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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판타지스타' 박주영, '독수리' 최용수와 함께 다시 난다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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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판타지스타' 박주영, '독수리' 최용수와 함께 다시 난다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3.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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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판타지스타(Fantasista). 항간에 잘못 알려진 것처럼 환상적인 선수를 일컫는 판타지스타(Fantasy Star)가 아닌 수준급의 득점력과 패스는 물론이고 감탄을 자아내는 센스 있는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를 지칭하는 이탈리아어다.

이탈리아 축구 전설 델 피에로를 대표하는 단어였고 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디에고 마라도나, 한국에선 안정환이 이러한 별칭을 얻기도 했다.

‘천재’로 불렸음에도 수년간 부침에 존재감이 미미했던 박주영(34)은 올 시즌 첫 경기부터 판타지스타라는 칭호를 얻기에 부족함이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 FC 서울 박주영(왼쪽)이 3일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1 개막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교체아웃된 뒤 최용수 감독의 말에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박주영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2019 하나원큐 K리그1(1부) 개막전에서 선발 출전해 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날카로운 킥을 바탕으로 세트피스에서 전담 키커를 맡은 박주영은 첫 골의 기점이 됐다. 전반 10분 코너킥 이후 다시 공을 돌려받은 뒤 속임 동작으로 수비 2명을 따돌린 박주영은 예리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웅희의 헤더가 골대를 때렸지만 황현수가 재차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엔 공격에서 더욱 빛났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지만 특유의 드리블 능력과 패스 센스를 살려 알리바에프 등 동료들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코너킥에서 황현수의 머리로 정확히 향하는 킥도 일품이었다.

경기 후 최용수 감독은 “과거의 박주영의 무게감과 존재감은 모두가 인정하겠지만 형평성을 갖고 선수구성을 했다. 1,2차 전지훈련을 다른 선수와 같이 정상적으로 참여했다”면서도 “몸이 좋아진 건 캠프때 이미 확인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이들을 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과 책임감이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요한은 “주장 완장을 달고 뛰는 것 자체가 책임감과 부담감이 크다. 다 떠맡고 할 수는 없는데 주영이 형과 (하)대성이 형이 있기에 도움이 되고 저도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한다”며 “주영이 형이 그만큼 많이 이끌어주고 오늘도 가장 많이 뛰어줬다. 많이 싸워주고 공 간수도 잘했다. 그 덕에 2선에서도 편하게 경기를 했다”고 승리의 공을 돌렸다.

 

▲ 박우영(오른쪽)이 감각적인 속임 동작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박주영의 축구 인생은 내리막길을 걷는 듯 했다. 황선홍 전 감독과 불화설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명단에서 제외되는 일도 잦았다.

이을용 감독대행을 거쳐 시즌 막판 최용수 감독이 돌아오며 박주영은 서서히 감각을 끌어올렸고 올 시즌을 앞두고 최용수 체제에서 동계훈련을 착실히 소화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서울은 마땅한 토종 선수 영입 없이 시즌을 맞았다. 2년차 조영욱과 루키 신재원, 김주성 등 어린선수들의 합류로 선수층의 나이대가 어려졌다. 평소 후배들이 잘 따르기로 알려진 박주영으로선 경기장 안팎에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러나 이날 90분을 소화한 뒤 후반 추가시간 교체돼 나오는 그를 향해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낸 장면은 그가 얼마나 제 역할을 잘 소화해 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박주영은 “몸 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경기장에서 편하게 많이 뛸 수 있는 상황이 되니까 경기력도 올라오는 것 같다”고 반등의 비결을 밝혔다.

 

▲ 박주영(오른쪽)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은 물론이고 패스와 드리블, 슛까지 시도하며 개막전 승리를 이끌었다.

 

베테랑의 품격이 묻어나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잘 된 경기에선 좋은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결과가 어떻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며 “이름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젊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 이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은 승리 후에도 “올 시즌은 전력상 우리가 주도하기는 힘들다.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올 시즌 서울은 우승 후보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이날 보인 경기력은 서울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박주영은 최용수 감독 밑에서 2016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K리그 우승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특히 우승을 확정지은 최종전 전북 현대전 결승골은 많은 서울 팬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그러나 당시 최용수 감독은 시즌 중반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해 팀을 떠나 있는 상황이었다. 기량을 되찾은 박주영과 최용수 감독이 찰떡 호흡을 이뤄 다시 한 번 영광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 희망적인 그림을 그리기에 너무도 좋은 스타트를 끊은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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