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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의 경쟁력' 표본, 박주호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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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의 경쟁력' 표본, 박주호의 재발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26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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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성용과 찰떡 호흡…왼쪽 측면 포지션도 소화, 전술 변화에도 도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무실점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의 선방도 있고 상대 선수의 실축 등 운도 따랐다. 그러나 기성용(26·스완지 시티)과 함께 든든하게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앙을 지켜주고 있는 박주호(28·마인츠05)의 공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기성용과 함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까지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박주호는 26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벌어지는 이라크와 4강전 출격을 마쳤다.

▲ 박주호가 25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이라크와 4강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뒤에서 버텨주는 박주호, 넓어진 기성용의 활동반경

그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의 불안요소는 단연 수비였다. 중앙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늘 있어왔다.

그러나 1차 저지선은 언제나 수비형 미드필더다. 중앙 수비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등 4명이 그리는 간격이 좁아질수록 수비가 더욱 탄탄해진다. 이전 대표팀에서는 허리에서 우세를 점하지 못하는데다 그 간격도 넓어져 '자동문'이 되고 말았다. 알제리와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무더기 실점을 한 원인이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그 간격은 훨씬 좁아졌다. 짧은 패스를 위주로 한 점유율 축구로 허리에서 우세 또는 대등한 경기를 펼치게 됐을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안정을 찾는 원인이 됐다. 아시안컵 4경기 연속 무실점의 원동력이다.

박주호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갈고 닦은 기량과 경험이 더욱 수비를 안정시키고 있다.

박주호는 뛰어난 수비력과 기성용 못지 않은 패싱력을 바탕으로 기성용이 공격쪽으로 전진 배치되더라도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박주호는 오만전에서 92%, 쿠웨이트전 89%, 호주전 88%, 우즈베키스탄전 91% 등 평균 90%의 패스 성공률로 안정적 리딩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미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발군의 활약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발탁된 그는 한국 축구의 28년만의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에도 무실점 우승이었다.

◆ 슈틸리케 '멀티 정책'의 기수, 다양한 전술 변화 숨통

박주호의 원래 포지션은 왼쪽 풀백이다. 지난 시즌까지 마인츠에서도 주로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고 지난해 5월 독일 분데스리가 사무국이 뽑은 월드컵 드림팀 왼쪽 풀백 부문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수비 능력을 눈여겨 본 마인츠에서 박주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시키면서 그의 멀티 능력이 부각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을 선발하면서 멀티 플레이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회를 치르면서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을 갖춘 선수가 있어야만 다양한 전술 변화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시안컵을 통해 입증됐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는 기성용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갔다가 왼쪽 측면 공격수로까지 올라가며 승리에 보탬이 됐다. 하지만 기성용이 이처럼 다양한 포지션 변화를 할 수 있었던데는 박주호가 중앙 허리를 확실하게 책임졌기 때문이다.

박주호의 멀티 능력은 김진수(23·호펜하임)가 오버래핑을 나가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김진수가 공격으로 치고 올라간 뒤 상대팀의 측면 역습 때 왼쪽으로 커버를 들어가 시간을 지연시키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활동 반경이 넓으니 전술 변화의 유연성에도 도움이 되고 동료 선수들의 활동 반경도 넓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

박주호의 포지션 변경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비상 상황에서 왼쪽 측면 수비나 공격으로 나설 수도 있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녹다운 토너먼트에서 변화무쌍한 전술 변화가 요구되는데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포지션 변경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박주호는 25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라크가 4강에 올라올 것이라는 예상을 한 사람이 많지 않았짐나 예상하는 팀이 강팀이 아니라 올라온 팀이 강팀"이라며 "이라크도 충분히 강팀이다.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이라크에 대한 존중"이라고 밝혔다.

그 어떤 순간에서도 방심하지 않겠다는 것이 박주호의 마음가짐이다. 이번에야 말로 55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기에 박주호의 눈도 날카롭게 빛난다. 아시안컵 남은 2경기에서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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