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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돈보다 MLB 도전' 노경은, 최향남-임창용 잇는 용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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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돈보다 MLB 도전' 노경은, 최향남-임창용 잇는 용기에 박수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2.1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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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롯데 자이언츠와 FA 계약을 포기한 노경은(35)이 야구의 본고장 미국으로 향한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봉을 얻을 수 있는 곳을 포기하고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위한 도전에 나선다.

뉴스1에 따르면 노경은은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덕수고등학교 선수단 전지훈련 캠프에서 함께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의 배려로 새 시즌을 준비한다.

지난 시즌 롯데에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으며 9승 6패 평균자책점 4.08로 활약한 노경은은 시즌을 마치고 2003년 프로 데뷔 후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협상은 결렬됐다. 금액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노경은은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 지는 시즌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한 노경은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실상 외부 FA 영입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택한 모험수다. 노경은이 지난 시즌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서른 중반대에 다다른 투수를 보상선수까지 내주며 영입할 구단은 많지 않다. 사인 앤 트레이드 등이 거론된 배경이다.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린 노경은에게 멕시코리그에서 많은 연봉을 제안했다. 지난해 롯데에서 연봉 1억 원을 받았는데 그에 2배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노경은은 이 기회를 삼아 어렸을 적부터 꿈꿔온 빅리그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멕시코리그는 물론이고 만족스러운 계약을 하기 어렵다는 상황도 고려한 결정이다. 지난 시즌 반등에 성공했고 꾸준히 개인 훈련을 해 몸 상태도 좋다는 평가다. 크리스 옥스프링 코치로부터 배운 신무기 너클볼도 자신감의 이유 중 하나다.

과거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다. KBO리그를 정복한 특급 마무리 투수 임창용(43)은 이후 일본프로야구(NPB)에 진출했다. 매해 리그 최고 수준의 구원 능력을 보인 그는 2010년엔 160만 달러(18억 원)에 연봉 계약을 맺기도 했다.

2012년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방출된 그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성공과 연봉이 보장된 NPB 혹은 KBO리그가 아닌 미국 무대로 떠났다. 당시 그의 한국 나이는 37세였다.

2012년 말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그는 2013년 루키 리그부터 시작해 트리플A까지 차곡차곡 올라왔다. 마이너리그 2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점대로 폼을 되찾아갔다. 확대 엔트리 땐 두산에서 활약했던 마이클 보우덴이 방출된 자리에 콜업되기도 했다. 한국인 최고령 메이저리거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엔 다시 방출돼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왔고 2016년 고향으로 돌아가 KIA에서 지난해까지 활약했다.

 

▲ 임창용은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빅리그 도전에 나섰다. 시카고 컵스에서 MLB 무대를 밟기도 한 그지만 많은 나이에 발목이 잡혀 결국 KBO리그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사진=AP/연합뉴스]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임창용보단 ‘풍운아’ 최향남(48)이 노경은과 더욱 닮아 있다. KIA 타이거즈에서 입단해 LG, KIA를 거친 그는 한국 나이 35세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 트리플A 구단 버팔로 바이슨스에 진출했다. 34경기에서 8승 2패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많은 나이 등을 이유로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아 다시 KBO리그로 향했다. 

2007,2008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중간계투로 뛴 그는 2009년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LA 다저스 산 트리플A 팀 앨버커키 아이소토프스에서 구원 투수로 시작해 첫 시즌 9승 2패를 기록했지만 2010년엔 결국 방출돼 다시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다.

임창용과 최향남은 국내 무대 혹은 다른 선택지를 택했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기 위해 적지 않은 나이에 용기 있는 도전을 택했다.

노경은 또한 마찬가지. 2003년 계약금 3억5000만 원에 큰 기대를 품고 두산에 입단했지만 이후 10년 가까이 무명에 가까운 생활을 했고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쌓으며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지만 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던 그.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꾸준한 활약으로 기껏 자리를 잡는 듯 했지만 결국 다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길로 떠나기로 했다.

연착륙하지 못할 경우 자칫 커리어를 마감해야 할 수도 있지만 노경은은 다소 무모하고도 아름다운 도전을 택했다. 야구 팬들도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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