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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부산-쇼난에서 아픔 겪은 이정협, 다음 시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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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부산-쇼난에서 아픔 겪은 이정협, 다음 시즌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12.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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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정협(27·쇼난 벨마레)은 아시안컵이 낳은 ‘신데렐라’로 유명하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훈련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리더니 본선 6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준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성공가도만 달린 것은 아니었다.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소속팀 부산 아이파크는 승격에 실패했고, 올 시즌 J리그1(일본 1부)에 도전했지만 부상으로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15일 미소(MISO) 자선축구 현장에서 만난 그는 최근 2년 동안 몇 차례 아픔을 겪은 탓인지 부쩍 차분하고 의연해 보였다.

 

▲ 이정협은 2017시즌과 2018시즌 여러 아픔을 겪었다. 아픔을 딛고 성숙할 그가 2019시즌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사진=스포츠Q DB]

 

2014시즌 K리그1(프로축구 1부) 상주 상무에서 25경기 4골에 그쳤던 그는 대표팀에 깜짝 발탁되더니 이내 ‘슈틸리케호’와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 부산 아이파크에서 7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막판까지 러시아 월드컵 엔트리의 문을 두드렸다.

이정협은 지난해 월드컵 최종예선 3경기를 소화하는 등 원톱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결국 세르비아전 후반 교체 투입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멀어졌다.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격이 좌절됐고, FA컵에선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팀을 이끌었던 조진호 감독이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뒤 선수들은 '하늘에 계신 조 감독님께 승격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임했던 터라 더 안타까웠다. 이정협은 조 감독 발인 이틀 뒤 펼쳐진 수원FC전에 결승골을 넣고 고인을 추모하는 세레머니를 펼치며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정협은 “어릴 적부터 축구를 하면서 해외로 가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며 일본 무대에 도전했다. 하지만 첫 시즌은 녹록하지 않았다. 5월 입은 오른 발목 피로골절 부상으로 3개월 동안 피치에 설 수 없었다. 올해 리그 18경기에서 2골로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한 뒤 이정협(가운데)은 눈물을 보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정협은 “첫 타지 생활이었다. 나름 준비해서 간 것도 있지만 언어와 문화적인 부분에서 달랐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초반에는 팀에 통역이 없어 힘들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한국인 김희호 코치가 그의 의사소통을 도왔다.

이정협은 쇼난에서 재일 동포 출신 조귀재 감독을 만났다. “감독님은 공부도 많이 하시고 열정적이다. 선수들 생각을 많이 하시는 스타일이셔서 선수를 잘 파악하신다. 나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셨는데 (내가) 부상이 오는 바람에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정협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1군 스쿼드에 등록된 10명의 공격수 중 2번째로 많은 기회를 얻었다. 이정협에게 부여된 등번호 9 역시 그에 대한 팀의 기대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올해 부상으로 보여드린 게 많지 않아서 팬들께 죄송하다. 내년에는 부상 없이 많은 경기 뛰면서 많은 골 넣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쉬움이 컸던 만큼 굳은 결의가 전해졌다.

이정협이 부산을 떠난 사이 팀은 또 다시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좌절했다. 그는 “작년에도 아쉽게 승격을 못해서 팀을 떠날 때 죄송한 마음이 컸다. 올해 경기를 다 챙겨봤다. 경기 내용도 좋고 플레이오프 경기도 잘했다. 운이 좋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선수들 모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뭉클하기도 했다”며 구단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팀의 간판 공격수였던 이정협으로선 마음이 아플법한 결과였다. 특히 2차전 서울월드컵경기장 원정경기에선 극도로 내려 앉은 FC서울을 상대로 1골밖에 뽑아내지 못해 분통한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 이정협(오른쪽)은 올해 J리그에 도전했지만 부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을 보냈다. [사진=이정협 인스타그램 캡처]

 

그래도 부산이 후반기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김문환 효과’로 관중 동원에서 진전을 보인 것에는 누구보다 기뻐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부산에서 축구가 인기가 많았다. 대우 로얄즈 이후로 관중들께서 많이 안 오셔서 야구보다 인기가 떨어졌었는데 최근 야구만큼이나 축구도 인기 많아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이정협은 부산 출신으로 고등학교까지 부산에서 나오고 프로 데뷔도 부산에서 했다.

부산은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때 영상 10도가 안되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만127명의 유료관중이 찾아왔다. 이는 올 시즌 부산 최다관중 기록임과 동시에 2012년 실관중 집계 이후 최다관중이다.

K리그2 25~36라운드간 평균관중 1위와 전기 대비 증가분 1위를 모두 차지하며 풀 스타디움상과 플러스 스타디움상을 모두 가져갔다. 부산의 올 시즌 3차 평균관중은 3773명으로 2차 때보다 2162명이 증가했다. 무려 2.34배 증가했다. 특히 몇몇 경기에서는 8000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하는 등 K리그1급 열기를 자랑했다.

다음 시즌 거취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어 말씀 못 드린다. 계약상으로는 1년 임대라서 원 소속팀으로 돌아가지만 다른 팀이나 일본에서 도전을 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은 이정협을 복귀시키고 호물로 등 간판 외국인 선수를 지켜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정협이 돌아온다면 골잡이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관중 동원에서도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이정협이 한층 성숙해진 기량으로 부산의 승격을 위해 힘을 쏟을지 혹은 다른 구단이나 J리그에서 재도전을 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어떤 선택이든 그에겐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새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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