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OWN
UP
- '트랜스포머' 안 본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절한 연출
- 연기 천재 헤일리 스테인펠드가 만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 찰리
- 감성 불어넣은 스티븐 스필버그, '트랜스포머' 부활의 신호탄 쏘다
DOWN
- 반전 없는 패밀리 무비 결말, 디셉티콘은 악당만 하나요
[스포츠Q(큐) 강한결 기자] 2007년 개봉한 '트랜스포머'는 많은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과 짜릿함을 전했다. 자동차가 멋진 로봇으로 변신하는 로망을 100%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후속작의 퀄리티는 점점 낮아졌고, 지난해 개봉한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는 최악의 혹평에 직면했다.
그런 점에서 '범블비'는 '트랜스포머'를 보고 전율을 느꼈던 팬들의 기대받을만한 작품이다. 책임 프로듀서로 참가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산으로 가버린 전작의 스토리를 재정립했다. 또한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 중 가장 인기 있는 범블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사랑스러운 로봇 범블비와 10대 소녀 찰리의 우정을 다룬 영화 '범블비'가 '트랜스포머' 붐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 전작 안 봐도 괜찮아, '트랜스포머' 앞선 시대 다룬 '범블비'
영화 '범블비'는 오토봇 범블비의 탄생 스토리를 다룬 스핀오프 작품이다. 시간대는 '트랜스포머' 1편보다 앞선 1987년을 배경으로 한다. 앞선 시리즈인 '트랜스포머'를 보고 온다면 '범블비'의 스토리를 이해하기 쉽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영화 '범블비'는 주인공 범블비가 어떻게 해서 지구에 오게 됐는지, 범블비가 목소리를 잃고 왜 라디오로 의사소통을 하게 됐는지 상세히 설명해준다. 트랜스포머 종족이 사는 사이버트론 행성에서는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처절한 전쟁을 펼친다. 오토봇의 패색이 짙어지자 대장 옵티머스 프라임은 범블비에게 새로운 개척지 설립이라는 임무를 주고 지구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범블비는 자신을 따라온 디셉티콘에 의해 목소리를 잃고 기억상실에 걸린다. 영화 '범블비'는 오토봇의 부흥을 위해 범블비가 기억을 되찾고 라디오로 의사소통을 대신에 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범블비의 선한 성격 또한 극 중 진행되는 스토리를 통해 자세히 표현된다. 우연히 범블비를 만난 찰리(헤일리 스테인펠드 분)은 이질적인 존재에 당황하지만, 이내 순진무구한 범블비의 눈망울에 긴장을 풀고 마음을 연다. 범블비는 찰리와의 교감으로 조금씩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디셉티콘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친구 찰리를 지키고, 지구의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범블비'의 이야기는 스필버그가 연출한 영화 'E.T'의 서사를 닮아있다. 외계에서 찾아온 낯선 방문객 범블비는 찰리의 도움을 받아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임무를 다시 수행하게 된다. '범블비'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트랜스포머1'로 이어진다. 관객에게 익숙한 이러한 서사구조는 전작을 보지 않더라도 '범블비'를 문제없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 헤일리 스테인펠드, '트랜스포머' 세계관 작품에 등장한 첫 여성 주인공
'트랜스포머 1·2'에 출연한 메간 폭스, '트랜스포머3' 로지 헌팅턴 휘틀리,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니콜라 펠츠,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 로라 하드독까지 그동안 '트랜스포머' 세계관을 다룬 작품에는 총 네 명의 여배우가 출연했다.
'트랜스포머 1·2'의 여주인공 메간 폭스는 진취적인 성향을 가진 능동적인 캐릭터로 그려졌지만 이후 작품부터 등장하는 여배우는 단순히 남자 주인공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제한적인 캐릭터로 묘사됐다. 심지어 3편부터는 매번 배우가 교체되며 여성 캐릭터가 소모됐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인 '범블비'는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인 헤일리 스테인펠드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헤일리 스테인펠트가 분한 찰리는 어른 못지않게 자동차 정비 능력이 뛰어나다. 남성 주인공의 보조가 아닌 한 명의 주인공으로 능동적이며 주체적인 모습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모은다.
찰리 역으로 캐스팅된 헤일리 스테인펠트 역시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받고 여배우다. '더 브레이브'로 14세 때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연기 천재의 탄생을 알린 헤일리 스테인펠드다. 또한 '지랄발광 17세'를 통해 관객들에게 발랄한 매력을 전한 헤일리 스테인펠트는 '텀 라이프', '피치 퍼펙트3'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어 그는 지난 12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스파이더 그웬 성우 역할을 맡아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트랜스포머' 세계관을 다룬 작품에 등장한 최초의 단독 여주인공과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 헤일리 스테인펠트의 만남은 좋은 시너지를 만들었고, '범블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믿고 보는 스티븐 스필버그, '트랜스포머'에 불어넣은 감성
'트랜스포머'는 분명 처음 개봉했을 당시 관객들에게 엄청난 설렘과 전율을 전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플롯 구조는 퇴보했다. 감독 마이클 베이는 점점 시각적인 부분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관객들은 "마이클 베이는 폭발을 위해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제작한다"는 조롱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개봉한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는 시리즈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활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소생시킨 것은 '믿고보는 명장'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그동안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감성을 주입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찰리, 동족을 구해야 하는 사명을 가졌지만,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은 범블비. 찰리와 범블비는 서로의 결여된 부분을 메워주며 동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한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화려한 액션과 멋진 로봇의 변신 등의 요소를 앞세워 남성 관객을 대상으로 삼았다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범블비'에 패밀리 무비의 서사를 사용해서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재창조했다.
범블비의 외형 변화도 눈길을 끈다. '트랜스포머'의 범블비가 카마로를 모델링해서 날렵하고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에서 범블비는 비틀 모양의 동글동글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유선형인 범블비는 어린아이와 같은 귀여움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전한다.
물론 패밀리 무비의 전형성에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명확하게 구분되는 선악 구도나 가족애를 강조하는 결론은 다소 전형적이다. 최근 디시, 마블의 히어로 무비에 등장하는 빌런들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범블비'에서는 그런 면이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디셉티콘 역시 자신들의 행동에 당위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소신은 다소 평면적으로 묘사되고, 스테레오 타입의 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찰리 역시 가족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이를 통해 마음을 연 찰리는 새아빠를 조금씩 받아들인다.
사소하게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분이 있지만, '범블비'는 분명히 매력적인 영화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소생 불가 상태에 이른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범블비'를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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