의 전사를 찾았으면 한다. 전사는 내 안에 있다.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내 심장을 쏴라’는 그에 대해 말하는 소설이다.

- 현재의 3포세대인 청춘을 향해 기성세대나 권력층이 사회구조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버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 않나?

 

▲ 그저 “열심히 살아라”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어느 시대이든 청춘은 불안정했고 두려웠다. 지금 청춘은 3포세대이지만 난 열 다섯 살 때 광주 한 복판에서 5.18민주항쟁을 겪었다. 그 윗 세대는 한국전쟁을 경험했다. 어느 세대든 막론하고 고난은 존재했다. 결국은 자신의 존재가 중요하다. 자유의지다. 인간은 제 한 몸 지키는데 전전긍긍하는 존재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어 자신의 욕망이 뭔지를 알고, 그것을 향해 모든 걸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세상에 내가 없으면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대체 살아있다는 게 뭐냐? 돈 있고, 잘 먹고 그러면 되는 거냐. 아니지 않나. 삶에 대한 태도와 방식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서 메시지 전달이 잘 돼 박수를 쳤다.

-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은 캐스팅 단계이고, ‘28’은 영화 판권계약을 마친 걸로 들었다. 영화계 인사들은 당신의 소설을 두고 소재, 플롯, 캐릭터가 영화화하기 딱 좋은 텍스트라고 열광한다.

▲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집필하진 않는다. 그런 능력이 없다. 소설 하나만 쓰기도 벅차다. 또 각색에 들어가면 소설의 원형을 유지하기가 힘들지 않나. 염두에 두진 않지만 물질적, 정신적으로 큰 보너스가 되는 건 맞다. 가장 큰 기쁨은 내가 만든 세계가 이 세상에 활자가 아닌 영상이라는 매개체로 구현됨으로써 얻게 되는 감동이다.

- 정 작가의 소설에 구현되는 생생한 리얼리티는 방대하면서도 꼼꼼한 취재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어떤 방식으로 집필 작업이 이뤄지나.

 

▲ 일단 소재가 정해지면 닥치는 대로 책을 주문한다. 6개월 정도 독파하고 공부한다. ‘7년의 밤’에선 스쿠버다이빙, 야구 등을, ‘28’에선 바이러스, 방역, 유기견 보호소, 법의학 등등을 공부하는 식이다. 3개월에 걸쳐 초고를 쓰고 나면 세부적으로 만날 사람들이 드러난다.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다 찾아 다닌다. 아무리 전문분야라도 알아듣기는 하니까 열심히 취재한 뒤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간다. ‘내 심장을 쏴라’ 때는 국감자료와 전국 정신병원 통계를 섭렵한 뒤 폐쇄병동에서 환자들이 어떻게 살고 치료받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문을 안 열어줘서 탈고 6개월 전까지 접근하질 못했다. 다행히 선배의 주선으로 전남 광주 근처 병원에 가서 1주일 동안 있는 걸 허락받았다.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흡연실, 사이코드라마 등을 모두 함께했다. 많은 조연들이 거기서 탄생했다. 1주일 뒤 헤어질 땐 정이 많이 들어 가슴이 아팠다.

- 세령호 재앙 속에서 우발적으로 소녀를 살해한 뒤 죄책감에 미쳐가는 남자와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지독한 복수를 감행하는 남자의 이야기인 ‘7년의 밤’, 가상 도시 화양에서 일어난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대재앙을 다룬 ‘28’ 등은 어둡고 잔혹한 리얼리티로 숨통을 조여온다. 정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색깔로 보인다.

▲ 내 소설의 테마는 인간에 대한 본성과 어두운 부분이다. 소재는 대부분 내 주변에서 온다. ‘7년의 밤’은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28’은 구제역 파동에서 영감을 얻었다. 내가 이야기할 게 있는데 그럴 때 꽃히는 아이템이 나타난다. 가슴이 팔딱팔딱 뛰게 하는. 사람들이 좋아하겠다 싶어서 쓰는 작품은 중간에 포기하게 되더라. 너무 힘들어서. “이건 내 이야기야!” “내가 해야만 해!”하는, 욕망을 끓게 만드는 소재를 만나온 건 행운이었다.

