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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이재영은 '밥심', IBK기업은행 김희진-고예림은 감독이 사준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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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이재영은 '밥심', IBK기업은행 김희진-고예림은 감독이 사준 치킨?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2.1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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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정철 화성 IBK기업은행 감독은 엄하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훈련량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으며 이 감독은 선수들의 식단 하나하나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이정철 감독은 예전과 달리 부쩍 부드러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창단 원년멤버 김희진 등 선수들의 증언이다. 얼마 전에는 사상 초유의 치킨 파티가 열렸다. 이 감독 스스로도 지도자 경력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스스로도 놀란 눈치라는 후문.

지난 10일 IBK기업은행은 한국도로공사와 김천 원정에서 져 2연패에 빠졌다. 이정철 감독은 선수들에게 치킨 회식을 제안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 [화성=스포츠Q 김의겸 기자] 14일 현대건설전 대역전극을 이끈 IBK기업은행 김수지(왼쪽), 김희진(가운데), 고예림이 수훈 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에 응했다.

 

IBK기업은행은 14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5라운드 홈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수원 현대건설을 누르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전날 있었던 경기를 승리로 이끈 인천 흥국생명 이재영은 ‘밥심’을 강조해 화제가 됐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IBK기업은행 선수들에게 치킨 회식에 대해 물었다. 

베테랑 미들 블로커(센터) 김수지는 “잘 먹는 것만큼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희진  역시 “(이)재영이처럼 먹진 않지만 잘 먹는다. 시합 날에는 집중력 유지를 위해 오히려 더 안 먹는다”고, 고예림은 “잘 먹고 잘 자야 체력이 보강된다”고 설명했다.

김희진은 “그날 처음에는 먹지말자고 그랬는데 1마리가 어느새 5마리가 됐다”며 전례 없었던 치킨 파티를 돌아봤다. “감독님이 그 정도까지 해주셨으면 우리도 힘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2010~2011시즌 IBK기업은행 창단 멤버 김희진은 이정철 감독과 가장 오래 함께 해왔다. 그는 이 감독이 많이 변했다고 첨언했다. “(감독님께서) 올 시즌 들어 노력 중이시긴 하다. 라운드가 라운드고, 순위가 순위인 만큼 지금 순간만큼은 유해지기보다는 선수들을 잡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며 “그래도 1~4라운드 때는 확실히 유해지셨다”고 했다. 더불어 이어진 “그런 것 묻지 말아 달라”는 당황스러움이 묻어난 말에는 선수들을 호되게 지도하고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 이 감독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치킨의 힘일까.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며 2, 3세트를 내리 내줬던 IBK기업은행은 4, 5세트 반전에 성공했다. 미들 블로커 김희진을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돌린 것이 주효했고, 선수들의 집중력도 좋았다. 김희진은 이날 자리를 가리지 않고 17점을 올렸다. 

 

▲ IBK기업은행은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뒤집으며 6라운드를 앞두고 귀중한 승점 2를 보탰다. [사진=KOVO 제공]

 

김희진은 “포지션을 옮겼을 때 백어택 등 공격 가담을 많이 하라는 뜻에서 바꾸시는 것 같은데 열심히 하려한다. 바꿀 때마다 잘해야 신뢰가 쌓인다”고 했다. 이정철 감독은 경기에 앞서 6라운드 승부수로 김희진의 포지션 변화를 꼽기도 했다. 이날 경기 후반부에 보여준 활약은 이 감독의 기대에 정확히 부합하는 그것이었다. 

김희진은 “4세트 마지막 연속 점수를 낼 때 선수들 모두 한 점 한 점을 소중히 하고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이길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지만 점차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는 감회를 전했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 속에서도 꾸준히 선두 쟁탈전을 벌여왔다. 후반기 들어 체력적으로 부친 탓인지 4라운드에 2승 3패, 5라운드에도 2승 뒤 2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과 별개로 치킨 파티로 분위기를 바꾸며 의기투합한 IBK기업은행이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대역전극으로 변모시키며 반전을 이뤄냈다.

5라운드를 3위로 맞이한 그들은 하루 휴식 뒤 다시 4위 서울 GS칼텍스를 맞는 힘든 일정에 놓였다. 이 분위기를 시즌 종료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16점으로 승리에 일조한 고예림은 “6라운드는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나설 때 늘 한 번 더 생각하고 정신 무장을 더 많이 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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