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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판타지+멜로 다 잡고 싶은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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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판타지+멜로 다 잡고 싶은 욕심쟁이
  • 이남경 기자
  • 승인 2019.01.16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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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지난달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국내 드라마 최초로 증강현실(AR)을 소재로 활용하며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지난 13일 방송에서 시청률 10%(이하 전국기준)를 돌파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남은 2회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Q(큐) 이남경 기자] 기타 연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울려펴지면 게임이 시작된다. 현빈(유진우 역)에게는 악몽 같은 순간이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눈 뗄 수 없는 판타지가 펼쳐졌다. 이 판타지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공동 인터뷰를 진행한 송재정 작가는 "열띤 반응에 비해 시청률이 나오는 작가가 아니라,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해 주신다"라며 체감 인기를 전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2049 시청률은 매회 기록을 경신하며 지상파 포함 1위를 지켜왔다. 그는 "10대부터 40대까지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이 소재가 먹힐까'라는 의문을 갖고 시작하는데 많은 분들이 적응해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리얼하게 그려낸 게임 서스펜스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고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송재정 작가가 직접 입을 열었다. 

■ #증강현실 #판타지 #그라나다...송재정의 선택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사진= tvN 제공]

 

이날 가장 첫 질문은 "어떻게 증강현실이라는 소재를 시작하게 됐는가"였다. 송재정 작가는 이 질문에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인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MBC '더블유(W)'가 끝난 다음에 구상하던 작품이 타임슬립이었다. tvN '인현왕후의 남자', tvN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을 했는데 타임슬립 3부작의 마지막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때 구상했던 남자 주인공이 유진우였고 미래에서 현재로 온 남주의 현재-과거 관계, 스토리라인까지 정해져 있었다고. 그러나 송재정 작가는 계속된 타임슬립에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렇게 새로운 소재를 찾던 중에 '포켓몬 고'를 접하게 됐다는 것이다.

"증강현실이라는 걸 모르다가 여의도에서 해봤어요. 포켓몬을 잡으면서 '엄청난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대까지 게임을 많이 했는데 게임 소재를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건, 자본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포켓몬 고'처럼 일상에서 아이템만 CG로 처리할 수 있다면 드라마에서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때 처음으로 도전해 볼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유진우라는 인물은 그대로 둔 채 증강현실로 넘어왔죠."

당초 판타지 장르였던 타임슬립에서 증강현실 게임으로 넘어온 만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SF보다 판타지 요소가 강했다. 게임 속 결투로 목숨을 잃게 되는 박훈(차형석 역), 민진웅(서정훈 역)이나 디지털 좀비로 다시 나타나는 장면들이 그랬다.

송재정 작가는 "처음부터 과학적인 소재를 한 판타지물이었다. 렌즈로 게임을 하다가 버그로 시작된 바이러스를 해결하려는 진우의 이야기인데, 진우의 노력을 과학적인 시스템 오류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게임 속 판타지가 구현되면서 SF와는 기대치가 달라졌을 거라 생각한다. 원래 판타지였다"고 설명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사진= tvN 제공]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유진우라는 히어로를 탄생시켰다. '소재가 특이하다', '낯설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결국 송재정 작가의 작품은 보편적인 영웅 신화에서 출발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작품도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와 같습니다. 다 가진 인물이고 잘난 왕이지만 전쟁에 참여하러 갔다가 왕위를 노리는 사람에게 반격 당하기도 하고, 사이렌을 만나는 등 마법적인 일과 영웅적인 일을 같이 겪죠. 이런 영웅 서사의 틀은 영화 '아이언맨'이나 '배트맨'에서도 나오죠. 제 주인공도 항상 거기서 많이 벗어나지 않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현빈(유진우 역)의 경우, 재벌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100 레벨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퀘스트에 목숨 거는 사람이 되는 모습들에 영웅으로서 활약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송재정 작가는 "어떤 사람이 말도 안 되지만, 만화적 과정에서 현실적인 공격을 겪고 사랑을 하면서 영웅이 되는 과정"이라고 부연했다.

극의 배경이 되는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에 대해서도 말했다. 송재정 작가가 이 작품을 하기 전에는 가본 적도 없는 스페인 그라나다가 어떻게 극 중 배경이 됐는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과거 송재정 작가가 동료 작가들과 포루투갈로 여행을 떠났을 당시, 그라나다를 여행하고 합류한 작가들의 모습을 보며 떠올리게 됐다고.

