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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붉은 달 푸른 해' 김선아, 데뷔 23년차 배우가 전하는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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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붉은 달 푸른 해' 김선아, 데뷔 23년차 배우가 전하는 고마움
  • 심언경 기자
  • 승인 2019.01.2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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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지난 2005년 MBC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던 김선아다. 그 여세를 몰아 김선아는 SBS '여인의 향기', '시티홀'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출연작들은 그녀의 열연에도 시청률의 부침을 겪었고, 브라운관 속 그의 존재감도 자연스레 옅어졌다. 

그리고 2017년, 김선아는 JTBC '품위있는 그녀'로 야심차게 돌아왔다. 이어 그는 2018년 SBS '키스 먼저 할까요?', MBC '붉은 달 푸른 해'를 통해 대상, 베스트커플상,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며 다시 한번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Q(큐) 심언경 기자] 배우 김선아가 어느덧 데뷔 23년차를 맞이했다. 잔뼈가 굵을 대로 굵었을 세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김선아는 여전히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다. '붉은 달 푸른 해'의 최정규 감독과 도현정 작가부터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함께 했던 친구 예지원까지, 모두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전한 그다.

어쩌면 김선아가 배우로서 23년을 버텨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 고마움 덕분일지도 모른다. 주어진 상황에 매번 감사했던 그였기에 늘 겸손할 수 있었고 배울 수 있었고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김선아의 '붉은 달 푸른 해' 종영 인터뷰가 이뤄졌다.

 

[사진=굳피플엔터테인먼트 제공]

 

# 감독, 작가에 배우까지 '붉은 달 푸른 해' 웰메이드 드라마로 이끌다

지난 16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 연출 최정규)는 차우경(김선아 분)이 녹색 옷을 입은 소녀를 만난 뒤 의문의 사건과 마주하면서, 시를 단서로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틸러다. 아동학대라는 민감하고 무거운 소재를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잘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호평의 중심에는 배우 김선아가 있었다.

김선아는 '붉은 달 푸른 해'에서 차우경 역을 맡았다. 차우경은 동생에 대한 아픈 기억을 지운 채로 살아가다가 교통사고를 계기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다. 김선아는 평범한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어딘가 결핍된 차우경에 대해 "'어른아이'다. 마음이 성숙하지 못한 어른 같다"고 설명했다.

차우경은 의문의 교통사고를 낸 뒤 극적으로 세계관이 뒤바뀌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선아는 차우경이 굉장한 감정 컨트롤이 필요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차우경의 감정선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대본을 정독했다고 밝혔다.

"항상 대본에 있는 쉼표,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까지도 유의깊게 봐요. 작가님들이 지문을 왜 이렇게 썼을지, 인물은 왜 이런 감정을 가졌을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죠. 대본을 읽고 또 읽으면 답이 나올 때가 많아요."

김선아는 차우경을 설명할 때 "다가가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덧붙였다. 그는 차우경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최정규 감독과 얘기를 자주 나눴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최정규 감독의 정확한 디렉션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감독님의 디렉션은 굉장히 정확했어요. 심지어 감독님은 차우경의 톤으로 말씀하셨죠. 하하. 감독님은 대본을 6개월 이상 보신 분이니까요. 그래서 감독님의 디렉션에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어요. 어떤 질문을 해도 흔들리지 않는 감독님이 계셔서 정말 의지할 수 있었어요. 너무 감사하죠."

김선아는 최정규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도현정 작가의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다 챙겨봤을 정도로 평소 도현정 작가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밝힌 김선아는 대본 예찬을 펼쳤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떻게 이런 작품이 다 있나 싶었죠. 대본을 받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어요. 굉장히 친절하고 꼼꼼하고 치밀하게 짜여있어요. 시놉시스에 이미 14부까지 모든 구성이 녹아있었죠. 굉장히 놀랐어요. 작가님이 이미 구성한 방향대로 대본이 흘러가는 게 너무 멋있었어요."

 

[사진=굳피플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정규 감독의 완벽에 가까운 디렉션과 도현정 작가의 탄탄한 대본은 '붉은 달 푸른 해'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결국 작품을 의도대로 표현해내는 것은 오롯이 배우의 몫이다. 김선아는 '붉은 달 푸른 해'가 끝까지 웰메이드 드라마일 수 있었던 것을 함께 연기한 이이경, 남규리, 차학연의 공으로 돌렸다.

"이이경 씨는 천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연기자예요. 본인은 계속 '이걸 할 수 있을까요'라면서 의문을 가졌는데 너무 잘했어요. 노력도 많이 하고 정말 좋아하는 걸 잘하는 친구예요. 앞으로가 너무 기대돼요. 남규리 씨는 보고 많이 놀랐어요. 감정이 적절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끊임없이 연구하더라고요. 차학연 씨도 마찬가지였어요. 늘 차분하고 성실했죠. 배울 점이 많았어요. 이런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덕분에 끝까지 잘 할 수 있었어요."

