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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Da:Q] M.T.A.T 중심 탐쓴(Tomsson), ‘픽션 트릴로지’로 대한민국 노린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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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Da:Q] M.T.A.T 중심 탐쓴(Tomsson), ‘픽션 트릴로지’로 대한민국 노린다(上)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8.12.2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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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국내 합합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보는 장기 프로젝트로 ‘힙합Da:Q’ 연재를 시작합니다. 90년대 후반부터 가요계 변방에 자리 잡았던 힙합은 최근 다수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계기로 가요계의 주류 음악으로 올라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힙합다큐의 여섯 번째 뮤지션으로는 인디 힙합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M.T.A.T의 중심, 탐쓴(Tomsson, 본명 박정빈)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보니까 자꾸 누구에게 배우려고 하더라고요. 주변에 조금만 랩하는 사람 있으면 가서 배우려고. 그게 배워서 될 거였으면 이미 학교가 있겠죠. 하지만 없어요. 굳이 누구에게 배우려고 하지 말고 자기 혼자서 심취해서 하다보면 좋아지는 때가 있어요. 그때가 오면 다 잘될 겁니다."

힙합 뮤지션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건네라는 유희열의 요청에 빈지노가 방송에서 뱉은 말이다. 2014년 8월 22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무심한듯 던진 이 한마디가 만 21세 군인 박정빈의 가슴을 때렸다. 

"주말이었어요. 경계 근무 나가려고 총을 찼는데, 화면에 빈지노가 보이더라고요. 그때 끝인사 직전이었는데, 랩을 그냥 하라는 거에요. 갑자기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성의 없는 말투였는데, 그게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사진 = 탐쓴 제공]

 

탐쓴은 2015년 EP 앨범 '블론드(BLOND)'를 발매하고 정식으로 데뷔하게 된 건 화면 속 래퍼 빈지노의 영향이 컸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6월 사운드 클라우드에 무료 공개한 싱글 '와그너 모라'의 말미엔 유희열과 빈지노가 방송에서 나눴던 대화가 그대로 담겨 있다. 3분 30초 분량의 곡에서 무려 40초를 할애했다. 정규 2집 발매를 앞두고 있는 지금도 당시 느꼈던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의지를 담기 위해서다.

브라질 배우 와그너 모라(Wagner Manicoba de Moura)의 팬인 탐쓴은 동명의 싱글에서 그가 출연한 두 작품을 녹여냈다.

넷플릭스로 공개된 '나르코스' 속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milio Escobar Gaviria)의 입장은 1절 가사로 풀었고, 영화 '엘리트 스쿼드' 1편과 2편에서 와그너 모라가 연기했던 나시멘투(Nascimento)의 모습은 2절에 투영했다. 3절에선 자신이 래퍼로서 정식 데뷔하기 위해 EP를 준비하며 겪었던 심정을 노랫말에 실었다.

탐쓴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이 노랫말을 알리기 위해 직접 사운드 클라우드에 가사를 적어 공개했다. 멈블랩(Mumble Rap)이 유행하고 의미없는 가사가 벌스(verse)를 채우는 시대에 흔지 않은 경우다. 영화, 드라마, 책을 통해 끊임 없이 영감을 얻고 래퍼보단 작가가 되고 싶다고 외치는 만 25세 청년의 음악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사진 = 탐쓴 제공]

 

◆ 작가주의 담을 정규 앨범 트롤로지 '픽션' 시리즈

지난해 5월, 탐쓴은 자신의 철학이 담긴 첫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펄프 픽션(PULP FICTION)'이란 앨범 타이틀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제목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갱지 위에 그려진 미완결 2류 소설'이란 사전적 의미가 자신의 앨범 성격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이렇게 지었다. 일부러 의도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존경하는 영화감독의 작품과 닮고 싶은 속내가 묻어났다. 탐쓴은 타란티노에 대해 "영화학에서 하지 말라는 공식만 그대로 따라 성공한 위대한 작가"라며 존경심을 한껏 드러냈다.

'마이 발라드 파트2'(MY BALLAD PT.2)로 시작되는 이 앨범에는 무려 열 일곱 트랙이 담겼다. 1개의 인터루드(interlude), 그리고 3개의 스킷(skit)을 제외해도 13트랙이나 된다. 타이틀곡은 자신과 동갑내기인 축구선수 '포그바(Pogba)'로 정했다. 유벤투스 FC의 팬인 그는 포그바의 축구 인생에 주목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에서 팔려갔다가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고 되돌아온 포그바처럼 자신도 꼭 성공할 것이란 의미를 담았다. 타이틀곡이지만 유벤투스 시절 등번호인 6번을 살려 여섯 번째 트랙에 실었다.

이밖에도 그의 첫 정규 앨범에는 귀를 사로잡는 트랙이 적지 않다.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의 작품 '메멘토 (MEMENTO)'에서 영감을 받은 동명의 노래나, 일과 꿈 두 가지를 모두 잡겠단 의미를 담은 '바이트 트와이스(BITE TWICE)' 그리고 화나가 피처링에 나선 '럼 바이브(RUM VIBE)'까지 인상적인 작품의 연속이다.

소속사도 없이 발매한 정규 앨범이다. 사실상 금전적인 부분을 모두 책임졌다는 걸 의미하는 실행 제작자(Executive Producer)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누구의 도움도 없었던 건 아니다. 전곡의 작사 작곡에 프로듀싱까지 맡은 캐시노트(CASH NOTE)와 인연이 앨범의 시작점이었다. 