 

- 차기작이 궁금하다. 이번엔 어떤 소재가 당신의 욕망을 부글부글 들끓게 만들고 있나?

▲ 보통 책 한 권을 쓰는데 2년이 걸린다. 현재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1인칭 소설 ‘종의 기원’(가제) 초고 마무리 단계다. 신인 작가 시절부터 사이코패스에 관심이 많았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시각이기에 인간을 도구처럼 다루나, 살해할 때 양심의 가책이나 갈등은 없을까, 과연 사람의 감정은 있는 걸까, 살인의 쾌감을 왜 느낄까, 평소 궁금했다. 진화심리학, 사회심리학, 정신분석학 서적을 독파하고 초고를 쓰고 있는데 2월부터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간다.

-유영철, 오원춘, 정남규, 김상훈 등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엽기적인 행각으로 전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하정우 주연의 영화 ‘추격자’도 있지만 사이코패스의 복잡다단한 내면 심리에 천착한 경우는 드물어서 흥미롭다.

▲ 학자와 전문가들은 이들을 프레데터(포식자)라고 명칭을 한다. 포식자 계층 2.5%가 꾸준히 유지된다고 말한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내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라 심리 스릴러에 가까울 것 같다. 내년 초에 발간될 예정인데 독자들은 욕할 듯하다.

- 왜 그런 예상을 하나?

▲ 인간의 악이라는 진실과 마주하는 것에 보통은 불편해 한다. 선악은 절대선, 절대악이 아닌 스펙트럼과 농도의 문제라고 본다. 타고난 부분이 50%, 환경에 의한 게 50%라 균형추가 왔다갔다 하는 거라고 여긴다. 유영철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주제가 '콩퀘스트 오브 파라다이스(천국의 정복)’를 들으며 비장한 마음으로 (살인하러) 나갔다고 한다.

▲ '내 심장을 쏴라' 촬영 현장에서 이민기, 여진구, 정유정 작가(왼쪽부터)

- '7년의 밤’에 나오는 문장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이라는 표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야구를 좋아하나?

▲ 고교시절부터 야구광이었다. 이승엽 선수를 제일 좋아했다. 2006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트 선수로 30번 등번호를 달고 뛸 때가 정점이었다. 아침에 TV를 틀면 메이저리그를 시청한 뒤(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팬이다)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면 이승엽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경기를 시청한다. 그리고 나면 오후 9시다. 스포츠뉴스로 국내 경기 결과를 보고나면 하루가 다 가서 소설 쓸 시간이 없었다. 야구중독이 마약중독과 비슷하더라. 그래서 집에서 TV를 없앴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나를 보니 컴퓨터에 아프리카TV 창을 띄어놓은 채 야구경기를 보다 이승엽 선수를 욕하는 네티즌과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더라. 후후. 이젠 다 끊었다.

- 영화도 보지 않는 편인가?

▲ 예전엔 많이 봤는데 작가가 되고 난 뒤부터 가급적 보질 않는다. 인상적인 장면을 보면 내 상상력을 가둬버리게 된다. 근사한 장면이 머리를 지배해서 무의식적으로나마 표절해버릴 것 같아 그런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기피한다. 반면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작가들도 있다.

[취재후기] 전남 함평 출생인 정유정 작가는 대학 졸업 후 간호사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으로 근무했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예술의 성채에 갇힌 창백한 작가가 아니라 야구와 폭풍 수다에 ‘신공’을 발휘하는 일상 속 문학가로 바투 다가온다. 작품의 무게감과는 다르게 그리고 나이답지 않게(?) 이 분, 귀엽고 발랄하다.

[인터뷰]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작가 "문학·대중성 접점 잘 잡아"① 도 함께 보세요.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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