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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전명규 '자폭' 기자회견, 손혜원-젊은빙상인연대 입장에 해명 아닌 변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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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전명규 '자폭' 기자회견, 손혜원-젊은빙상인연대 입장에 해명 아닌 변명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1.21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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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심석희는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며 용기를 내 성폭행 피해를 폭로했다. 이후 빙상계에 종사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개혁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냈다. 그 중 하나는 빙상계 실세로 불리는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를 내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손혜원 의원 측과 젊은빙상인연대가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전 교수의 비위를 공개했던 손 의원은 또 다른 녹취와 함께 피해자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 전명규 한체대 교수가 21일 올림픽파크텔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손혜원 의원 “성폭행 피해 사실 인지한 전명규 직무유기”

공개된 12개의 파일에 따르면 앞서 공개된 것처럼 심석희의 기자회견을 자신이 막았다고 했고 조재범 전 코치에 대한 소송 취하를 위해 해당 선수들의 지인을 찾아 압박하라고 했다. 또 선수들에게 조 전 코치 탄원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합의에 응하지 않는 심석희를 비난하는 내용도 있었다.

손 의원은 “젊은 빙상인 연대가 피해자의 적극적 증언과 간접적 인정 등을 통해 확인한 피해 사례는 심석희 선수 건을 포함해 총 6건”이라며 “피해자들은 여전히 2차 피해와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때 빙상계에서 계속 머물기 힘들지 않을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10대 때 한체대 빙상장에서 스케이트 강습을 받던 중 빙상장 사설강사이자 한체대 전 빙상부 조교인 한 코치로부터 수회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는 빙상 선수 A 씨의 증언을 소개했다. 그는 수차례 강제적인 입맞춤과 신체접촉도 모자라 사적인 만남까지 강요했는데 이를 A 씨가 거부하자 폭언까지 퍼부었고 현재 이 선수는 당시 충격으로 링크를 떠났다는 것.

손 의원은 이같은 피해사례들이 많지만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어떤 제재나 불이익도 받지 않는 이유가 “전명규 교수 휘하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공개한 문자에선 성폭행 피해자 B가 “피해자는 저이고 죽고 싶단 생각을 수백 번씩하고 잠도 못자는 것도 저인데 가해자란 사람이 죽겠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고”한다며 “제가 그날밤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전명규 교수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전 교수는 “네가 빨리 벗어나길 바래. 그것이 우선”이라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손 의원은 “전명규 교수는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로부터 전달받아 충분히 인지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가해자는 여전히 빙상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명규 교수가 사건의 은폐에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손혜원 의원(오른쪽부터)은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 박지훈 자문변호사와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 교수의 비위 사실에 대해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젊은빙상인연대 “전수조사-한체대 감사-이기흥 사퇴”

젊은빙상인연대는 전명규 교수의 비위가 밝혀진 후에도 “빙상연맹이 ‘친 전명규 관리단체’로 변신해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했고 한국체대는 전 교수에게 고작 감봉 3개월의 하나 마나 한 징계로 면죄부를 줬다”고 했다.

이어 “조재범 전 코치와 심석희를 포함한 추가 성폭력 가해자 상당수도 전 교수의 제자들로 확인됐다”고 전 교수의 연관성에 대해 힘을 실었다.

이와 함께 젊은빙상인연대는 3가지를 요구했다. 첫째는 체육계 전반에 걸쳐 폭로된 체육계 성폭력에 대해 빠르고도 과감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체육계 성폭력의 항구적 근절을 위해 보다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달라는 것. 또 확정판결 난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는 각 경기단체 홈페이지에 실명을 공개하고 성폭력 빈발 경기단체에 대해선 정부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는 등 실질적인 제재안을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두 번째로 국립대인 한체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를 촉구했다. 전 교수를 비롯해 빙상계 성폭력 가해자와 은폐 세력 대부분이 한체대를 기반으로 탄탄한 그들만의 왕국을 구축해왔다는 게 그 이유. 한체대의 정상화없인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셋째론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대한체육회는 체육계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이기흥 회장과 대한체육회는 빙상연맹 해체라는 ‘꼬리자르기’로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는데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대한체육회 수뇌부는 이미 국민과 체육계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 전 교수는 제대로 된 해명보다는 변명에 가까운 말들만 늘어놨다. [사진=연합뉴스]

 

◆ 부인하기 바빴던 전명규, 그릇된 인식만 확인

이들의 폭로가 이어진 뒤 전명규 교수는 오후 3시 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늦게나마 국민께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그 내용은 반성보단 변명에 가까웠다.

성폭행 은폐 의혹에 대해선 “성폭력 관련해서 전부 알 수 없다.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를 상습 폭행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심석희는 어려서부터 조재범 코치에게 스케이트를 배웠고 한체대에 입학해서도 대표팀 소속으로 선수촌에서 훈련했다.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다. 심석희에게 미안하고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폭력 부분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던 그는 조 전 코치의 탄원서를 선수들에게 받아오라고 강요했던 녹취에 대해선 “조재범 전 코치가 구속되기 전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젊은빙상인연대의 어떤 사람이 전명규와 관련된 비리 내용을 주면 합의서를 써 주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해서도 그 내용을 확인했다”며 “녹취에 나온 여러 가지 과격한 표현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조재범도 내 제자다. 지금 상황(성폭행 폭로)이 발생하기 전 조재범이 구속됐다는 상황에 대해선 조금 과하다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전 교수는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와 합의를 거부한 것에 대해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건 사람이 아니야. 얘(조재범)가 10개월을 살든 한달을 살든 얘는 지금 만신창이가 돼 있는데 이거 여기서도 (합의를) 안 해주면 나는 이해를 못해”라고 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징역 10개월도 너무 가벼운 것이라고 논란이 됐지만 그 정도의 폭행으론 형을 살지 않아도 되는 정도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폭력에 대해 얼마나 둔감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발언이다.

답변 자체를 피하는 것도 많았고 정황을 제시해도 “사실과 다르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제대로 된 해명보다는 궁색한 변명들만 늘어놨다.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돼도 이러한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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