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1:45 (목)
[SQ초점] 기계체조 여서정-여홍철, 애틋한 영상편지 '부녀와 선후배 사이'
상태바
[SQ초점] 기계체조 여서정-여홍철, 애틋한 영상편지 '부녀와 선후배 사이'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2.27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이동=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아버지, 영상으로 보고 있을 텐데 나 대신 상 받아줘 고맙고, 아빠처럼 되도록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줬으면 해. 사랑해.” (여서정)

“너 덕분에 아빠 여기 시상식 와봤다. 코카콜라 체육대상 꼭 와보고 싶었는데 은퇴 후에 10년 만에 이 자리에 서게 해줘 너무 고맙다. 앞으로 부상없이 서정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잘됐으면 해. 서정아 사랑해.” (여홍철)

한국 기계 체조의 현재이자 미래인 여서정(17·경기체고)과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48) 경희대 교수 부녀는 지난 25일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을 통해 영상편지로 애틋한 마음을 주고받았다.

 

▲ [방이동=스포츠Q 김의겸 기자] 여서정(오른쪽)과 그의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는 최근 두 차례 시상식을 통해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내로라하는 스포츠스타들이 모두 코카콜라 체육대상을 거쳤지만 의외로 여홍철 교수는 해당 시상식에 참석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딸 여서정이 대회 일정으로 불참한 사이 신인상을 대리 수상하고자 무대에 서게 됐다.

자리에 함께할 수 없었던 여서정은 사전에 찍은 영상편지를 아버지에게 보내왔다. 행사장에 와서야 딸이 영상편지를 보낸 것을 알게 된 여홍철 교수는 진심을 담은 메시지로 화답했다.

이틀 뒤 27일 여서정은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다시 단상 위에 올랐다. 이번에 여홍철 교수는 무대 아래에서 묵묵히 딸의 수상을 지켜봤다. 1994년 2월 체육상 시상식의 전신인 대한체육회 표창 시상식에서 우수선수상을 받았던 여홍철 교수에 이어 25년 만에 딸이 같은 시상식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이 끝나고 만난 여서정에게 아버지의 영상편지를 확인했는지 물었더니 그는 “영상을 봤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할 줄 몰랐다. 감동받았다”고 했다.

지난 두 차례 시상식에선 아버지와 체조계 선배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여홍철 교수의 말과 행동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홍철은 대리수상 당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서정이 본인이 더 잘 안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뒤에서 지켜봐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관심이 간섭이 되지 않도록 뒤에서 버팀목으로, 본인이 힘들 때 등 한 번 토닥여줄 수 있는 아버지이자 체조 선배로 서 있겠다”고 밝혔다.

 

▲ 여홍철(사진) 교수는 지난 25일 딸 여서정 대신 대리수상을 위해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 참석했고 선수시절 못다한 한을 풀었다. [사진=스포츠Q DB]

 

여 교수와 여서정은 집에선 친구 같은 부녀로 잘 알려졌다. 하지만 공식 석상에서 여홍철은 딸 여서정을 공적으로 대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당시 KBS에서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았을 때도 ‘선수’라는 칭호를 꼭 붙이며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려 노력했던 그다.

대한체육회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의 요청에도 여홍철 교수는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주인공은 딸이니 본인은 전면에 서지 않겠다는 것.

삼고초려 끝에 카메라 앞에 선 여 교수는 딸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아직 서정이는 어리기 때문에 나보다 더 큰 상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내년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부모라면 자녀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보다 더 기쁠 것”이라며 “앞으로 서정이가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여서정은 지난 23일 호주 멜버른 하이센스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종목별 월드컵 대회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시기 평균 14.266점을 획득, 시즌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며 32년 만에 한국 여자 체조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던 그는 2020 도쿄 올림픽 메달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여홍철 딸이라는 수식어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아빠를 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여서정은 앞서 “아버지가 올림픽 메달을 보유하고 있는데 아버지처럼 메달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여서정이 친구 같은 아버지 여홍철 교수의 든든한 조력 아래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을까. 여 교수는 후배 여서정이 딸이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애틋하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