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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리단길이 이렇게 많아? 경리단길,망리단길,송리단길,황리단길,해리단길,객리단길,평리단길...다 가볼만한 곳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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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리단길이 이렇게 많아? 경리단길,망리단길,송리단길,황리단길,해리단길,객리단길,평리단길...다 가볼만한 곳은 아닌데!
  • 이두영 기자
  • 승인 2019.02.25 0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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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두영 기자] 서울 이태원동의 경리단길이 가볼만한 곳으로 유명해지자 유사한 이름이 국내 곳곳에서 생겨났다. 

‘리단길’ 열풍은 관광 관련 공무원 내지 관계자들의 조급한 ‘따라 하기’ 습성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씁쓸한 구석을 남기고 있다.

경리단길은 초입에 육군중앙경리단(현 국군재정관리단)이 있던 이태원2동에 위치하며 남산식물원이 있는 남산순환도로까지 이어진다. 

이태원 경리단길.

유럽의 자그마한 도시를 연상케 하는 이국적 건물들에 카페,레스토랑,바 등이 즐비해 주말에는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인기가 높다. 

근처의 옛 미군부대 자리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 이태원거리 등 볼거리가 있다. 전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5분만 남산2·3호터널 방면으로 경리단길로 이어져 교통이 편리하다. 그러나 음식값은 저렴하지가 않다.

경리단길을 패러디한 첫 사례는 망리단길로, 서울 마포구 망원동 포은로길을 말한다. 이곳은 홍익대학교(홍대) 상권에 가까우며 퓨전음식을 잘하는 맛집과 술집, 커피전문점 등이 늘어서 있고 전통시장인 망원시장이 있어서 먹거리가 매우 풍부하다.

그런가 하면 경의선숲길에서 200m쯤 떨어진 마포구 연남동 거리는 연리단길로 불린다.

경의선숲길이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모방 명칭인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많은 나들이객과 관광객 등이 몰리기에 망리단길에도 주말에는 인파로 붐빈다.

4월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석촌호수 둘레길은 송리단길에 인접해 있다.

서울 강남 송파구에는 송리단길이 생겼다. 롯데월드타워 옆 석촌호수 동호와 석촌역, 송파나루역, 방이동 등을 아우르는 먹자골목이다.

전주에는 경리단길과 발음이 비슷한 객리단길이 등장했다. 조선시대 전주객사를 반영한 명칭이다. 

이성계의 초상화가 있는 경기전과 게스트하우스,찻집 등이 있는 전주한옥마을에서 전주시청 입구 사거리로 이어지는 대로를 따라 가다 왼쪽 완산동 중앙동2가로 접어들면 나온다.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가 되어 벼룩시장, 버스킹공연과 각종 체험문화프로그램이 벌어진다. 오는 5월 2~11일에는 이곳에서 전주국제영화제가 벌어질 예정이다.

박물관의 도시인 경북 경주에서는 대릉원과 첨성대 등 해외에서 온 여행객들까지 즐겨 찾는 명소 옆 황남동에 황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구의 추천할만한 여행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부산시 해운대구는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역 뒤쪽 동네를 해운대의 앞 글자를 따서 해리단길로 명명했다. 주로 30대 사장이 운영하는 2~3층짜리 상가 건물이 어여쁘고 아기자기하게 늘어서 있다.

대구 봉리단길도 있다. 중구 대봉동에 있는 이 거리는 오랜 역사를 지닌 방천시장과 카메라 들고 가볼만한 곳으로 잘 알려진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끼고 있어서 구경거리가 많다. 먹을거리가 다양한 곳이며, 신천 근처에 위치한 김광석길에는 벽화가 많다.

김해 봉황동 골목도 봉리단길로 불린다. 카페와 식당 등이 있고 특히 점집이 많다. 김해 시내에는 봉황대공원,김수로왕릉,김해가야테마파크 등 볼만한 역사 여행지가 많다.

그 외에 광주광역시 동명동 카페거리는 동리단길로, 인천시 부평구 부평문화의거리는 평리단길로 이름이 채색됐다. 평리단길에는 커튼원단 가게가 밀집한 전통시장이 있다. 옷감을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이 있다.

전국적으로 먹자골목 등에는 앞으로도 ‘리단길’ 명칭이 더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쯤부터 제주도 올레길이 걷기코스로 이름을 떨치자 전국 각지에는 둘레길, 나들길, 자락길, 해파랑길, 샛별길,바람길,누리길,체험길,갈맷길 등이 탄생했다. 온갖 ‘길’이 쏟아져 나와도 주민들 삶을 해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리단길’은 달랐다. 무분별한 리단길은 지역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장소 위치도 헷갈리게 한다. 자칫 자금력을 갖춘 외지인이 원주민을 밀어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생뚱맞은 리단길보다는 역사성과 문화 등 지역특색을 제대로 반영하는 이름이 더 오래가고 효과도 낫지 않을까? 전국에 리단길이 30곳 쯤 생긴다면 그 명칭의 희소성은 사라질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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