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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마초' 김래원의 진한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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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마초' 김래원의 진한 향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0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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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김래원(34)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동시에 맹폭하고 있다.

16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질주를 펼치는 영화 ‘강남 1970’과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 그는 수컷의 진한 향을 유감없이 뿜어내는 중이다.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인 ‘강남 1970’은 강남 땅개발이 시작되던 1970년대 초를 배경으로 두 남자의 벌거벗은 욕망과 우정을 다뤘다. 김래원이 맡은 용기는 넝마주이에서 조폭으로 변신한 뒤 살인과 술수를 일삼으며 조직 내 중간보스로까지 승승장구한다. 같은 고아 출신으로 동고동락해온 종대(이민호)와 친형제 같은 사이나 돈을 위해 배신마저 서슴지 않으며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 유하 감독의 영화 '강남 1970'의 용기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박정환 검사의 생애 마지막 6개월 기록을 그린 드라마 ‘펀치’에서 박정환은 검찰총장을 꿈꾸는 부패검사 이태준(조재현)의 충견이 돼 도덕과 정의보다 권력의 풍향에 따라 움직여온 캐릭터다. 홀어머니 슬하의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해 출세지향의 삶을 살아온 그는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뒤 사랑하는 전처 신하경(김아중)과 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권력집단에 맞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자신의 욕망(돈과 명예)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폭 용대와 검사 정환. 낭떠러지를 향해 폭주하는 기관차 같은 캐릭터다. 김래원은 두 인물에 뜨겁고도 절절한 숨결을 불어넣어 밀착도를 높인다.

청소년 시절 데뷔해 학원드라마 ‘학교2’(1998)의 반항적 아웃사이더 이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2003)의 잘난 맛에 사는 철없는 경민으로 청춘스타 반열에 올랐던 그에 대한 이미지는 ‘남자답고 장난기 넘치는’ ‘좌충우돌’이다. 영화 ‘청춘’ ‘해바라기’에서 녹록치 않은 야성을 설핏 드러내긴 했으나 확고한 캐릭터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러던 김래원이 마음 속 ‘악’을 끄집어낼 수 있는 캐릭터에 도전하며 배우로서 만개하게 됐다. 액션 누아르의 거장 유하 감독과 남성들의 세계를 선 굵은 터치로 집필해온 박경수 작가를 ‘선택’한 선구안도 그의 능력이다.

▲ 드라마 '펀치'의 박정환

30대 남자배우 가운데 하정우 정도를 제외하곤 소위 양아치나 마초, 비정한 권력의 화신을 제 몸처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20대 청춘스타 시절부터 체화해 온 댄디하고 정제된 남성상에 갇혀 호방한 느낌을 살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래원은 30대 중반에 이르러 자신의 성향을 연기적으로 잘 살려내고 있다. 작심한 것 같다. 유하 감독은 “멋있는 종대가 아닌 용기 역할을 먼저 하고 싶다고 해서 의외였다”고 전한 바 있다.

정글 같은 세상에서 두 손에 악행과 배신의 재를 묻히길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정환, 한동안 공백기와 외형상의 핸디캡으로 주춤했던 김래원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처럼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는 강 펀치를 날리고 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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