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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Da:Q] M.T.A.T 중심 탐쓴(Tomsson), ‘픽션 트릴로지’로 대한민국 노린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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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Da:Q] M.T.A.T 중심 탐쓴(Tomsson), ‘픽션 트릴로지’로 대한민국 노린다(下)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8.1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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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중학교 시절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내며 음악적 감성을 키우기까지. 그리고 첫 무대에 올라 래퍼로서 꿈을 실현하기까지. 탐쓴은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키우며 비상하길 바라고 또 바랐다. 뮤지션의 꿈을 현실화하고 정규 2집 발매를 앞두고 있는 탐쓴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사진 = 탐쓴 제공]

 

◆ 데뷔 직후 2년 공백... 정식 EP 발매까지

음악에 심취했던 소년 박정빈은 중학교 2학년 시절부터 집에서 음악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대에 서기까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2013년, 만 스무살이 넘어서야 대구에 위치한 클럽 파샤(Pasha)의 무대에 올랐다. 당시 첫 무대에서 래퍼 화지와 레디를 만났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는 탐쓴이다. 하지만 공백은 바로 찾아왔다. 갑자기 군대에 가야했고, 자연스레 2년이란 시간이 비게 됐다.

입대 뒤엔 래퍼로서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심리학도였던 스물한 살 박정빈에게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상당했다. 군대에서도 늘 고민의 연속이었만 쉽지 않은 길을 걷기로 결심한 이후엔, 바로 앨범 작업에 착수했다.

박정빈이 '군대에서 뽑아낸' 데뷔 EP '블론드(blond)'엔 자신이 좋아하는 게 전부 담겨 있다. "금발머리 여성을 좋아한다"는 탐쓴이 "좋아하는 걸 담았단 의미로 단순히 지은 타이틀"이 '블론드'다. 

탐쓴에 따르면 앨범 속 곡 작업은 물론 아트워크까지도 군대에서 이뤄졌다. 군대에서 만난 웹툰 작가 지망생에게 앨범 재킷을 맡겼고, 음악을 전공한 전우들에게 영향을 받아 노래도 남는 시간에 짬짬이 만들었다.

"사실 '블론드'를 만들 당시엔 녹음만 밖에서 했어요. 앨범 재킷은 군대 안에서 작가 지망생이 그려준 걸 스캔 떠서 만든 거고요. 녹음을 하려고 죽기살기로 포상을 엄청나게 땄죠. 정기휴가까지 합해서 무려 100일 정도를 땄는데, 그게 제가 나온 30사단 기갑부대 역사상 톱3 안에 들 정도였으니까요." (웃음)

호기롭게 앨범을 세상에 내놨지만, 소속사도 없이 어렵게 발매한 EP 앨범을 알리긴 쉽지 않았다. 분명히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믿으면서 온전히 혼자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게으르게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설 수 있는 무대가 생기면 어디든지 올랐고 "부딪치는 게 내 방식"이라 믿으며 가사를 뱉었다. 래퍼 트리가(trigga)와 안티 미즈모(ANTI MIZMO)와 쇼케이스를  하고 함께 공연을 해 나가는 것은 새로운 활동의 시발점이 되었고 탐쓴은 공연 뒤풀이 자리에서 트리가와 의기투합했다. 대구 크루 M.T.A.T의 시작이다.

 

[사진 = 탐쓴 제공]

 

M.T.A.T.는 팔공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팔공산을 'Mountain 80'로 바꿔 '마운틴'을 의미하는 'MT'와 '80'을 뜻하는 'AT'를 붙여서 지었다.

대구에 중심을 둔 아티스트다운 발상이다. 탐쓴에 따르면 크루 멤버들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사람들'이다. 각자 음원도 발매하고 공연도 좀 뛰어본 사람들이 만났다. 2017년 초에는 비트메이커 겸 프로듀서 권디엘(a.k.a iamdl)까지 합류해 넷이 됐다.

리더가 된 M.T.A.T 맏형 안티 미즈모는 라나요(RANAYO)의 유튜브 채널 속 코너 '힙합보부상'에서 "사실 대구신 안에서 일적으로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잘하는 것보단 첫째로 열심히 하고 성실한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며 "탐쓴과 트리가는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라서 같이 했을 때 손해볼 게 없다고 생각해 같이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진 = 탐쓴 제공]

 

◆ 두 번의 믹스테이프 공개에 무료 싱글까지... 성실함에 실력 갖춘 워커홀릭 래퍼

안티 미즈모의 말처럼 탐쓴은 엄청난 작업량을 결과물로 보여주는 래퍼다. 그의 사운드 클라우드 계정엔 믹스테이프 2개와 다수의 싱글이 공개돼 있다. 2015년 10월에 공개한 첫 번째 믹스테이프 '탐쓴즈 버스데이 믹스테이프 볼륨1'(TOMSSON's VERSEDAY MIXTAPE VOL.1 Album · 2016)에는 무려 스물 한 트랙이 담겨 있다. 현재 사운드 클라우드에 공개된 건 '빅토리(VICTORY + Announcement)', '4 (Feet. M-Zero)', '작두 (斫頭)', '두 병 (Two Bottles)'의 네 곡뿐이지만, 트랙 리스트를 전부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지난 11월에는 두 번째 믹스테이프도 발매했다. ‘타미건즈 언노운 벌스 볼륨1’이자 ‘탐쓴즈 믹스테이프 볼륨2’(Tommy Gun's Unknown Verses Vol.1 - Tomsson's mixtape vol.2)다. 이번 믹스테이프에서 탐쓴은 국내 힙합계에서 널리 알려진 음악 아홉 곡의 비트에 자신의 래핑을 입혔다. 데프콘에서 나플라에 이르기까지 십 수년의 시간 차를 지닌 음악들이지만 탐쓴의 목소리로 심폐소생에 성공했다. 

