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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관전평]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풋볼 정신 보여준 명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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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관전평]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풋볼 정신 보여준 명승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02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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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식축구 대표팀 부주장 정인수가 본 뉴잉글랜드의 대역전극

[편집자주] 올해 슈퍼볼은 톰 브래디가 이끄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10년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와 함께 브래디는 통산 세번째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역대 두번째 선수가 되면서 전설의 반열에 들어섰다. 현대 스포츠 산업의 총집결판으로 꼽히는 슈퍼볼은 미국내 시청자만도 1억명이 넘었고 초당 광고료가 1억원이 넘는 등 숱한 화제를 남겼다. 한국 미식축구대표팀의 부주장이자 디펜스 캡틴으로 오는 7월 미국에서 열리는 풋볼월드컵 준비에 여념이 없는 정인수가 미식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슈퍼볼 관전평을 보내왔다.

[정리=스포츠Q 민기홍 기자]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Never Give Up)!

뉴잉글랜드의 승리로 4쿼터 대역전극으로 막을 내린 슈퍼볼은 불굴의 투지를 상징하는 풋볼 정신을 잘 보여준 최고의 경기였다. 풋볼에서는 '투미닛 드릴(2minute drill)'이라고 해서 2분 안에 터치다운을 할 수 있는 연습을 매일같이 한다. 단 2분이면 승패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이번 슈퍼볼은 '창이냐 방패냐’의 싸움이었다. 두 팀은 나란히 정규리그 12승4패를 기록했다. 2001년 이후 3번의 맞대결에서 뉴잉글랜드가 2승을 거뒀지만 시애틀은 애리조나에서 펼쳐진 2년간 기록에서 뉴잉글랜드를 앞섰다.

뉴잉글랜드의 정규시즌 공격력은 리그전체 11위에 불과했다. 패싱과 평균 득점에서 시애틀에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평균 40점을 기록하며 10개 팀 가운데 공격력 2위를 기록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큰 경기 경험이 더해져 갈수록 무서워졌다.

시애틀은 두말할 나위 없는 최강 디펜스팀이다. NFL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견고한 수비진을 구축하고 있다. 피트 캐롤 감독의 수비 중시 철학 속에 정규리그 최소실점(평균 15.9점)과 최소야드(평균 267.1야드) 허용을 기록했다.

필자는 현재 한국 미식축구대표팀에서 디펜스 캡틴을 맡고 있어 시애틀이 뉴잉글랜드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집중적으로 지켜봤다.

최강자를 가리는 최고의 무대답게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양팀은 2쿼터에 2개의 터치다운을 주고받으며 14-14로 전반을 마쳤다. 시애틀이 3쿼터 들어 수비를 탄탄히 다지고 필드골과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10점을 앞서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하지만 그냥 물러설 뉴잉글랜드가 아니었다. 뉴잉글랜드는 리차드 셔먼이 버티는 센터를 피해 패스를 통한 사이드를 적극 공략했다. 중앙으로는 패스보다는 러싱을 써서 디펜스백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셔먼은 시애틀 디펜스의 핵으로 인터셉트를 밥 먹듯이 하는 선수지만 이날만큼은 힘을 쓰지 못했다.

4쿼터 들어서자 뉴잉글랜드는 톰 브래디의 터치다운 패스로 추격의 신호탄을 쐈다. 시애틀이 3점 앞서가고 있었지만 남은 시간을 고려할 때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경기였기에 팬들 입장에서는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경기종료 약 4분전 부터다. 뉴잉글랜드 롭 그론코브스키가 패스를 잡았고 이어진 줄리엔 에델먼의 터치다운으로 28-24로 전세를 뒤집는다. 남은시간은 2분 2초. 모든 이들이 뉴잉글랜드의 승리를 확신했을 것이다.

시애틀은 ‘풋볼의 투미닛 드릴은 이런 것’이라고 외치듯 자기 진영 20야드에서 단 5초 만에 50야드를 전진했다. 여기에 종료 1분 55초를 앞두고 패스한방으로 충분히 터치다운까지 할 수 있는 곳까지 다가섰다. 2번의 롱패스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곧 어메이징한 저메인 커스의 캐치가 나오며 슈퍼볼 2연패에 다가선다.

하지만 그 확신은 터치다운존 2야드를 앞에 두고 물거품이 된다. 뉴잉글랜드 루키 세이프티 말콤 버틀러가 러셀 윌슨의 패스를 인터셉트하며 팀에 우승을 안긴다. 상대방 작전을 예상하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볼을 가로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이 1초라도 0.001%의 가능성이 있다면 전력을 다해야 한다. 두 팀 모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다. 마지막 1분 집중력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브래디가 개인 통산 3번째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지만 개인적으로는 178cm, 90kg에 불과한 와이드리시버 줄리안 에델먼이 수훈선수라고 생각한다. NFL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은 체격임에도 최선을 다해서 뛰는 모습이 큰 감동을 안겨줬다.

이번 경기는 최근 몇 년간 펼쳐진 슈퍼볼 중에서 미식축구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경기였다고 본다. 이 경기를 본 팬이라면 미식축구의 묘미를 만끽하지 않을까 싶다. 하나 아쉬운 점은 슈퍼볼을 생중계해준 방송국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단일 스포츠이벤트임에도 경기를 중계하는 곳이 없어 NFL에서 운영하고 있는 게임 패스를 이용해 관람했다. 내년에는 TV를 통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 필자 정인수는?
1982년생.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디펜스 캡틴과 부주장을 맡고 있다. 풋볼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포지션은 라인백커. 동의대 졸업 후 일본 엑스리그 아사히 챌린저스를 거쳐 현재 서울 바이킹스서 뛰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남자 스포츠 풋볼을 사랑한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로 감동을 주듯 움직임으로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백성일 대표팀 감독은 “정인수의 안목이 상당하다”고 엄지를 치켜든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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