결국 '붉은 달 푸른 해'는 최정규 감독, 도현정 작가 그리고 출연자들의 합이 잘 맞아떨어진 수작이었다. 그래서일까, 김선아는 전 출연진들이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시즌2 제작을 바라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든 출연진들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많아요. 다들 시즌2 제작을 원하고 있어요. 이렇게 다들 시즌2를 바라면서 진행된 종방연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차학연 씨가 다시 살아나서 시즌2를 했으면 좋겠어요. 다시 또 할 수만 있다면 정말 열심히 할게요. 하하."

# 13년만에 연기상 안긴 '붉은달 푸른해' 그리고 '키스 먼저 할까요?'

김선아는 상복이 많은 배우다. 지난해 '붉은 달 푸른 해'로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을, '키스 먼저 할까요?'로 SBS 연기대상에서 상대역 감우성과 함께 대상과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김선아에게 대상과 베스트커플상은 지난 2005년 MBC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13년 만의 수상이었기에 더욱 빛났다.

"13년 만의 수상이라는 말을 듣고 '내가 진짜 연기를 열심히 해왔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매년 작품을 해도 호평을 얻기가 쉽지 않거든요. 상이 그냥 오는게 아니잖아요. 작품을 선택하고 또 좋은 캐릭터를 만나기까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만감이 교차했어요. 자극도 많이 받았어요. 더 열심히 하란 뜻으로 받아들였죠. 13년 만이라는게 많이 컸던 것 같아요." 

'붉은 달 푸른 해'로 받은 최우수연기상 역시 김선아에겐 의미가 있었다. 고생 끝에 얻은 상인 만큼 김선아에겐 값진 결과였다. 그는 감정 소모가 유달리 많은 차우경 역을 연기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끊임없이 마인드컨트롤을 해야만 했는데, 이때 예지원의 역할이 컸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거의 한두 달 감정적으로 시달리다 보니까 마지막에 많이 힘들었어요. 밥을 잘 못먹을 정도였죠. 예지원 씨가 정말 많은 도움을 줬어요. 개인적으로 너무 고마워요. 이런 드라마를 처음 한다고 하니 매번 '괜찮냐', '뭐하냐' 등의 연락을 해줬고 비타민을 현장에 보내주기도 했어요. '키스 먼저 할까요?'의 미라가 현실에서 나타난 거죠. 미라 같은 친구를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 같은데,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고마웠어요. 열심히 해서 보답하는 것 밖에는 길이 없다는걸 느꼈어요."

 

[사진=굳피플엔터테인먼트 제공]

 

# '품위있는 그녀'부터 '시크릿 부티크'까지, 김선아의 '열일' 행보는 계속된다

현재 김선아는 차기작으로 SBS '시크릿 부티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시크릿 부티크'는 여성이 중심이 되어 서사를 끌어가는 워맨스 치정 멜로물이다. '시크릿 부티크'는 과거 김선아와 '여인의 향기'로 호흡을 맞췄던 박형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시크릿 부티크'는 여성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예요. '품위있는 그녀' 같은 느낌도 들어요. '붉은 달 푸른 해'의 차우경처럼 어디에서도 못 본 캐릭터를 맡게 될 것 같아요. 감독님만의 스타일이 많이 가미되면서 더욱 재밌을 것 같아요. 감독님만의 감성이 있어서 기대돼요."

김선아는 지난 2017년 JTBC '품위있는 그녀'를 시작으로, 지난 2018년 SBS '키스 먼저 할까요?', MBC '붉은 달 푸른 해'까지 근 2년을 쉴 새 없이 달렸다. 그는 특히 '붉은 달 푸른 해'로 이미 많은 에너지를 소진한 상태. 그럼에도 SBS '시크릿 부티크' 출연을 조율 중인 김선아에게서 연기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고민을 좀 했었어요. 하지만 체력만 된다면 하고 싶을 정도로 작품이 너무 좋았어요. 박형기 감독님을 이번 주에 뵐 예정이에요. 잠시 현장을 떠나 계셨는데, 이번 작품을 하신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많이 비우고 촬영에 임하려고요.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취재후기] 김선아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배우였다. 그는 질문 하나를 던지면 열 개의 답을 내놓았다. 그의 말은 마냥 장황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출연작에도, 함께 한 사람들에게도, 자기 자신의 감정에도 충실한 덕분이었다. 

김선아가 연기를 한지 벌써 스무해가 훌쩜 넘었다. 그럼에도 인터뷰에 응하는 그의 자세는 신인 못지않은 열정 그 자체였다. 왜 김선아가 여전히 '배우 김선아'일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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