송재정 작가는 "40도가 넘고 햇빛도 강한 곳에서 알함브라 궁전에 갔다가 일사병에 걸려서 싸우고 왔다더라. 저는 그 얘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일사병에 걸린 기타리스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블랙 코미디로 시놉도 만들었다"면서 "그게 여기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 "인물 간 감정선 중요" 송재정 작가표 멜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사진= tvN 제공]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서스펜스 로맨스다. 현빈과 박신혜 두 배우의 로맨스 호흡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지만 송재정 작가에게는 두 배우의 로맨스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현빈이 맡은 유진우는 두 번의 결혼을 경험한 인물, 박신혜가 맡은 정희주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인물이었다. 송재정 작가는 "멜로가 상당히 어려웠다. 원안을 생각했을 때 진우는 더 피폐하고 시니컬한 남자였는데, 처음 희주 역할을 쓸 때 '나의 아저씨'와 '레옹' 같은 관계를 생각했다"고 입을 뗐다. 

이어 "모든 걸 잃은 상태에서 구원자 같은 존재,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관계로 생각해서 시작했다가 두 분의 미모가 너무 아까웠다. 최선을 다해서 스토리 구조를 망가트리지 않는 관계 속에 두 분의 멜로를 이으려 했다. 제 욕심 때문에 멜로가 어려워졌다"면서 두 배우의 비주얼 덕분에 멜로 분량이 늘어나게 됐다고도 전했다.

과거 SBS '순풍산부인과',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 등 시트콤을 집필했던 송재정 작가는 어느덧 독특한 소재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으는 드라마 작가가 됐다. 

처음부터 '어떤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없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송재정 작가다. 그는 "그냥 다채로운 호기심을 갖고 그 호기심을 쫓았다"며 "제 나이엔 '프렌즈'라는 시트콤이 유행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시트콤을 하다 보니까 10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트콤을 해보니까 판타지도 하고 싶은데 좀 더 깊은 멜로까지 하고 싶었고, 판타지를 하다 보니까 또 다른 걸 하고 싶었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며 "제 욕망이 여기 저기 있어서 '혼종'이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 [사진= tvN 제공]

 

시트콤과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쓴 송재정 작가지만, 작가로서 자신만의 규칙이 있다면 "인간 감정에 리얼리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송재정 작가는 "(인물이 감정적인 위기를) 쉽게 극복해서 히어로가 된다거나, 이런 걸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중간 과정이 지루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그런 걸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거다. 금방 일어나서 해결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희주와 진우의 관계도 쉽게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오래 걸렸다"면서 "감정의 리얼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판타지의 여러가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규칙만 잘 세워져 있으면 개연성이 없다고 해도 개의치 않지만, 감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빈은 눈빛 연기를 비롯해 액션, 비주얼까지 극 중 유진우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안방극장 여심을 사로잡은 현빈(유진우 역)을 미리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었다. 

송재정 작가는 "액션을 잘하고, 멜로도 잘하고, 재벌 연기까지 잘할 수 있어야 한다. 고대 전사와 싸울 때 신체조건이 그들 못지 않은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이 현빈밖에 없는 것 같다. 방송을 보면 제가 감동할 정도로 완벽하게 해주셨다. 같이 작업해서 영광"이라고 전했다.

또한 박신혜(정희주 역)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은 엠마의 비밀 능력에 기대를 당부했다. 그는 박신혜에게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양해를 구했다며 "히어로물의 구성이다 보니 여캐릭터가 능동적일 수는 없었다.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늘 그런 부분이 적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희주와 엠마의 1인 2역에서 오는 역할, 그런 모습이 본인에게 새로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신혜도 엠마에 관심을 가져줬다. 16회까지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 거다"라고 말했다.

특히 박신혜의 멜로 연기가 송재정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6~8회쯤, 깊은 멜로 연기를 보여줘서 깜짝 놀랐다. 지금 제가 보지 못한 박신혜 씨의 모습을 본 것 같다. 깊은 감정을 너무 잘 표현해주셔서 앞으로 연기에서도 좋은 평가가 있지 않을까. 엠마가 마지막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거듭 밝혔다.

[취재후기] 타임슬립, 웹툰에 이어 게임까지 독특한 소재를 다룬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은 이어졌다. 그때마다 송재정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시청률 외에도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끝난 후 송재정 작가는 어떤 작품으로 돌아오게 될까. 소통을 즐기는 송재정 작가의 모습에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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