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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묘 지키던 '문인석' 돌아온다, 독일 로텐바움박물관의 아름다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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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묘 지키던 '문인석' 돌아온다, 독일 로텐바움박물관의 아름다운 결정
  • 안효빈 기자
  • 승인 2019.02.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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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효빈 기자] 왕릉이나 묘의 무덤 앞에 세우는 문인석. 조선시대에 태어나 먼 길을 떠났던 그 문인석 한 쌍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독일 로텐바움세계문화예술박물관(이하 로텐바움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문인석 한 쌍이 로텐바움박물관과 함부르크 주정부, 독일 연방정부의 자진반환 결정에 따라 3월 말 반환될 예정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 이하 재단) 김홍동 사무총장은 "2019년 3월 19일 독일 로텐바움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 문인석 반환행사에 직접 참석해 로텐바움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문인석 한 쌍을 인수받아 국내 들여올 것"이라고 밝혔다.

 

박물관과 독일정부의 자체반환 결정으로 고국으로 돌아올 예정인 문인석(로텐바움세계문화예술박물관 유물번호 87.82:1)의 정면과 측면. [사진= 국외소재문화재단 제공] 

 

해당 문인석은 1983년 한 독일인 업자가 서울 인사동 골동상을 통해 구입해 독일로 반출한 뒤, 1987년 로텐바움박물관이 구입해 현재까지 소장해 왔다.

문인석 중 하나(로텐바움세계문화예술박물관 유물번호 87.82:1)는 높이 131㎝, 가로 40㎝, 세로 32㎝이며, 또 하나(유물번호 87.82:2)는 높이 123㎝, 가로 37㎝, 세로 37㎝이다. 제작시기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로 추정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로텐바움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에 대해 총 3차례에 걸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반환 예정된 문인석 (로텐바움세계문화예술박물관 유물번호 87.82:2)의 정면과 측면. [사진= 국외소재문화재단 제공] 

 

조사를 받던 로텐바움박물관은 자신들이 소장한 조선시대 문인석의 유물의 성격과 출처 여부에 대해 "불법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스스로 전달했다.

이후 로텐바움박물관 측은 독일 내 반입 과정을 면밀히 확인해 1983년 해당 문인석이 한국에서 이사용 컨테이너에 숨겨져 독일로 불법 반출된 사실을 추가 확인했다.

재단은 2017년 이 사안을 넘겨받아, 로텐바움박물관 관계자 면담과 국내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자체조사를 마친 후 공식 반환요청서를 작성하여 2018년 3월 박물관 측에 전달했다.

이에 로텐바움박물관은 함부르크 주정부와 독일 연방정부를 통해 반환절차를 진행했고, 2018년 11월 함부르크 주정부는 재단에 최종적인 반환결정을 통보했다.

 

로텐바움박물관의 모습.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국외소외문화재단 제공]

 

박물관의 바바라 플랑켄스타이너 관장은 21일 현지에서 “이번 사례는 역사적 문화재에 대한 불법 수출이 오랫동안 사소한 범죄로 여겨져 왔고, 박물관 스스로도 자세히 살피지 않고 되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대한민국에 귀중한 유물을 돌려주게 되어 기쁘고, 한국 측과 협업을 견고하게 지속하는 과정이 한 걸음 더 진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단의 김홍동 사무총장은 "로텐바움박물관의 이번 반환결정은 소장품의 취득과정 중 '원산지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되었다'는 사실을 끝까지 확인하기 위한 노력에 따른 것으로써, 이는 문화재 자진 반환의 모범적 사례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독일의 모범사례가 전 세계 많은 소장기관들과 해당 국가로 전파되어 유물의 출처 확인 등 주의 의무를 보다 철저히 살피고 이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반색했다.

사실 문인석은 들어본 사람이 몇 없을 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과거 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문화재이다. 문화재는 명성과 희소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문인석이 높은 가치가 있는 문화재는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번 반환의 의의는 문화재의 상대적인 가치보다 ‘자진’해서 반환된 것이라는 데 있다.

문인석이라는 문화재의 희소성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자체 반환'의 희소성은 매우 높다. 이번 결정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소재가 파악된 해외 문화재만 17만2316점이다. 아직 환수해야할 문화재가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뤄진 이번 반환 결정이 남은 문화재 환수에 긍정적인 사례가 되어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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