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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GS칼텍스 나현정 결국 임의탈퇴, 프로정신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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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GS칼텍스 나현정 결국 임의탈퇴, 프로정신은 어디로?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1.02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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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 여자부 서울 GS칼텍스 리베로 나현정(28)이 임의탈퇴 공시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일 “지난해 12월 31일 GS칼텍스가 나현정을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했다”고 발표했다. 

나현정은 2008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지명돼 GS칼텍스에 입단했다. 이후 GS칼텍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고 2016~2017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 뒤에도 재계약하며 팀에 남았다. 

 

▲ GS칼텍스 주장이자 주전 리베로 나현정(왼쪽)이 결국 임의탈퇴 공시됐다. [사진=KOVO 제공]

 

나현정은 GS칼텍스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여름 대표팀에 발탁된 뒤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새 시즌 들어서도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팀에 비해 개인 성적이 나오지 않아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설상가상 일부 팬들의 악성댓글까지 더해졌고 심적으로 지친 나현정은 12월 12일부로 팀을 떠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구단은 여러 차례 나현정의 복귀를 종용했지만 그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고 결국 나현정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구단은 “시간을 주고 기다릴 것”이라며 그가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

하지만 여론은 차갑다. 많은 팬들은 나현정의 사정이 안타깝다는 것에는 동조하지만 프로의식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계약 기간 동안 정해진 훈련과 경기를 소화해야하는 프로선수로서 운동을 하는 입장이기에 받아들여야만 하는 비판이다. 더구나 부상이나 가족사가 아닌 개인 심경 문제로 시즌 중반 팀을 이탈했다는 데 적잖은 팬들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 IBK기업은행 한지현(사진)은 나현정에 앞서 임의탈퇴 공시됐다. 훈련 도중 팀을 무단 이탈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KOVO 제공]

 

올 시즌 GS칼텍스가 우승 경쟁을 할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GS칼텍스가 세간의 예상을 깨고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팀 주장이자 최고참급인 나현정이 잠시간 휴식 정도가 아닌 임의탈퇴 절차를 밟게 됐다는 상황에 많은 팬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구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에 의해 나현정이 운동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눈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프로배구 여자부와 여자프로농구(WKBL)에서 같은 맥락의 사건이 반복돼 프로스포츠 여자부 전반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주고 있기도 하다.

화성 IBK기업은행도 지난해 12월 28일 리베로 한지현(24)의 임의탈퇴 사실을 밝혔다. 스포츠동아에 따르면 한지현은 지난해 11월 훈련 도중 불만을 갖고 훈련에서 이탈한 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숙소를 떠났다. 구단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을 원인으로 들었지만 갑작스레 아무런 귀띔도 없이 팀에서 빠져나온 것은 이해받기 어렵다. 

WKBL 이선화(31·은퇴)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선화는 2017~2018시즌을 앞두고 휴가에서 복귀한 지 하루 만에 팀에 은퇴 의사를 전했다.

 

▲ 여자프로농구 이선화(오른쪽)는 2014년 은퇴를 선언한 뒤 2년 만에 다시 구단에 복귀했다. 하지만 1년 뒤 시즌을 목전에두고 재차 은퇴 의사를 밝히며 팀을 발칵 뒤집어났다. [사진=연합뉴스]  

 

이선화는 그 3년 전인 2014년에도 이미 한 차례 은퇴를 선언했었다. 당시에도 시즌 개막 직전 갑작스레 농구를 그만두겠다고 해 구단을 당황시켰다. 그랬던 이선화는 2016년 다시 농구가 하고 싶다며 위성우 감독을 찾았으나 1년 만에 재차 농구계를 떠나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이선화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는 팀을 혼란스럽게 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FA인 김정은을 영입하면서 보호선수 명단에 이선화의 이름을 올렸다. 양지희가 은퇴한 상황에서 센터진에는 이선화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위성우 감독 등 몇몇 지도자들은 많은 선수들이 힘든 시기에 임의탈퇴 신분이 되기를 요청했다가 원할 때 팀에 돌아오는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이선화에 앞서 2016~2017시즌이 한창이던 1월에는 '청주 아이유'로 불렸던 홍아란(27·은퇴)이 부상으로 팀에서 제외된 뒤 임의탈퇴를 요구했다. 믿고 따르던 선배 변연하의 은퇴, 거물급 신인 박지수의 존재로 인한 압박감 등 많은 추측이 따랐지만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결국 구체적인 까닭은 알려지지 않았고 팬들은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다.

누구나 개인사가 있고 심적으로 주어진 일을 끝마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도 있다. 그러나 팬들의 사랑을 등에 업고 그에 기인해 연봉을 받는 직업 선수로서 구단과 팬들에 대한 존중, 프로정신의 결여가 느껴지게 한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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