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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슈틸리케호 '위대한 변화' 완성을 위한 키워드 5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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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슈틸리케호 '위대한 변화' 완성을 위한 키워드 5 (上)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30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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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결승 '화룡점정' ...호주와 리턴매치에서 세대교체, 점유율, 수비조직력 최종 완성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제 단 한 경기만 이기면 된다. 아니 비기고 승부차기에서 이겨도 된다. 그러면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남은 미션 하나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홈팀 호주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전을 치른다.

결승전은 한 대회의 마지막이다. 이 대회를 통해 우승컵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는 이 경기가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가 된다. 하지만 대다수 선수들에게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그리고 그 이후 여정으로 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변화하라(Time for Change)'는 슬로건에 맞는 큰 변화를 이뤄냈다. 브라질 월드컵 졸전에서 아시안컵 선전이라는 단순한 결과적인 변화는 단지 겉으로 드러난 것일뿐이다. 대표팀의 속은 그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호주와 결승전에서 화룡점정한다면 그 변화의 결정판이 된다.

▲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 호주 시드니 레이카르트오발에서 호주와 결승전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노장과 젊은 선수의 마지막 조화, 절정이 될 호주전

한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은 줄곧 젊은 선수들만을 기용했다. 세대교체라는 명분 아래 나이 많은 노장들은 기피대상이 됐다. 경쟁력이나 실력에서 젊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들은 앞으로 더 성장할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유로 차별대상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젊은 선수들도 좋지만 풍부한 경험을 가진 노장들이 이끌어줘야만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동국(36·전북 현대)과 차두리(35·FC 서울)가 적극 중용됐다. 이동국은 부상 때문에 아시안컵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차두리는 마지막 투혼을 불태우고 있다.

그동안 세대교체가 덜컹거리는 것이었다면 노장과 젊은 선수들이 적절하게 조화된 지금의 세대교체는 연착륙이라고 할 수 있다.

막내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 김진수(23·호펜하임)와 차두리의 나이차는 12년이다. 손흥민과 그가 삼촌이라고 부르는 차두리가 대표팀에서 함께 뛰는 건 아름다운 공존이다.

이를 통해 '희망 울보' 손흥민은 이제 당당한 대표팀의 에이스가 됐고 기성용(26·스완지 시티)는 이제 중원 사령관으로 뿌리를 내렸다. 30대 선배들의 분전과 함께 세대교체의 주역인 20대들의 기량 발전으로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차두리의 A매치 은퇴전이 될 호주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세대의 완전한 퇴장과 그 유산을 이어받는 젊은 선수들이 확실히 자리를 굳히는 일종의 '이양식'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이별을 더욱 빛내주는 것은 역시 무실점 전승 우승이다.

◆ 점유율 축구, 호주전에서 완성한다

슈틸리케호는 압박과 점유율을 동시에 추구한다. 한국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압박전술이 주를 이뤄왔고 이는 여전히 강력한 장점이자 무기다. 여기에 점유율까지 장착했다. 패스 성공률을 높이고 공간을 장악함으로써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것이다.

중원에서 탄탄하게 자리잡아준 기성용이 '패스 마스터' 역할을 해준 것이 컸다. 대회 내내 평균 92%의 패스 성공률을 보이면서 아시안컵을 통해 최고의 필드 지휘자가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빡빡한 일정과 거친 몸싸움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기성용에게 아시안컵은 오히려 너무 좁아보였다.

그렇다고 짧은 패스로 아기자기, 오밀조밀하게 썰어나가는 축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선이 굵은 축구가 필요할 때는 과감한 롱패스도 나왔다. 시야가 넓은 기성용은 좌우 측면으로 빠져 들어가는 동료 선수에 정확하게 찔러주는 로빙 패스, 롱 패스 등으로 상대의 수비를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지 못한 경기가 유일하게 호주전이었다. 더구나 호주는 당시 2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한국을 과소평가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유일하게 진 경기가 한국전인데다 결승전이라 호주 역시 내보낼 수 있는 최정예 멤버를 내보낸다.

이런 호주를 상대로 조별리그에서 이뤄내지 못했던 점유율 축구의 전형을 제대로 보여준다면 향후 슈틸리케호의 도약을 위한 튼튼한 토양을 다지는 일이 될 것이다.

▲ 기성용은 아시안컵을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중원 사령관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와 함께 아시아 최고의 미드필더로 확고하게 자리할 수 있는 경기가 바로 호주와 결승전이다. 유일하게 볼 점유율에서 앞서지 못했던 호주를 상대로 결승전에서 점유율 축구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자동문' 수비 오명은 이제 그만

브라질 월드컵 당시 3경기에서 5골을 잃으며 무너졌던 것은 상대 공격에 너무나 많은 공간을 내줬기 때문이다. 중앙 수비와 2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그리는 사각형의 간격이 좁을 수록 탄탄한 수비가 되는데 그 사이가 넓어지면서 역습을 자주 허용했다. 그 결과 수비는 '자동문'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아시안컵에서 자동문 수비는 없어졌다. 중앙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의 간격이 그만큼 좁아지면서 상대 공격의 공간 역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브라질 월드컵처럼 중앙으로 돌파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상대 공격은 측면을 통해 이뤄졌다.

기성용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박주호(28·마인츠)의 재평가도 이뤄졌다. 원래 포지션은 왼쪽 풀백이지만 소속팀에서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박주호는 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시안컵에서도 중앙 수비의 문을 걸어잠그는 1차 저지선 역할을 했다. 박주호의 수비력에 기성용도 공격쪽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측면 수비 역시 강했다. 김진수는 악착같은 플레이로 상대진영부터 역습을 끊었다. 차두리 역시 활발한 오버래핑에도 지친 기색 없이 오른쪽 측면과 중앙까지 커버하는 활동량으로 포백 수비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호주는 팀 케이힐을 앞세운 스리톱의 공격력이 탁월한 팀이다. 아시안컵을 통해 12골을 넣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득점을 하지 못한 경기가 바로 한국전이다. 설욕을 위해 모든 공격력을 쏟아붓는다는 것이 호주의 각오다. 이런 호주를 상대로도 무실점 수비를 펼친다면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비 불안에 대한 걱정은 접어도 된다.

[SQ포커스] 슈틸리케호 '위대한 변화' 완성을 위한 키워드 5 (하) 로 이어집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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