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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모먼트] 현대모비스 '만년조연' 함지훈의 주인공 변신, 8할은 코트 밖 양동근 덕?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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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모먼트] 현대모비스 '만년조연' 함지훈의 주인공 변신, 8할은 코트 밖 양동근 덕?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1.27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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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학생체=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어제 (양)동근이 형한테 한소리 들었다.”

부상으로 전력 외로 분류돼 있는 양동근(38)의 존재감은 코트 밖에서도 빛났다. 짜릿한 역전 결승골울산 현대모비스에 승리를 안긴 함지훈(35)은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양동근을 떠올렸다.

함지훈은 2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4라운드 방문경기에서 경기 종료 6초 전 승부를 뒤집는 레이업슛으로 팀에 86-85 승리를 선사했다.

 

▲ 울산 현대모비스 함지훈(오른쪽)이 27일 서울 SK전에서 경기 종료 6초전 승리를 가져오는 레이업슛을 던지고 있다. [사진=KBL 제공]

 

경기 내내 외국인 선수들의 치열한 득점 경쟁이 펼쳐졌다. 현대모비스 귀화 선수 라건아는 33득점 13리바운드, 섀넌 쇼터는 18득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펄펄 날았고 SK에서도 애런 헤인즈가 36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 새 외국인 선수 크리스토퍼 로프튼도 3점슛 3방을 포함해 13득점으로 분전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린 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함지훈이었다. 27분 동안 뛰며 6득점 7리바운드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기록을 쓴 함지훈이지만 마지막 10초 만에 자신의 진가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양 팀은 4쿼터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나온 헤인즈의 미들슛으로 82-85, 점수는 3점 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라건아의 훅슛으로 1점 차로 추격했다.

김선형의 3점슛이 빗나갔고 유재학 감독은 작전 타임을 불렀다. 단 한 번의 공격 기회. 유재학 감독은 함지훈에게 공을 넘기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은 라건아가 마무리하는 정석적인 작전이었다. 센스가 뛰어난 함지훈이 라건아에게 기회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함지훈은 패스 대신 골밑을 파고들었고 결국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끝냈다.

 

▲ 함지훈(왼쪽에서 2번째)가 득점 이후 배수용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유재학 감독은 “상대 트랩 수비가 들어오면 시간이 지나가니 페인트 존에서 처리하려고 생각했다”며 “지훈이가 마무리를 잘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함지훈은 “원래 공을 잡는 것까진 맞았고 잡아서 (라)건아가 포스트 플레이를 하면 주려고 했다”면서도 “줄 공간이 공간이 좁았고 건아가 완벽히 상대 센터를 스크린 걸어줘 앞사람만 제치면 쉽게 넣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함지훈은 뛰어난 포스트 능력과 뛰어난 센스로 좋은 평가를 받지만 직접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기회를 열어주는 데에만 주력해 유재학 감독으로부터 질책을 받곤 했던 터였다. 이를 잘 아는 SK로서도 쉽게 생각하기 힘든 공격 패턴이었다. 그렇기에 적극성이 돋보인 함지훈의 공격은 더욱 놀라웠다.

이어진 함지훈의 답변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양동근에게 한소리를 들었다고 밝힌 그는 “어제 경기 종료 4초 정도 전에 찬스가 왔다. 파울을 얻어내든 골을 넣든 했어야 되는데 (오)용준이 형에게 패스를 주는 바람에 공격 기회가 무산됐다”며 “이를 두고 동근이 형이 '무조건 네가 욕심내서 해야 된다'고 잔소리를 해서 오늘은 내가 해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들어갔는데 생각대로 잘 됐다”고 밝혔다.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활약도 여전했다. 6초가 남은 상황에서 팀 파울이 걸리지 않았다는 걸 파악한 함지훈은 파울로 끊었고 SK의 공격시간 3초가 날아가 버렸다. 이어 역전을 노리는 헤인즈의 마지막 공격을 파울 없이 침착하게 막아낸 것. 그는 겸손히 “건아가 뒤에서 도움 수비를 해줘 부담 없이 수비를 했다”는 것.

현대모비스는 주전 가드 양동근과 이대성, 토종 센터 이종현이 부상으로 빠져나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함지훈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는 함지훈이 해결사 본능까지 발휘하는 순간 현대모비스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함지훈의 변신이 놀라우면서도 반가운 현대모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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