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SQ스페셜] 고양 데블스가 '행복 1등' 패스로 품는 '같이의 가치'
상태바
[SQ스페셜] 고양 데블스가 '행복 1등' 패스로 품는 '같이의 가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1.29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체육 현장] 아이스하키클럽 고양 데블스의 '아주 특별한 수업'...'즐기는 스포츠' 외길

[300자 Tip!] 지면 좀 어떠랴. 한일전도 아닌 것을. 생활체육 아이스하키클럽 고양 데블스는 강팀은 아니다. 그렇지만 행복 지수로 순위를 따진다면 분명 전국을 통틀어서도 상위권일 것이다. 감독부터 선수들, 학부모까지 데블스를 꾸려가는 이들은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이스하키를 통해 협동심과 사회성을 기른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고양=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이상민 기자]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는 명곡 제목은 정말 맞는 말이지만.

스포츠는 특히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다. 이 약육강식의 논리를 굳이 어릴 때부터 알 필요는 없다. 유소년, 청소년기에는 신체 활동을 즐기며 인성을 기르는 것에 더욱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 데블스 회원들은 아이스하키를 사랑한다. 비록 성적은 빼어나지 않지만 스포츠 자체를 즐기면서 사회성을 함양한다.

조인(42) 감독이 이끄는 아이스하키 클럽 고양 데블스가 ‘즐기는 생활체육’의 표본을 보여준다. 매주 주말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성사얼음마루에 모여 훈련하는 그들은 승보다 패가 익숙한데도 결코 찡그리는 표정을 짓는 법이 없다.

◆ “잘 못해도 협동심 하나는 최고” 

“그렇게 잘 하지는 못해요. 선생님도 열심히만 하라고 가르쳐주세요.”

데블스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주최 대회에 나가기에는 실력이 조금 모자라다. 고양시 대회서도 6개 팀 중 5위에 그쳤다. 열두살 동갑내기 최시은 양과 이동주 군은 “우리가 그렇게 잘 하는 팀은 아니다”라고 인정하며 “승부에 연연해 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래도 최 양은 “잘 못하긴 하지만 협동심 하나는 끝내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듣던 이 군 역시 “못하는 친구가 있어도 서로 밸런스를 맞춰준다”며 “혼자가 아니라 다같이 하는데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들이 느끼는 아이스하키의 매력은 무얼까.

▲ 최시은 양(왼쪽)과 이동주 군은 "그렇게 잘하지는 못하지만 협동심만큼은 최고"라고 팀 자랑에 나섰다.

최 양은 “동생이 엄청 까부는데 퍽을 때리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며 “체력도 좋아지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군은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는데다 패스를 주고받다 골을 넣었을 때 느끼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이스하키가 그렇게 좋단다. 묻는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던 시은 양과 동주 군은 빙판으로 나서자마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코치가 알려주는 루트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강슛을 날렸다.

◆ 다치지 않는다, "즐기다 특기가 되면 좋은 것"

“지도 방식이요? 즐기는거죠 뭐. 즐기다 보면 특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입단한 3세 회원을 다독이던 조인 감독이 매트에 앉으며 답했다. 그는 “초등학교 3,4학년까지는 그냥 놔둔다. 놀아야 한다”며 “더 어린 친구들, 특히 입문한 아이들의 경우 하루 한 시간씩 스케이트 타며 놀아주고 있다”고 웃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도 눈앞에서는 어린이들이 앞으로 고꾸라지고 뒤로 널브러졌다. 아플 법 한데도 이내 털고 일어나 빙판을 다시 지친다. 조 감독은 “장비가 튼튼해 아무리 엎어져도 다치치 않는다”며 “마스크도 앞에 달려 있으니 치아를 다칠 염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 조인 감독은 "아이스하키를 즐겨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는 빙판과 친해지게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데블스 회원은 3세부터 14세까지로 구성돼 있다. 조 감독은 “1년에 한 명씩 중학교 엘리트팀으로도 진학하는 케이스가 있다”며 “그 중 일부는 U-14(14세이하), U-15 대표팀에도 선발돼 나를 뿌듯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키를 시키시려는 부모님들께 말씀드린다. 우리 팀을 비롯해 대개 클럽들이 장비를 물려주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며 선수들을 가리켰다. 이제 갓 입문한 꼬마 회원들이 새 것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깨끗한 헬멧을 쓰고 얼음판을 누비고 있었다.

◆ 롤 플레이-규칙 이해하며 사회성 함양 

회원 부모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두 아들 최원영, 은혁 군에게 모두 스틱을 쥐어준 어머니 김서영(39)씨는 “무엇보다도 팀 스포츠라는 점이 만족스럽다”며 “롤 플레이를 잘 해야 된다. 규칙 이해도 중요하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형제, 자매가 없는 아이들의 비중이 높아진다. 시골이란 개념도 사라져간다. 핵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어린이들은 아이스하키를 통해 사회성을 배운다. 규정을 준수하는 가운데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한 목표를 보고 달린다. 스포츠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김 씨는 “소비 에너지가 많아 운동효과도 만점”이라고 설명했다. 구기 스포츠 중 경기 중 라인 교체가 이뤄지는 종목은 아이스하키와 수구뿐이다. 퍽을 쫓으면서 상대 디펜스의 견제를 뿌리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는다.

그는 또한 “많은 이들이 하는 인기 종목의 경우 잘하는 선수들 위주로 흘러가는 반면 아이스하키는 그렇지 않다”며 “다 같이 못 하다 보니 지도자분들도 초보자를 집중적으로 조련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 데블스는 3세 유아부터 14세 청소년까지 한 팀을 이루고 있다.

[취재 후기] 아버지 또는 연인과 스케이트를 탔던 때를 그려보면 수없이 넘어져도 마냥 행복했던 장면들이 떠오를 것이다. 아이스하키는 골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더해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뜻깊은 교훈을 주고 있다. 승패를 갈라야 한다는 틀에서 구애받지 않으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행여 지더라도 배우는 것이 더 많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