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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스카이캐슬' 김서형, 26년 내공 김주영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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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스카이캐슬' 김서형, 26년 내공 김주영에 담다
  • 이승훈 기자
  • 승인 2019.01.3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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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 "뭐든 해낼 수 있는 배우 될래요"

[200자 Tip!]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스카이캐슬’의 김서형이 그러하다. 계속해서 보고 싶기도 하지만, 김서형이 연기하는 김주영이 워낙 뇌리에 강하게 박혀 한 번만 봤음에도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오랜 연기 내공이 탄탄한 덕분일까. ‘스카이캐슬’ 속 김서형은 미세한 시선 처리 하나도 허투루 볼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다 못해 소름 돋을 정도로 철저했다. '스카이캐슬' 김주영은 ‘김서형의, 김서형에 의한, 김서형을 위한’ 캐릭터였다.

[스포츠Q(큐) 이승훈 기자] 최근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유행처럼 떠도는 말이 있다. ‘스카이캐슬을 모르면 간첩’. 특히 '스카이캐슬'의 김서형은 강렬함을 넘어 지독할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뽐내며 전 국민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말 그대로 ‘김서형 열풍’인 셈이다.

자로 잰 듯,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이는 몸짓과 툭툭 내뱉는 특유의 말투로 기쁨, 슬픔, 우울, 고독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김서형. 이러한 내공이 쌓이기까지 그는 평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어떤 식으로 고찰해왔을까. ‘스카이캐슬’을 넘어 김서형이 생각하는 ‘연기’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스카이캐슬(SKY캐슬)' 종영 인터뷰에서 김서형은 “김주영으로부터 ‘빠져나왔다’ 보다는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니까 편해졌다”면서 드라마 촬영을 모두 마친 뒤 홀가분한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스카이캐슬' 김서형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 안정적인 연기력에 헤어·의상까지, 26년의 연기 노하우가 만든 ‘스카이캐슬’ 김주영

“시청자들이 감탄할 정도의 경지가 됐다고는 생각 안 해봤어요. 항상 잘 하려고 했었죠. 시청률이 낮게 나올 때도 열심히 하는 마음은 늘 같았어요. 때문에 ‘스카이캐슬’을 통해 대중들이 좋게 봐주시는 게 정말 감사해요”

맞다. 김서형은 항상 한결같았다. 지난 1994년 KBS 1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SBS ‘파리의 연인’(2004), MBC ‘굳세어라 금순아’(2005) 등 가족애와 로맨스를 다룬 작품부터 악역의 새로운 판도를 만들어낸 SBS ‘아내의 유혹’(2008), 시트콤인 MBC ‘엄마가 뭐길래’(2012)까지. 그는 매번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은 필모그래피를 만들었다.

또한 김서형은 국회를 배경으로 정치 스토리를 풀어낸 KBS 2TV ‘어셈블리’(2015)와 법정 이야기를 다룬 tvN ‘굿와이프’(2016)로 장르물까지 섭렵했다.

하지만 이처럼 탄탄한 작품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달 1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스카이캐슬’ 속 김주영을 통해 ‘김서형의 재발견’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수식어를 얻었다. 10년 전 ‘아내의 유혹’ 이후 이토록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김서형은 “내가 김주영을 연기했지만, 모니터를 할 때마다 나조차도 ‘숨을 못 쉬겠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기가 빨리거나 무서울 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저 사람이 김서형 맞아?’하는 지점도 있었다. 김주영이 집에서 마왕 음악을 듣는 장면은 못 보겠더라”면서 ‘스카이캐슬’에 완벽하게 몰입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설정이 사교육 전선에서 보면 전문직이다. 전 작품에서 연기했던 역할들과 비슷한 맥락이기 때문에 외형적인 부분을 생각하는 시간이 빨랐던 것 같다”면서 비주얼 측면으로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던 김주영을 언급했다.

김서형은 ‘스카이캐슬’에서 매회 머리카락을 모두 뒤로 쓸어 올린 올백 헤어스타일과 블랙 컬러의 의상으로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를 극대화시켰다. 비록 정해진 원칙은 없지만, 여배우로서 화면에 아름답게 나오고 싶은 욕심은 없었을까? 김서형은 “드라마를 찍을 때마다 예쁜 게 중요하진 않았다. 그런 강박관념도 없다”면서 오히려 당당하게 촬영에 임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또한 김서형은 “김주영의 포인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점이다.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을 만날 때 ‘강하게 보일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가 블랙을 선택했다. 특히 딱딱함을 유지하기 위해 터틀넥을 주로 입었다. 연기를 하다보면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데 터틀넥을 입으니까 목을 항상 꼿꼿하게 세우게 된다”며 의상에도 디테일하게 관여한 심정을 전했다.

올백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는 “사실 감독님께 풀어헤친 머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웨이브를 넣어서 앞머리를 내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첫 촬영 때 올백을 하고 갔다.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이 오히려 김주영의 과거를 감추는 게 아닌가 싶어서 한 올 한 올 전부 올렸다. 비주얼을 먼저 정하고 대사 톤을 잡았다”고 말했다.

