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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성 돌아온 김민재 두 번 울린 '원조 욕받이' 이동국 [전북현대-베이징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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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성 돌아온 김민재 두 번 울린 '원조 욕받이' 이동국 [전북현대-베이징궈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3.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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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전주성’으로 돌아온 김민재(23·베이징 궈안)는 전북 현대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경기를 마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중국 슈퍼리그(CSL) 진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축구팬들로부터 밝다 못해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언행으로 빈축을 샀던 그의 눈물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있었다.

김민재를 울린 것은 ACL ‘리빙레전드’ 이동국(40·전북)이었다. 불혹의 나이로 선발 출전해 결승골을 넣고 추가골을 도왔다. 특히 김민재는 결정적인 실수로 이날 이동국의 결승골 빌미를 제공했기에 더 만감이 교차했을 하루였다.

 

▲ 전북 현대 이동국(가운데)은 6일 베이징 궈안과 ACL 조별리그 1차전에서 김민재(왼쪽)의 실수에서 시작된 역습 과정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를 마치고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한 전북 홈팬들 앞에 선 김민재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군 면제를 받고도 중국에 갔다는 축구팬들의 비아냥을 뒤로 하고 “실력으로 증명하겠다”고 외쳤건만 친정팀을 상대로 부진했다. 하지만 전북 팬들은 따뜻한 박수로 그를 맞아줬다.

STN스포츠에 따르면 김민재는 경기를 앞두고 팬들의 비판과 비난에 대해 “이겨내야 할 부분이고 열심히 해서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꾸준히 열심히 해 경쟁력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국내 최고 수비수이자 유럽에서도 통할 실력이라는 평가가 뒤따랐기에 주전 보장마저 확실치 않은 중국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비난을 감수하면서 실력으로 증명하겠다던 그는 옛 동료들을 상대로 힘든 경기를 펼쳤다.

경기를 마치고 그는 JTBC와 인터뷰에서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워낙 강팀이라 힘들었다”며 “경기하면서 최고 힘들었던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은 “김민재가 전북을 사랑한다면 내일 열심히 뛰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으로 운을 뗐지만 “프로로서 어떤 유니폼을 입었는지 상관없이 개인의 경기가 아닌 팀 경기이기 때문에 양 팀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김민재와 맞대결을 기대했었다.

 

▲ 김민재(오른쪽)는 이날 힘든 경기를 펼쳤다. 역전골의 빌미를 제공하고 추가골을 막지 못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를 마친 뒤 그는 “김민재는 (전북의) 녹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베이징도 녹색이지만”이라는 농담과 더불어 “공교롭게도 민재가 실수를 했다. 그 장면이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안쓰럽다. 민재가 오늘 잠을 못 잘 것 같다.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다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이동국은 이날 ACL 통산 37호골로 역대 최다 득점 단독 1위로 올라서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17년 동생 김민재에 대한 걱정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경기 내용이었다. 축구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위로였다.

이동국 역시 20년 넘게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한 때는 '국민 욕받이'로 갖은 비판과 비난에 시달렸던 인물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서 뛰어난 자기 관리와 이에 따른 실력으로 비난을 찬사로 바꿔낸 그이기에 해줄 수 있는 진정어린 조언이기도 했다.

이동국이 김민재를 경기장 안에서 한 번, 경기장 밖에서 두 번 울린 셈.

같은 날 시드니 원정을 떠난 울산 현대는 시드니FC와 득점 없이 비겼다. 전날 적지에서 멜버른 빅토리를 3-1로 제압한 대구FC와 산둥 루넝과 2골씩 주고받은 경남FC까지 이번 ACL에 참가하는 K리그(프로축구) 4개 팀은 종합 2승 2무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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