나플라의 '우(Wu)'는 트랩에 어울릴만한 래핑을 붑뱁 비트에 녹여낸 뒤, 유튜브에 라이브 영상을 공개하며 실력을 과시했다. 아홉 트랙에 걸쳐 마일드 비츠, 비프리, 가리온, 씨비 메스, 팔로알토까지 알려진 팀들을 다양하게 다뤘다. 이번 믹스테이프 공개로 탐쓴은 리스너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자신의 실력을 넌지시 알리는 데 성공했다.

10년 전에 발매된 더 콰이엇의 원곡 '위 세이(We say)'에 대해 탐쓴은 "평소에 좋아하던 비트라서 선택하게 됐다"며 "랩만 잘하면 시간에 상관 없이 어떤 비트라도 살려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탐쓴은 해당 트랙에서 와이제프(Y-Jeff)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래퍼 진준왕과 지푸(G-FU)는 이번에 공개된 믹스테이프를 SNS에 언급하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탐쓴은 대학교 선배인 마일드 비츠에게도 자신의 믹스테이프를 권했더니 "'이미 들어봤다'며 정말 잘 들었다는 칭찬을 해주더라"고 미소를 보였다.

탐쓴은 "이번 믹스테이프를 낸 진짜 이유가 공허함 때문"이라고 전했다. 워커홀릭인 그는 “정규 2집을 완성한 뒤 시간이 남으니까 허무함이 찾아왔다”며 “이걸 이겨내기 위해 하나씩 만들다보니까 믹스테이프가 완성됐다”고 수줍어했다. 

성실함을 무기 삼아 폭발적으로 결과물을 쏟아내는 탐쓴이다. 그의 열정은 무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진행된 '더 플레이 버스 : 김광석' 공연에 참가했던 그는 대타 5회를 제외하고 무결석으로 공연을 마쳤다. 김광석에 대한 존경심과 래퍼로서 자존심을 모두 지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 결과다. 일주일에 1회지만, 토요일 하루가 전부 사라지는 쉽지 않은 공연 일정이었다. 

탐쓴은 "랩으로 돈을 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대구에서 행사로 꾸준히 수입이 들어온다는 게 감사했다. 내가 로컬 아티스트로 불린다면 그런 게 아닌가 한다"며 웃어 보였다.

대구에서 이름을 알린 래퍼지만 지역을 대표한다는 표현에는 손사래를 쳤다. 탐쓴은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다"면서도 "대구를 의도적으로 강조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탐쓴은 "내가 실제 취하는 곳은 동성로에 위치한 '줄리아드'인데 홍대 술집 이야기를 하면 웃긴 거"라면서 "마이노스 형의 힙합트레인이라면 대구를 대표할 수 있다. ' 한강보다 바다'라고 외치는 제이통 형님이면 부산을 진짜 대표하는 아티스트라고 부를 수 있다. 현재의 나는 그런것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가올 2019년에 대해 한마디를 해달라고 부탁하자 탐쓴은 이렇게 전했다.

"내년에 나올 음원들이 많습니다. 2019년 전반에 걸쳐서, 제겐 정말 의미있는 한해가 될 거 같아요. 사실 많이 고민했습니다. 1집을 내고나면 2집에서는 할 말이 없지 않을까 하고요. 두 번째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 작가주의적 관점으로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죠. 다가올 앨범에는 제가 내린 결론이 담겨 있습니다. 역시 저는 아직까지 할말이 많아요. 앨범을 내고 꾸준히 활동하겠습니다. 제가 지금 가진 기반은 음악을 시작하면서 얻었고 그게 모이면서 새로운 음악 인생이 시작됐어요. 탐쓴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힙합이 어떤 건지에 대해 알고 싶고 궁금하다면 앨범을 들어주세요. 많이 들어주세요."

[에필로그. 힙합다큐 공식 질문]

-1. 최근 가장 인상적인 래퍼는?

화지(Hwaji)다. 2016년에 발매된 정규 2집 '지주(ZISSOU)'의 전 트랙을 추천한다. 그냥 좋은 음악이다.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다. 지난달 정규 3집 '코스모스(Cosmos)'를 발매한 일리닛(illinit)도 여전히 최고다. 대중들이 이게 힙합이고 랩이란 걸 알았으면 좋겠다.”

-2.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자신의 음원 추천곡은?

“최근에 정식 발매했던 '053'이다. 프로모션만 잘됐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반응이 왔을 거 같다. 나름대로 홍보에 힘을 썼지만 좀 아쉽다. 도입부에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힘을 썼다. 조만간 멋진 아티스트들과 다시 선보일 계획이 있으니 기대해 달라.”

(*힙합신에 대한 더 많은 제보는 개인메일 hidden81@sportsq.co.kr과 공용메일 press@sportsq.co.kr로 부탁드립니다.)

 

ㄴ [힙합Da:Q]  M.T.A.T 중심 탐쓴(Tomsson), ‘픽션 트릴로지’로 대한민국 노린다(上) 로 넘어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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