 

'스카이캐슬' 김서형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 감정선에 따른 표정 연기의 비결은? “배우들 간 사담 나누지 않았어”

“김주영이랑 함께 있는 장면이 많은 이현진과 촬영장에서 ‘밥 먹었어?’, ‘왔어?’ 이외의 사담을 나눠 본 적이 없어요. 19회 전까지는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 만났는지 몰랐기 때문에 친해지는 게 오히려 몰입에 방해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김서형은 ‘스카이캐슬’의 김주영 그 자체였다. 특히 그는 극 중 염정아(한서진 역)와 김혜윤(강예서 역), 이태란(이수임 역) 등을 만날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연기와 눈빛으로 드라마의 흡인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현실감 넘치는 연기 뒤에는 김서형의 혹독한 노력이 있었다. 이현진에 이어 조미녀와도 거리를 유지했다. 그는 “극 중 딸로 등장하는 조미녀(케이 역)와는 대본 연습 때 이후 만날 때마다 인사만 했다. 조미녀가 현장에서 사진을 찍자고 해도 ‘나중에’라면서 자리를 피했다”고 고백했다. ‘스카이캐슬’ 속 인물들의 서사가 밝혀질 후반부에 감정을 폭발시키기 위해 자주 마주치는 배우와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심지어 김서형은 “염정아 언니랑도 ‘힘드셨죠?’ 혹은 캐릭터에 관한 얘기만 했어요. 언니가 조금이라도 웃으려고 할 때는 ‘저 웃기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할 때도 있었죠. 정아 언니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서로 맡은 역할에 집중하고 있을 땐 은근슬쩍 눈을 피하곤 했어요”라면서 평소에도 김주영의 심리를 이어가려 했다고 덧붙였다.

김서형은 ‘스카이캐슬’ 속에서 자신의 뒤를 묵묵히 지켜온 이현진(조선생 역)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나중에 조선생과 김주영의 인연이 밝혀질 때 이입을 잘 못할까봐 신경을 많이 못썼다”면서 이현진을 향해 미안한 마음도 드러냈다.

“종방연 때 현진이가 본인 분량보다 김주영의 모습을 더 열심히 봤다고 하더라고요. 많이 챙겨주지 못해서 그런가. 눈물이 났어요. 조선생에게 서류를 던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가 잘못해서 가방으로 때리는 신도 기억에 남아요. 방송에 나오지는 않았는데 현진이가 떨어진 제 가방을 태연하게 주어서 툭툭 터는 모습이 있었어요. 그 장면을 보고 ‘쟤 완전 조선생이다’라면서 감동을 받았죠. 그동안 김주영을 안쓰럽고 애처롭게 바라봤었구나 싶은 생각에 짠하기도 했어요. 그 이후로 현장에서 현진이한테 사소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웃음)”

 

'스카이캐슬' 김서형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스카이캐슬 김주영’과 ‘배우 김서형’의 바람

이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스카이캐슬’의 1회 시청률은 1.7%였다. 전작이었던 ‘제3의 매력’이 2.9%로 종영한 점을 생각하면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는 걸 방증하는 수치다.

하지만 폭발력은 엄청났다. ‘스카이캐슬’은 첫 방송 이후 한 주 만에 3-4%P가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 26일 방송된 19회에서는 23.2%(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JTBC 역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가히 ‘종합편성채널의 성공신화’라고 부를 법하다.

그렇다면 그 누구보다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할 수밖에 없는 배우, 제작진과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김서형은 “시청률을 떠나서 출연진들이 전부 눈에 불을 키고 작품에 임했다”면서 겸손한 듯한 입장을 보였다.

“1화에 나온 영재네 가족 이야기를 보고 다들 부담스러워했어요. 정아 언니랑 ‘이렇게 영화처럼 찍고 연기를 잘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면서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바빴죠. 그래서 시청률과 상관없이 ‘드라마가 지금처럼만 나오면 나 또한 연기 열정에 불을 지피리라’며 다짐했어요. 솔직히 수준급 연기력을 보유한 배우들만 모아놨잖아요. 제가 기죽을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스카이캐슬’ 자체가 이끌어갔다고 생각해요”

김서형은 “다음 작품이 무엇일지 저도 궁금하다. ‘김서형의 전성기’라기 보다는 앞으로 뭐든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김서형에게는 뭘 줘도 다 해낼 수 있구나’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폭 넓은 연기를 하고 싶다“라며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마지막회 시청률에 대해 재치 있는 대답을 선보이며 취재진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30%까지는 못 넘을 것 같고, 25%만 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 뒤에 어떤 작품이 와도 정점이지 않을까요?”

[취재후기] 김서형은 굉장히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그는 인터뷰 중간 중간마다 “난 매 작품마다 늘 열심히 해왔었다”며 ‘스카이캐슬’이 유독 관심을 많이 받는 것에 대해 속상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이 결코 자만심으로 비춰지거나 과시하려는 태도로 보이지는 않았다. 김서형은 그런 말을 하기에 충분했고, 또 실제로도 그래왔기 때문이다.

끝으로 그는 차기작에 관해 멜로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가당치 않게?’라며 조금은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스카이캐슬’ 속 김주영을 김서형이 완성시킨 것처럼 김서형만의 로맨스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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