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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랜드 레니, '진짜 창단 감독'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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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랜드 레니, '진짜 창단 감독'인 이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31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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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 아마축구부터 K리그까지 현장 돌며 자신 전술 맞는 선수단 구성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마틴 레니(40) 감독처럼 열정적인 지도자를 이전에 본 적이 없어요. 창단된 팀으로부터 임명를 받은 감독이 아니라 함께 팀을 만든 '진짜 창단 감독'이죠."

K리그 신생팀 서울 이랜드 FC의 박상균 대표이사는 레니 감독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 화이트캡스를 이끌었던 레니 감독이 지난해 7월 선임된 뒤 한국에 들어와 함께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전술에 맞는 팀을 만들어왔다는 설명이다.

서울 이랜드는 지난 29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과 효창운동장에서 가진 '퍼스트 터치 2015' 행사를 통해 공식 출범을 알렸다.

박상균 대표는 서울 이랜드 창단 과정에서 레니 감독이 선수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자신의 전술에 맞는 선수인지를 모두 검토해봤다고 설명했다. 또 대학 경기와 K3 등 아마추어 경기까지 현장을 찾아 선수들의 기량을 모두 점검해왔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FC의 마틴 레니 감독이 29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물론 서울 이랜드도 지원 스태프에 전력분석관과 스카우트를 포함시키긴 했지만 마지막 결정은 레니 감독이 했다는 것이다.

이는 레니 감독과 걸어왔던 행보와 관련이 있다. 레니 감독 역시 MLS가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아무 것도 없는 제로베이스에서 창단팀을 이끌어 일궈낸 경험이 있다.

◆ 즐기는 축구로 팬들에게 사랑받겠다

레니 감독은 2007년 클리블랜드 시티 스타즈라는 팀의 창단 감독을 지냈다. 클리블랜드 시티는 2006년 말 창단된 뒤 지휘봉을 그에게 맡겼다. 미국의 2부와 3부에 있던 이 팀은 2009년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해체됐지만 레니 감독은 이 팀의 창단 감독으로 역사에 남아있다.

3부에서 시작한 이 팀은 2007년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뒤 플레이오프에서 4강까지 올랐다. 그 다음 해에는 정규리그 3위와 함께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하며 2부 승격을 이뤄내기도 했다.

레니 감독의 축구 철학은 이때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 올해 K리그 챌린지(2부)에서 시작하지만 즐거운 축구,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성적을 통해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하는 것도 목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팬을 기본으로 한다.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해야만 FC 서울과 '서울 더비'도 치를 수 있고 더 많은 관중들을 끌어모아 K리그의 부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FC의 마틴 레니 감독(가운데)이 29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영광(왼쪽), 김재성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재 레니 감독은 자신이 짜놓은 스쿼드에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포항에서 활약했던 미드필더 김재성과 골키퍼 김영광을 영입해 팀의 중심을 잡았다. 또 밴쿠버 시절 사제 인연을 맺었던 칼라일 미첼이라는 강력한 중앙 수비수를 데려왔다. 골키퍼 김영광과 트리니다드 토바고 대표팀 출신인 미첼의 조합만으로 왠지 탄탄함이 느껴진다.

레니 감독은 "첫 훈련을 하면서 매우 긍정적이다. 선수들도 너무나 즐거워한다"며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려는 것이 첫 목표다. 기술과 신체, 심리 등 포괄적으로 잠재력을 끌어올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은 선수가 없어 개념이 잡히지 않았는데 이제 선수들이 모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모습이 하나하나씩 나타나게 될 것이다.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전술의 큰 틀도 잡혔다"며 "선수들 본인이 즐거워하는 축구가 팬들에게 매력적인 축구"라고 밝혔다.

◆ 8주 훈련이면 충분, 젊은 나이도 문제되지 않아

이미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의 각 팀은 동계 전지훈련이 한창이다. 벌써 1차에 이어 2차 전지훈련도 마친 곳도 있다. 몇몇 구단은 2월부터 시즌에 들어가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

하지만 레니 감독은 왠지 느긋해보인다. 28일에 첫 훈련을 시작했고 29일에는 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팬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은 평가받을만 하지만 신생팀으로서 너무 안일한 준비는 아닌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8주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레니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같은 최상위팀도 훈련기간이 길지 않다. 8주를 넘어서지 않는다"며 "선수들도 훈련기간이 짧은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스스로 몸을 잘 만들어왔다면 그 정도 기간이면 충분히 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FC의 마틴 레니 감독이 29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퍼스트 터치 2015 행사에서 팬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또 K리그 챌린지에는 젊은 감독보다 노장이 많다. 대부분이 50, 60대다. 이에 비해 레니 감독은 이제 갓 40을 넘겼다. K리그 챌린지에서 최연소 감독이다.

그러나 레니 감독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레니 감독은 "물론 경험많은 감독들에게 배울 것은 풍부하다. 마음을 열어놓고 공부할 것이 있으면 배움을 자청하겠다"며 "하지만 나이 많고 경험 많은 감독에 내가 밀릴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이대로 감독을 했다면 펩 과르디올라 감독 같은 지도자가 왜 나왔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K리그 전체적으로는 어린 감독을 선호하지 않느냐"며 "나도 20년 가까이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경험이라면 나도 만만치 않다"고 웃어보였다.

레니 감독은 지난 5개월도 함께 되돌아봤다. 그동안 국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찾으러 다녔던 것에 대한 결과물이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한국 문화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레니 감독은 "갑자기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이미 5개월 전부터 한국에 머물면서 팀을 만들어왔다. K리그 전반적인 것도 파악했고 문화 적응도 충분히 했다"며 "한국말도 간단한 인사와 최소한의 의사소통 정도 할 수 있다. 성공한 외국인 지도자의 요건이 현지 적응인만큼 이에 대한 준비는 끝냈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부인과 함께 아예 서울로 이사를 와 대표팀에만 전념하고 있다. 또 축구 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지 않았다. K리그는 당연하고 대학 경기와 유소년 축구까지 보러갔던 그다.

레니 감독도 한국에 머물면서 선수들을 찾으러 다녔다. 슈틸리케 감독과 닮았다. 그의 성공을 예견하는 것이 너무 섣부른 판단일지는 몰라도 성공에 대한 집념만은 강하게 느껴졌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이랜드 FC의 마틴 레니 감독이 29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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