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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이대호를 안방서 보게 해준 '개척자' 김용희가 고(告)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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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이대호를 안방서 보게 해준 '개척자' 김용희가 고(告)하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04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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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S 김용희 대표, 일본 스타 영입 제안-방송사 중계 종목 다양성 추구해야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해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는 시대다. 메이저리거 류현진(LA 다저스)이나 추신수(텍사스)의 경우 활약상이 세밀하게 다뤄진다.

일본 프로야구도 접할 수 있다. 9년 전 이승엽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타자로 맹타를 휘두를 때는 한국 야구가 뒷전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였다. 구대성(시드니)부터 이대호(소프트뱅크), 오승환(한신)에 이르기까지 '개척자' NBS 김용희(60) 대표가 아니었다면 열도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을 TV로 지켜보지 못했을 것이다.

김 대표는 일본 프로야구의 각 구단, 방송국, 일본야구기구(NPB) 등과 교류하며 일본의 중계시스템을 점검하고 중계권을 사고 파는 업무를 하고 있다. 스포츠 콘텐츠뿐 아니라 한일 양국의 영화, 드라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다룬다.

30년 전 일본 유학을 마치고 TBS 제작국, 보도국을 거쳐 독립한 그는 좋은 콘텐츠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한국과 일본이 교류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중계권 사업에 뛰어들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용희 대표 덕에 한국 야구팬들은 이대호와 오승환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

◆ 한국 스포츠산업계를 향한 파격 제안 

“럭비 한일전이 있어서 추진해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일단 방송사 측에서 럭비를 왜 중계해야 하느냐고 말하더라고요. 대한럭비협회쪽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고. 답답하고 아쉬웠어요.”

야구 중계권을 사고 파는 그이지만 누구보다 ‘종목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본은 ‘오만 스포츠’를 다 볼 수 있는 나라다. 모터 스포츠, 격투기, 럭비 등 다양한 종목이 전파를 탄다. 이는 생활체육 저변 확대로 이어져 국민들의 건강 증진이라는 선순환 효과로 나타난다.

김 대표는 “이것이 바로 방송의 힘이다. 일본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당연히 중계를 한다”며 “한국이 인기 종목에만 치우쳐 있는 건 매스컴의 책임도 크다. 방송사와 정부가 비인기 종목 중계에도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산업 파이를 키우기 위한 파격적인 제안도 내놨다. 그는 “우리나라 구단이 돈을 풀어 일본의 스타를 데려오면 좋을 것”이라며 “한국 야구가 절로 홍보되는데다 중계권도 팔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아래 리그’라는 생각을 뒤집는 신선한 발상이다.

◆ 신용으로 일군 성공신화, 한일 문화 차이 이해해야 

김 대표가 이름을 알린 때는 2004년이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광고회사 덴쓰(電通)를 누르고 지바 롯데로부터 이승엽 경기 중계권을 따낸 것. 이미 2001년 오릭스로부터 구대성 경기 중계권을 확보하긴 했지만 야수와 투수의 가치가 달랐다. 업계에서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한 이승엽을 향한 주목도가 올랐다. 김 대표는 그저 한국 팬들이 ‘국민타자’를 볼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SBS스포츠와 싼 가격에 계약을 맺었다. '이승엽 대박'이 터졌다. 다른 방송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김 대표는 돈 욕심을 내지 않았다. 의리, 신용을 중시하는 그의 철학이 엿보인다.

그는 “일본 사람은 앞에서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들보다 3배 이상 일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오로지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한 시즌 180회에 달하는 생중계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돈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신용을 잃지 않은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양국 관계도 주시해야 한다. 대표적인 친한파 모리 요시로가 총리로 재임했던 시절에는 일을 추진하기가 편했다고 귀띔한다. 아베 신조 총리가 망언을 일삼는 현 정부에서는 그만큼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 왜 이대호-오승환이 격돌한 일본시리즈를 보지 못했을까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 대표는 "한국도 일본처럼 미디어가 다양한 종목을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엽이나 이대호의 경우를 보면 홈경기와 원정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가 다른 경우를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중계권을 쥐고 방송사에 모든 권한을 주는 반면 일본은 구단이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스타전, 포스트시즌만 일본프로야구기구(NPB)와 협상한다.

그렇다면 왜 많은 야구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이대호와 오승환이 격돌한 일본시리즈를 보지 못한 걸까. 김 대표는 “한국 선수가 일본 최고 무대에서 맞붙는데 가만히 있을 리는 없었지만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라 편성에 난항을 겪었다”고 답했다.

류현진을 필두로 강정호(피츠버그)가 KBO 출신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했다. 김광현(SK)과 양현종(KIA)도 일본이 아닌 미국행을 위해 노력했다. 많은 전문가들, 팬들도 “일본보다는 미국으로 가는 것이 훨씬 낫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일본 야구장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상주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잘만 하면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일본 리그를 경험하는 것은 선수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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