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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벤투 감독 무의미한 '점유율 축구', 슈틸리케 전철 밟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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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벤투 감독 무의미한 '점유율 축구', 슈틸리케 전철 밟지 않기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1.26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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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7승 4무, 11경기 연속 무패.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였다. 파울루 벤투(50) 축구 대표팀 감독이 부임 후 나선 가장 큰 대회에서 무색무취 축구로 아쉬움만을 남겼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UAE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패해 8강에서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도자 커리어에서 천양지차를 보이지만 초반 상황만 놓고 보면 아름답게 시작해 최악의 마무리를 한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이 떠오른다.

 

▲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왼쪽에서 2번째)이 25일 카타르와 아시안컵 8강전에서 패한 뒤 정우영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슈틸리케는 부임 초기 치른 아시안컵에서 ‘늪 축구’를 펼치며 준우승을 달성했지만 ‘갓틸리케’로 불렸다.

그러나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약체들을 상대로 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은 무사통과했지만 최종예선을 치르며 고전을 거듭했다. 슈틸리케호는 이란 원정에서 유효슛을 단 하나도 날리지 못하고 패했고 그의 별명은 어느새 ‘슈팅영개’로 바뀌어 있었다.

경기를 거듭하며 그의 철학 자체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 졸전을 치르고도 점유율의 우위를 강조하며 변명을 하곤 했다. 이에 대한 따끔한 지적엔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며 ‘수틀리케’라는 웃지 못할 별칭까지 얻었다.

유효슛을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언론을 대하는 자세가 부드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무엇인지도 모를 철학이 경기력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의미 없는 점유율 축구를 앞세운 슈틸리케호는 그간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중국에도 패했다. 이른바 ‘창사 참사’. 비극은 끝이 아니었다. 카타르에 져 ‘도하 참사’를 다시 한 번 겪고서야 대한축구협회는 그를 경질했다.

벤투 감독에게서 슈틸리케의 향기를 느끼는 것은 단순히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전술적 색깔이 경기에 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 화려한 등장과 달리 밑바닥을 드러내며 최악의 이별을 했다. [사진=스포츠Q DB]

 

기성용과 이재성을 부상으로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다고는 하지만 유럽에서도 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는 손흥민과 골 감각이 절정에 달한 황의조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벤투 감독의 전술 속에선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고립돼 버렸다.

벤투호의 선수들은 좁은 중앙 지역의 틈을 노리면서 그 주변에서만 공을 돌리며 맴돌았다. 이따금씩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던 과정에서 패스미스를 남발하기도 했다.

특히 바레인과 16강전, 카타르와 8강전에서 각각 점유율 70.5%, 60.3%로 앞섰고 패스 성공률도 79.6%, 87%로 높았다. 그러나 두 경기 모두 유효슛이 단 2개씩만 나왔다는 걸 보면 얼마나 비효율적인 공 돌리기를 했는지를 알 수 있다. 벤투 감독이 내세우는 ‘빌드업 축구’는 아직직은 분명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을 맞아 상대팀들은 하나같이 물러서 경기를 치를 게 뻔했지만 벤투 감독은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했고 매 경기 4-2-3-1 포메이션만을 고집했다. 결과는 15년 만에 8강 탈락이었다.

물론 섣불리 벤투 감독과 슈틸리케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감독으로서 보여준 커리어 차가 현격하고 아무런 특색이 없었던 슈틸리케의 훈련 방식과 달리 벤투 체제에서는 선수들이 하나 같이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아시아 축구, 한국 축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보다 명확히 자신의 축구 철학과 전술에 대한 이해를 시키지 못한다면 그의 야심찬 ‘빌드업 축구’는 슈틸리케 시절 뒤에서만 공을 돌려 점유율을 높였던 ‘뒷키타카’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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