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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나도 약물 사용자" 헬스계 '약투' 논란, 아름다운 몸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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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나도 약물 사용자" 헬스계 '약투' 논란, 아름다운 몸이란 무엇인가?
  • 안효빈 기자
  • 승인 2019.02.19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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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효빈 기자] "지나가는 몸 좋은 남자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해요. 아 저 사람도 그냥 간지 나는 고X(성불구를 표현한 비속어) 이구나" 약투 선언을 한 보디빌더 김동현 씨의 말이다.

최근 SNS의 발전으로 인해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몸짱 열풍’이 더욱 점화되었다. 이 같은 흐름으로 ‘단백질 보충제’ 등 몸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보조식품들의 소비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몸을 가꾸기 위한 소비가 ‘불법 약물’ 사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요즘 헬스 계에는 '약투'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약투’란 성범죄 피해를 고백하는 ‘미투’에서 착안된 말로 자신이 약물 사용자임을 고백하는 것을 뜻한다. '약투'가 활발해짐에 따라 그간 공공연하던 약물 사용 행태 또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보디빌딩 업계에 약물사용이 만연해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약투 선언을 한 보디빌더들의 말에 따르면 약물은 전문 보디빌더 뿐 아니라 '몸짱'이 되고 싶은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손쉽게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간단한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서도 구매와 판매글을 찾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쉬운 접근 방법에 비해 무분별한 약물의 사용은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디빌딩을 위해 쓰이는 대표적인 약물로 남성호르몬을 촉진시켜 근육의 성장을 이루어내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abolic-androgenic steroid, ASS)'와 체지방 감소를 위한 '에페드린(Ephedrine)'이 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게 되면 근육과 뼈의 양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성대와 체모가 자라는 등의 남성적 특징이 뚜렷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보디빌딩 뿐 아니라 다양한 운동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물론 남성의 고환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도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테스토스테론의 구조를 변형시켜 자연적 테스토스테론과 비교할 수 없는 근육성장을 이루어낸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사소한 것부터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먼저 호르몬 부작용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의 경우 인공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생성시키기 때문에 더 이상 자연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할 필요가 없어진 고환의 활동 장애를 겪게 된다. 이 영향으로 여성형 유방, 발기부전, 대머리 등의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에도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목소리가 굵어지고 수염이 나며 성기 비대증과 같은 호르몬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호르몬 부작용 외에도 LDL이라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낮춤으로써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의 가능성을 높이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밀반입되고 있는 약품들. [사진= 연합뉴스]

 

'에페드린'은 흥분제의 일종으로 대사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본래에는 저혈압, 천식, 기면증 등의 치료 방법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식욕을 억제시키고 기초대사량을 올린다는 효과 때문에 체지방 감소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에페드린 또한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수면 문제, 불안, 두통, 환각 등부터 심하면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페드린의 무서움은 '중독성'이다. 에페드린의 효능이 사라지고 나면 대사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무기력증을 느끼게 되고 이 무기력증을 극복하기 위해 또 다시 에페드린을 사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보디빌더 김동현 씨는 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러한 약물의 위험성을 알리고 약물 유통 실태를 고발하였다.

그는 약물 유통경로에 대해 “약물 처방을 받으려면 병을 앓고 있어야 하지만 실제 그런 병을 앓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법으로 약물을 판매하는 브로커나 제약회사 직원들 중 몰래 빼돌리는 이들에게서 구매한다”고 밝혔다. 과거 하루 18~20개 가량의 주사를 통해 약물을 투여해 왔고 약물 비용으로 한 달 200여만 원의 비용을 지출했었다고도 고백했다.

그가 몸소 겪었던 부작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성기능 장애인 발기부전, 잦은 주사 투여로 인한 엉덩이 괴사,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탈모, 여드름 등을 겪었다고 밝혔다.

 

유튜브 박승현 TV에 출연한 보디빌더 김동현(우) [사진= 박승현TV 캡처]

 

김동현 씨는 이러한 부작용들을 체험하고도 약물을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취미로 하더라도 대회를 나오면 사용할 수밖에 없다. 기준 자체가 약물을 사용 안 하고는 보디빌딩에 부합할 수 있는 기준에 다가가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히며 직업 보디빌더 중 90%는 약물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최근에는 약물 사용 뿐 아니라 단백질 보충제 또한 몸을 망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등장하고 있어 몸을 가꾸는 위해 다른 보조수단을 찾는 이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타임스나우뉴스가 10일 보도한 호주 시드니기술팀(UTS)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단백질 보충제에 널리 쓰이고 있는 'L형 노르발린(L-norvaline)'이 세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세포 사멸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L형 노르발린’이란 정상적인 소화과정을 통해 분해된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이 아닌 인체의 단백질 생성에 쓰이지 않는 수백 종의 ‘비단백성(non-protein)' 중 하나이다.

UTS의 켄 로저스 교수는 “처음엔 L형 노르발린이 세포의 에너지 생성량을 늘릴지 모르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세포의 그런 메커니즘 자체를 손상시킨다고 경고했다.

김동현 씨의 힘든 고백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보디빌더들은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땀과 노력으로 운동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 믿음이 깨지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몸’을 만들기 위해 약물이나 보조식품 등을 사용한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몸’을 만든다고 밝혀지고 있다. 정말 아름다운 몸은 무엇인지 몸을 가꾸는 이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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