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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8) 28년차 1세대 록밴드 제로지 "어설프니까 관객이 없는 것이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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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8) 28년차 1세대 록밴드 제로지 "어설프니까 관객이 없는 것이다"(下)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2.02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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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최대성 기자]  헤비 메탈 밴드 제로지는 28년 차의 대한민국 1세대 정통 록밴드다. 28년간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 록 시장의 변화를 직접 느껴온 살아있는 전설이다. '매의 눈'을 가진 이들에게 현재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 록 시장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 봤다.

▲ 리더 김병삼

◆ 록 시장의 용어부터 바로 잡아야 "인디가 아니라 언더그라운드죠"

제로지 리더 김병삼은 우리나라 록 시장의 용어정리가 바로 잡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들을 향해 사용하는 '인디레이블'이라는 말 자체가 정확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인디라는 말 자체가 모든 록그룹에게 사용되는 것이 말이 안됩니다. 인디레이블이라는 개념은 자체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 앨범을 내고 음악을 하는 것을 말하죠. 홍대신에 이름있는 록그룹들을 보세요. 아니 중간부터 제대로 된 신인만 해도 스스로 음반을 발매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어요."

"다 투자를 받거나 소속사를 끼고 있어요. 이게 무슨 인디레이블인가요? 정확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인디레이블을 하는 친구들과 언더그라운드, 오버그라운드 무대에서 활동 중인 록밴드들로요."

"비즈니스적인 문제로 모든 록밴드를 '인디밴드'로 지칭하면 모두 어설퍼질 수 있어요. 그래서 용어 정리가 중요합니다."

▲ 기타 한기택

◆ 치우쳐진 록 시장 "어설프니까 관객이 없는 것이다"

제로지는 현재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 록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을 '쏠림현상'과 '어설픈 음악 실력'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지금 언더그라운드 록시장에서 장사가 되는 밴드 스타일은 뚜렷하게 두 갈래예요. 말랑말랑한 통기타 등을 이용한 사운드를 내는 밴드들과 헤비한 느낌의 메탈 밴드들로 나뉜 거죠."

"얼터너티브, 이모 코어 등등 중간에 끼여 있는 장르들은 관객이 없어요. 우리나라 관객들의 성향인 것 같아요. 극단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이렇게 시장이 치우치다 보니 음악이 어설퍼서는 안 되는 겁니다. 말랑말랑하거나 강렬하려면 확실하게 가야 한다는 소리죠. 특히 메탈을 예로 들면 메탈은 소리가 무너져야 합니다. 관객의 몸을 때린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강해야 한다는 것이죠."

"메탈리카 공연을 가보셨나요? 엄청난 사운드를 가지고 있어요. 이런 음악을 듣다가 우리나라 메탈밴드들이 하는 것을 보면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당연히 오지 않겠죠."

"결국, 공연장이나 뮤지션 등등 모두가 최고의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한 번의 공연을 한다고 해도요. 한 번이라도 제대로 사운드를 만드는 공연을 한다면 관객들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어요, 꾸준히 오실 거예요."

▲ 드럼 류하림

◆ 전문밴드는 취미밴드가 아니다 "꾸준한 앨범활동이 필요하다"

제로지는 언더그라운드 록 밴드들이 대부분 투잡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는 만큼 보다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궁핍한 현실로 일어나는 직장인 밴드와의 차별성 문제를 전문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언더그라운드신 자체가 너무 힘들다 보니 많은 밴드가 '투잡'을 하고 있어요. 너무 안타까운 모습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결국, 생계를 위해 일을 관둘 수 없다면 직장인 밴드와 차별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전문성을 가지고 음악을 연구하고 꾸준히 앨범활동을 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명심하지 않는다면 취미로 하는 밴드일 뿐인 거죠."

▲ 베이스 노상엽

◆ 후배들에게 "우린 아이돌이 아니다. 한방 아닌 꾸준함을 가져라"

제로지의 후배들을 향한 마지막 조언은 꾸준함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해체와 재결성을 반복했던 제로지 선배의 뼈있는 한마디였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은 미래지향적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이돌 그룹처럼 대박을 노리고 단기적으로 결성된 음악인들이 아니잖아요. 좋은 음악을 만들고 꾸준히 관객을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꾸준히 하다 보면 반드시 우리 음악을 알아주고 좋아해 주시는 관객들이 나타날 겁니다. 포기하지 말고 이겨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재 후기] 28년 차 레전드 그룹이 지적하는 언더그라운드 록신의 문제점과 고쳐야 할 부분은 뚜렷했다. 이들이 이렇게 언더그라운드 록신을 걱정하는 이유는 단순히 연륜 깊은 선배로서가 아니라, '우리도 구성원'이라는 진지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바람처럼 대한민국 언더그라운드 록신이 다시 부활하기를 기대해 본다.

[인디레이블탐방](8) 대한민국 1세대 메탈의 역사 제로지 '전설을 말하다' (上) 도 함께 보세요.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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