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SQ포커스] '태양' 선동열 진 자리에 '달' 김경문 뜨게 된 배경은?
상태바
[SQ포커스] '태양' 선동열 진 자리에 '달' 김경문 뜨게 된 배경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1.28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곡동=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어려운 상황에서 피하는 모습은 보이기 싫었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수락하게 됐다.”

김경문(61) 감독다운 대답이다. 또 다시 한국 야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김경문 전 NC 다이노스 감독이 소방수로 나섰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영광 이후 11년이 지나 여전한 승부사 기질을 안고 한국 야구 대표팀에 돌아왔다.

28일 한국 야구 대표팀에 정식 부임한 김경문 감독은 “선동열 전 감독 마음 속 고충은 감독을 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을 것”이라며 “선 감독 마음까지 합쳐 좋은 결과를 내보고 싶다”고 밝혔다.

 

▲[도곡동=스포츠Q 주현희 기자] 김경문 감독은 부임 기자회견에서 선동열 감독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 신화를 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경문 감독은 당시에도 선동열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게 됐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를 이끌고 2005, 2006년 두 시즌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던 선동열 감독이 고사한 대표팀 사령탑을 김경문 감독이 받아들였었다. 11년이 지나 비슷한 상황에 또 다시 후배의 뒤를 이어 어려운 자리를 수락하게 된 것. 

선동열 전 감독은 2020 도쿄 올림픽 메달을 꿈꾸며 2017년 7월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부임했다. 선 전 감독이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에 관한 공정성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불명예스런 자진 사퇴를 선택하게 됐고 대표팀 수장은 다시 공석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는 김경문 감독을 1순위에 두고 감독직을 제안했고 김 감독은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마음고생이 심했을 선동열 전 감독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를 모두 챙겨보면서 가슴이 짠했다.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 가장 힘들 때가 아무리 약한 팀을 상대하더라도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와 이겨도 승리에 대한 값어치를 못 매길 때다. 선 전 감독이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기대에 못 미쳤던 경기력은 논외로 하더라도 선수 선발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까지 출석해야 했다. 이를 모두 지켜본 김 감독은 같은 지도자로서 선 전 감독의 상황에 깊이 공감했다. “11년 전 내가 선수들을 선발했을 때도 그렇고, 어떤 감독이 선발하더라도 조금씩 문제는 있었다”며 “내가 (추후에) 선발하고 나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최대한 납득할 수 있을 명단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사령탑 후보 1순위였던 선동열(왼쪽) 전 감독은 올림픽 예선까지 투수코치로 김경문 감독을 곁에서 보좌했다. [사진=연합뉴스]

 

“나 혼자가 아닌 기술위원회, 코칭스태프와 편안한 대화를 통해 명단이 나왔을 때 90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납득이 가는 선수들을 뽑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기량적인 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잣대에서도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로 적합한지를 고려하겠다는 말이다.

하여 “올해 11월 국내서 열리는 2019 프리미어12에 모든 초점을 맞춰 홈에서 하는 예선인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로 국민들에게 보답하겠다”는 포부도 잊지 않았다. 프리미어12는 도쿄 올림픽 예선전을 겸하는 대회다. 올림픽 자동출전권을 갖는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오세아니아 출전국 중 1위를 해야 도쿄올림픽에 직행한다.

프리미어12에서 올림픽 티켓을 따지 못할 경우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예선전을 통과한 뒤 세계예선전에서 출전권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 아시아예선 1~2위 팀이 세계예선에 나설 수 있다. 세계예선전에선 6개 팀 중 2위까지 올림픽에 나간다.

선동열 전 감독이 어려운 상황을 거쳐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기에 뒤를 잇는 김경문 감독의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를 향한 야구팬들의 기대치가 크기도 하지만 성적 뿐만 아니라 신경써야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과거 올림픽에서 더할 나위 없는 신화를 썼던 점 역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이 부임하고자 마음 먹은 데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한국 야구와 선 전 감독에 대한 애정 역시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