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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초점Q] '왜그래 풍상씨', 믿고 분노(?)하는 문영남표 막장 가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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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초점Q] '왜그래 풍상씨', 믿고 분노(?)하는 문영남표 막장 가족극
  • 심언경 기자
  • 승인 2019.01.11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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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심언경 기자] '왜그래 풍상씨'의 전개가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희생적인 가장의 고군분투부터 출생의 비밀까지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들이 즐비하지만, '미친 흡입력'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문영남 작가의 필력이 고스란히 묻어난 '왜그래 풍상씨'는 차원이 다른 막장으로 신(新) 가족드라마 탄생을 예고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왜그래 풍상씨'에서는 간분실(신동미 분)이 남편 이풍상(유준상 분)의 동생 이진상(오지호 분), 이화상(이시영 분)에 분노한 가운데, 딸 이중이(김지영 분)까지 탈선을 저지르자 끝내 집을 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KBS 2TV '왜그래 풍상씨' 방송화면 캡처]

 

이날 방송에서도 이풍상과 간분실의 뜻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이진상은 카 센터의 타이어를 팔아 노름을 하러 다녔고, 이화상은 미용실, 세탁소에 외상을 지고 다녔다. 급기야 이화상은 간분실의 구박을 핑계 대며 다방 레지 아르바이트를 해 이풍상의 속을 썩였다. 

착실하게 이풍상의 자랑, 이정상(전혜빈 분)은 유부남인 의사 선배 진지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이화상이 이정상과 진지함(송종호 분)의 부적절한 관계를 눈치챈 이상, 이 사실이 이풍상의 귀로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 착실하게 카 센터에서 일을 돕고 있는 이외상(이창엽 분) 역시 이풍상이 조직폭력배 생활에서 빼내온지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동생들만 골칫거리인 게 아니다. 하나뿐인 여식 이중이도 일탈을 감행했다. 이풍상, 간분실과의 대화 단절은 기본, 술 냄새를 풍기고 늦게 귀가하기까지 했다. 이풍상의 동생들로 인해 불화가 끊이지 않는 가정에서 이중이가 바르게 자라주길 바라는 건 욕심에 가까웠다. 

이풍상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이정상은 병원을 찾아 온 이풍상에게 안색이 좋지 않다며 건강검진을 권유했다. 또 이풍상은 소화가 되지 않는다며 약국을 찾는 등, 조만간 큰 병에라도 걸릴 것만 같은 인상을 풍겼다. 

4회 동안 쏟아진 '왜그래 풍상씨'의 클리셰들은 마치 일생을 바쳐 동생들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던 가장 이풍상이 중병에 걸리게 되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가족들이 회개하며 변화된 삶을 살아간다는 스토리를 예고한다. 이는 여러 드라마로 각종 막장 코드를 꿰고 있는 시청자들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전개다. 

출생의 비밀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이외상은 같이 살고 있는 형제들과 아버지가 다르다. 이 사실은 이풍상만 알고 있다. 아버지가 이외상을 유독 미워했던 사실을 암시하는 대사들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이외상의 모습은 가슴 아픈 출생의 비밀에 개연성을 더했다.

또 남자 신데렐라의 탄생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외상과 조영필(기은세 분)의 러브라인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결혼식 당일날 파혼당한 조영필이 이외상에게 대리운전을 요청하면서 범상치 않은 첫 만남을 갖게 됐다. 특히 조영필은 재벌가 첩의 자식이다. 가진 게 돈밖에 없지만 순수한 조영필과 세상 풍파 다 겪었지만 가난한 이외상의 로맨스는 남녀가 뒤바뀌었을 뿐, 신데렐라 이야기를 연상케 한다.  

'왜그래 풍상씨'에는 타 드라마에서 본 듯한 설정들이 아주 촘촘하고 빈틈없이 배치됐다. 자칫하면 극 전개를 진부하게 만들 수 있는 막장 요소들이다. 하지만 역시 문영남 작가였다. 화병(?)을 유발하지만 한 신도 놓칠 수 없게 하는 문영남 작가의 필력은 높은 극 몰입도를 이끌었다. 수목극 2위로 순조로운 출발을 시작한 '왜그래 풍상씨'가 그간 저조했던 시청률을 보여왔던 KBS 드라마에 활기를 더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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