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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음악, 뻔하지만 그 농밀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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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음악, 뻔하지만 그 농밀한 관계
  • 김신일 음악평론가
  • 승인 2015.01.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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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김신일 음악평론가] 커피는 인간의 향미를 자극하는 가장 대중적이고도 중독성이 강한 기호 음료가 아닐까 생각된다. 커피를 들고 걸으며 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젠 낯선 풍경이 아닐 정도로 그 소비량이 상당하다.

세상 사람들은 커피를 먹는 사람과 먹지 않는 사람으로 구별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마치 록과 재즈를 듣지 않는 사람과 차별되기 원하는 흔한 자부심(?)과도 유사하다고나 할까.

▲ 일반 콩처럼 평범하게 보이는 커피콩들. 하지만 이들이 만드는 다채롭고 기품있는 맛과 향기는 세계인의 기호를 사로잡으며 무한한 여운을 만들어 낸다.   [사진= 김신일 제공]

 

▲ 커피와 음악. 인간의 영혼에 안식을 주고 개성을 창조하며 중독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사진= 스포츠Q DB]

쌉싸래한 커피의 치명적인 중독성은 음악의 그것과 닮았다. 소비했을 때의 자족감을 넘어 한 문화에 종속된 존재감을 갖게 하고, 때로는 타인으로부터 우월한 느낌을 들게 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문화를 우리에게 '적합하다' '적합하지 않다'는 식의 일률적인 잣대로 보기 보다는 시대성, 개인의 분명한 가치관과 현명한 문화 선택권의 측면에서 보고 그 가치를 더 존중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체의식이 결여된 종속적인 생각에서가 아니라, 현대인의 개성 강한 소유욕으로서 행복조건을 만들기 위한 자연스러운 문화 수용이라면, 그것은 훌륭한 문화 양식의 근간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 [사진= 김신일 제공]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출생지이며 베토벤과 하이든이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하기도 한 클래식의 고향, 오스트리아의 빈(비엔나)에는 '아인슈패너 커피'(비엔나 커피)가 있다.

아인슈패너 커피는 아메리카노 위에 하얀 휘핑크림을 듬뿍 얹은 커피다. '아인슈패너 (Einspänner)'는 '말 한 필이 끄는 마차'를 뜻하는데, 이 마차는 당시 빈에서 지금의 택시나 메신저 서비스 같은 역할을 했다.

'아인슈패너 커피'는 마부들이 한 손으로는 고삐를 잡고 한 손으로는 크림을 풍성하게 얹은 커피를 마신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덮은 크림으로 인해 오랫동안 커피의 열기가 유지되고 마부의 차가운 손을 덮이는 역할도 했다고 한다. 마시기에도 편했을 터다.

빈은 1440년 합스부르크 왕가가 들어오면서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도약했으며 이후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시대에 음악거장들의 활동무대가 되면서 예술의 발생지가 됐다.

오스트리아인들의 수세기를 통한 음악적 정서와 밀접한 관계를 '커피의 일상'으로 고스란히 접하고 있으니 커피와 음악의 조합은 생각보다 꽤나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 [사진= 김신일 제공]

 

▲ [사진= 김신일 제공]

수많은 칸타타를 작곡한 음악의 아버지 '바흐'도 커피를 기호품으로 사랑한 나머지 1732년에 흥미로운 '칸타타 BWV 211'을 작곡했다. 일명 '커피 칸타타'로 불리는 곡이다. 커피에 중독된 딸이 아버지에게 '신랑감을 보여주면 커피를 끊겠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결국 결혼과 커피 모두를 딸이 얻게 된다는 재미있는 내용의 칸타타다.

18세기 당시, 이 작품이 초연된 라이프치히에서는 커피 의존증이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는데, 이 칸타타는 이것을 소재로 작곡한 미니 코믹 오페라다.

"커피는 수천 번의 입맞춤보다도 달콤하고 맛 좋은 포도주보다도 더 부드럽지요. 날 행복하게 하려면 커피 한 잔을 따라 주세요."  이 칸타타 중 일부로 커피를 예찬한 한 대목이다.

▲ [사진= 김신일 제공]

'One love, one heart (하나의 사랑, 하나의 마음)

 Let's get together and feel all right. (함께 모여 평안을 느껴 봐요)'

국내의 모 커피전문점은 자메이카 출신 가수 '밥 말리'의 평화 메시지인 '원 러브(One Love)'를 모티브로 삼아 관련 인테리어 소품으로 매장을 꾸며서 영업할 정도가 됐다. 이처럼 커피와 음악은 우리 주위에서도 문화적 근간에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커피와 음악은 각 나라가 가진 고유의 관습과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성이 되기도 한다.

▲ [사진= 김신일 제공]

바쁜 업무의 일상에 얽매이는 현대인들은 여유와 휴식을 통한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충전으로 인해 생활의 활력이 되고 본연의 업무에 더욱 더 충실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또하나의 훌륭한 힐링 문화가 될 것이다.

현대인이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의지의 한 표현방식을 '휴식'으로 정의한다면 그런 힐링의 의미가 커피와 음악을 공존하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번 주에도 지친 일상의 무게를 커피와 음악으로 치유하는 고즈넉한 여유를 한 번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싶다.

kimshinil-_-@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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