"캐시노트 형은 '마이 발라드 파트1'을 함께 작업하면서 처음 만났어요. 형이 저랑 작업하면서 제 랩에 매력을 느꼈죠. 그걸 계기로 캐시노트 형이 저한테 '우리 이제 예술하자'고 하더라고요. 캐시노트 형은 제게 '닥터드레 사단' 과 같은 존재에요.에미넴과 닥터드레의 관계. 제가 그 조합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탐쓴은 무대에 오르면 항상 캐시노트에게 샷아웃(shout out)을 치고 랩을 시작한다. 그만큼 고맙고 존경하는 동료다. 

"정말 잘 맞아요. 추상적 생각이 구체화되려면 프로듀서가 필요했는데 '마이 발 라드 파트 1'이 그 첫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사운드를 잘 이해하는 동료죠. 인간 대 인간으로서도 잘 맞고 편해요."

캐시노트와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탐쓴이 원하는 느낌의 음악을 허밍으로 녹음해 들려주면 캐시노트는 '알았다'면서 바로 음악을 만들어냈다. 탐쓴이 노랫말을 넘겨주면 프로듀서 캐시노트는 만족감을 표했다. 음악 작업은 고된 과정이지만 캐시노트와 함께하는 과정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캐시노트가 알아서 해준 것도 많고 제가 캐시노트 형의 뇌에 들어가고 형이 손으로 작업해 준것도 있어요. 둘이 완전 신났죠. '백야드 프리스타일(BackYard Freestyle)'은 캐시노트 형이 직접 랩을 하려고 만들었던 노래고 미니멀한 비트가 필요하다고 부탁해서 바로 만들어 준 건 '포그바'였어요. 

사실 저는 코드를 몰라요. 음성 메시지를 보내면 캐시노트 형은 음악을 바로 만들어내죠. '우탱클랜(Wu-Tang Clan) 느낌이 물씬'나게 해달라고 하면 '나이트 무브먼트(NIGHT MOVEMENT)'가 나오고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The Notorious B.I.G.)가 할만한 음악을 들려달라면 '럼 바이브(RUM VIBE)'가 탄생하는 식이죠. '이프 아이 다이 영(IF I DIE YOUNG)'은 노래를 만들어놓고 세상에 안 나온 걸 우연히 들어봤다가 맘에 들어 싣게 된 노래고요."

정규 앨범을 발매한 뒤 탐쓴은 음감회도 개최했다. 그는 "요즘엔 보이는 것 비춰지는 것에만 관심이 많다. 오로지 듣는 것에만 집중하는 자리가 없다"며 "음감회를 통해 내가 만든 곡들의 의미를 설명을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관객들이 많이 와줘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사진 = 탐쓴 제공]

 

캐시노트와 협업은 정규 2집에서도 계속된다. 다섯 트랙 정도에 참여하며 탐쓴에 대한 끈끈한 의리를 과시할 예정이다. 메인 프로듀서는 달라졌다.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연이 닿은 2000년생 신예 프로듀서 오하이오 피시(Ohio Fish)가 열 트랙 정도를 맡아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발매한 '호프리스(Hopeless)'의 작곡가 암모나이트 (Amonight)가 한 곡, M.T.A.T 크루 권디엘(a.k.a. iamdl)이 다른 한 곡에 참여한다.

일명 '픽션 트롤로지(fiction trilogy)'의 두 번째 작품에는 1집과 다른 래퍼 탐쓴의 모습이 담겼다. '메타 픽션(meta fiction)'이란 어려운 이름이 붙은 이번 2집 을 만들면서 탐쓴은 제3자 입장에서 자신의 앨범을 바라봤고,  그 결과 기존 1집에서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시도들을 하였다고 한다. 탐쓴은 "여전히 검은색이지만 검은색도 톤이 여러가지 아니냐"고 1집과 다른 점을 설명했다. 정규 1집 '펄프 픽션'과 정규 3집이 될 '논픽션(Nonfiction)'의 징검다리 역할이다. 

탐쓴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규 앨범이 3%정도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녹음은 모두 마쳤지만 앨범 아트워크, 프로모션 등의 일정이 남은 상황이다. 노래는 모두 만들었지만 이를 모두 듣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공개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최근 음원 유통사를 '포크라노스(POCLANOS)'로 바꿨어요. 무척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는 유통사는 처음이었거든요. 그쪽에서 먼저 이번 앨범은 독특한 방식으로 발매하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했어요. 제 음악을 미리 만나려면 선판매 예정인 실물 CD를 구매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포크라노스'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김형수 대표가 만든 자회사로 인디 뮤지션들의 음원 유통을 전문으로 맡는 회사다. 지난 2월 김형수 대표는 스포츠Q와 인터뷰에서 "인디 쪽에서는 그 아티스트들이 유통을 거쳐서 나오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설사 그 아티스트의 음악이 유명하지 않더라도 퀄리티가 있고 활동을 오래 했거나, 스토리가 있어 발매하는 의미가 있는 아티스트를 선정해 유통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탐쓴이 한껏 공을 들인 이번 정규 2집 앨범이다. 그는 "17곡을 순서대로 들어야 의미가 크다"며 "그래서 이렇게 발매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모든 음원에 자신있는 아티스트의 의지가 담겼다. 앨범에 수록될 음원을 전부 알리고 싶다는 생각 끝에 나온 결론이다.

 

ㄴ [힙합Da:Q]  M.T.A.T 중심 탐쓴(Tomsson), ‘픽션 트릴로지’로 대한민국 노린다(下) 로 넘어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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