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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로맨스에 빠진 '빛나거나 미치거나' 퓨전사극도 '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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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로맨스에 빠진 '빛나거나 미치거나' 퓨전사극도 '사극'이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2.03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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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퓨전 사극'으로서의 길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비록 퓨전 사극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배경이 돼야할 역사적 내용이 매우 부실하다. 극 초반인 현재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퓨전사극인지 로맨스 드라마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다.

2일 방송된 '빛나거나 미치거나' 5회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는 현대판 트렌디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 현재 방송 중인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초기 고려시대 이야기를 다룬 퓨전 사극이다. [사진=MBC '빛나거나 미치거나' 제공]

이날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왕소(장혁 분)와 신율(오연서 분), 왕욱(임주환 분) 간의 3각 로맨스가 이어질 조짐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현재 왕소는 신율을 마음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신율 역시 왕소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중간에 왕욱이 신율을 사랑하게 되면서 세 사람은 앞으로 삼각로맨스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드라마의 논점은 여기서부터다. 퓨전 사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5회째 방송이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는 극의 중심에서 차츰 더 멀어지는 분위기다.

극 초반 왕소가 아버지 태조 왕건의 밀명을 받아 호족들을 제거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 외에는 역사적 스토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시청자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통 사극에서도 잘 다루지 않았던 고려 시대 광종의 역사를 궁금해 하면서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 [사진=MBC '빛나거나 미치거나' 제공]

특히 드라마의 주인공 왕소는 훗날 고려 시대 왕권 강화를 위해 피의 숙청을 단행하는 광종이다. 광종은 역사적으로 재미있는 소재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이런 광종의 역사적 이야기 보다는 역사기록에는 찾아보기 힘든 청년 왕소의 사랑이야기에 무게추가 넘어가 있다.

드라마를 시청 중인 대학생 김 모 씨는 "고려 시대 광종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예고를 보고 드라마를 시청했다. 하지만 역사적 이야기는 거의 없고 로맨스만 계속 나와 실망했다"며 "다른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퓨전 사극이라 할지라도 사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이상 기본적으로 역사에 입각한 드라마 내용을 다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퓨전 사극은 역사 왜곡 논란과 시청자를 기만할 수 있다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좋은 사례가 바로 지난 2013년 방송된 MBC '기황후'였다. 이 드라마는 초반 기황후 이야기를 로맨스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려다 왜곡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드라마에 등장하던 실제 역사적 인물들을 대부분 삭제했다. 스스로 사극임을 포기했다.

▲ [사진=MBC '빛나거나 미치거나' 제공]

'빛나거나 미치거나'도 현재 상황으로만 놓고 보면 기황후의 전례를 밟고 있는 모양새다. 드라마가 초반을 막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사극다운 전개를 예상하기 어렵다.

제작발표회 당시 제작진은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초반 코믹 로맨스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다가 중반 이후에는 광종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가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을 한 바 있다.

제작 의도 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퓨전사극이 갖춰야 할 실제 역사와 허구의 비중을 균형이 있게 맞춰야 한다.

극 초반 로맨스와 희극적인 요소를 앞세워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제작의도처럼 중반 이후 광종의 강한 캐릭터가 부각되면 초반의 소프트한 분위기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작가의 폭넓은 센스와 연출자의 절묘한 구성력이 평가받을 것이다.

왕소가 국왕이 되는 이야기로 접어들 준비를 하는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중반 이후를 기대해 본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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