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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후반기 1위' KB손해보험, '봄배구' 좌절에도 다음시즌 자양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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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후반기 1위' KB손해보험, '봄배구' 좌절에도 다음시즌 자양분 얻었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3.0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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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초반 분위기를 잡지 못해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권순찬 감독) “그래도 그냥 이렇게 끝난 것보다는 덜 아쉽다.”(김정호)

프로배구 남자부 의정부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후반기만 놓고 보면 우승하고도 남을 만한 성적을 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짙다. 그래도 다음 시즌을 위한 자양분은 충분히 얻어 가는 시즌이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4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천안 현대캐피탈을 맞아 1, 2세트를 내준 뒤 내리 3개 세트를 따내며 역스윕 승리를 거뒀다. 154분의 대혈투 끝에 홈팬들에게 대역전극의 짜릿한 기쁨을 선사한 것.

 

▲ KB손해보험 선수단이 지난 4일 현대캐피탈과 마지막 홈경기에서 승리한 뒤 팬들의 성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KOVO 제공]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세호 KBS N 스포츠 배구 해설 위원은 연신 “참 아쉽다. 이렇게 잘하는데...”라며 KB손해보험의 후반기 약진과 대조적이었던 전반기 부진을 아쉬워했다.

3라운드까지 18경기에서 4승에 그쳤던 KB손해보험은 4라운드 들어 3승을 챙기더니 올스타전 브레이크 이후 5라운드에 5승 1패, 6라운드에도 4승 1패를 거뒀다. 후반기 11경기에서만 9승 째(승점 23)다. 정규리그 우승을 눈 앞에 둔 인천 대항항공이 후반기 10경기에서 8승을 거두며 승점 22를 확보한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괄목상대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마지막 홈경기에서 승리한 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초반에 부상도 있었지만 리시브가 너무 안됐다. 라이트의 펠리페를 믿고 레프트에 김정호와 정동근을 기용하며 리시브에 주력한 게 주효했다. 황택의는 리시브가 어느 정도 되면 몸을 날려가면서라도 토스를 만들어 주는 스타일이기에 본인이 원하는 다양한 플레이를 펼치는 게 가능했던 것 같다”며 후반기 상승세를 분석했다.

후반기 가장 큰 소득은 어린 선수들이 얻은 경험이다. 권 감독은 “지금으로선 이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현대캐피탈 같은 팀을 상대로 2세트 주고 내리 3세트 따내는 것은 나도 어렵다고 생각했었다”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고 변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펠리페는 5라운드 들어 경기 당 26점씩 쓸어 담으며 5승을 견인하고 5라운드 최우수 선수(MVP)상까지 거머쥐었다. 펠리페가 부진할 때마다 투입돼 흐름을 바꿨던 프로 원년 새내기 한국민의 알토란 같은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 후반기 KB손해보험은 황택의(왼쪽 세 번째)를 중심으로 펠리페(오른쪽 두 번째), 김정호(왼쪽 두 번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사진=KOVO 제공]

 

하지만 반대쪽 날개 김정호가 만개하지 못했다면 KB손해보험의 상승세는 없었을 터. 김정호는 이날 현대캐피탈전까지 10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펠리페가 막힐 때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황택의는 펠리페 뿐만 아니라 김정호에게도 믿고 토스를 올려줬다.

지난 시즌 대전 삼성화재에서 데뷔해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활용됐던 김정호는 올 시즌 1라운드 도중 이강원과 트레이드 돼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처음에는 팬들 사이에서 영입에 대해 왈가왈부가 따랐지만 후반기 주전으로 기용되며 김정호가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뽐냈다. 팀에 차차 녹아들어 황택의와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김정호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라며 “계속 경기를 뛰면서 호흡하고 이야기 나누고,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안 되는 부분 계속 보완해주시고 시합 때도 계속 신경쓰다보니 좋아져서 자신감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고 후반기를 돌아봤다.

이어 “후반기에 치고 올라왔다. 초중반에 많이 못 올라온 게 아쉽다. 다음 시즌에는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즌 초 발목 부상을 입은 뒤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던 황택의도 후반기 180도 달라진 경기력으로 살아났다. 펠리페, 김정호 등 주공격수는 물론 이선규, 하현용 등 미들 블로커(센터)를 활용한 속공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 시즌 팀 컬러였던 서브에서도 한 몫 제대로 했다. 적시마다 서브에이스로 분위기를 바꿨다.

“최근에는 생각대로 잘 되는 것 같다. 공격수들이 많이 움직여줘 토스 하는 나도 편하다”는 그의 말은 상승가도의 원인이 개인보다는 팀 전체의 물 오른 경기력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 KB손해보험의 홈 평균관중은 1~3라운드 부진했을 때보다 4~6라운드 성적이 좋았을 때 더 많았다. [사진=스포츠Q DB]

 

‘KB손해보험’이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으로 5연승도 달성했다. 시즌 초 1세트는 잡아도 끝까지 좋은 흐름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었다. 5세트에 갈 때마다 졌던 KB손해보험은 4라운드 대한항공에 풀세트 역전승을 거둔 뒤 뒷심을 발휘하는 팀으로 변모했다. 이런 경험들은 다음 시즌 좋은 성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기력의 일관성과 연속성 유지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후반기 활약으로 KB손해보험은 의정부 팬심도 사로잡았다. 구단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전년 대비 경기 당 평균 200명 이상 관중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배구전문 매체 더스파이크에 따르면 지난 시즌 KB손해보험의 평균 관중은 2222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의정부로 연고를 옮긴지 2년차를 맞은 올 시즌 1~3라운드까진 부진 탓인지 1949명으로 감소했었다. 하지만 4~6라운드를 거치면서 평균치를 2400명으로 올렸다는 것은 4~6라운드에 매 경기 평균 2600명 이상의 관중들이 의정부체육관을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의미한 변화다. KB손해보험이 올 시즌 후반기 기세를 다음 시즌 한국배구연맹(KOVO)컵과 정규리그 초반에도 보여줄 수 있다면 올 시즌 후반기 받았던 관심이 이어질 수 있을거란 낙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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