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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이웃집 찰스', 외국인이 보여주는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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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이웃집 찰스', 외국인이 보여주는 '미생'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2.04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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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한국 정착기', 사회 적응 힘든 모두의 이야기

[스포츠Q 오소영 기자]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는 '외국인' 출연자였다. '비정상회담(JTBC)'을 필두로, '헬로 이방인(MBC)' 등 프로그램과, 헨리, 강남 등 혼혈·외국인 스타들이 예능의 샛별로 떠올랐다. 그중 '비정상회담'은 '기미가요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고, '헬로 이방인'은 세 달만에 폐지됐다.

KBS 1TV '이웃집 찰스'는 조용히 선전 중이다. 지난해 '리얼 한국정착기-이방인'이라는 제목으로 파일럿 방송했던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6일 정규 방송을 시작했다.

▲ KBS 1TV '이웃집 찰스'의 출연자 줄리아, 아노, 아델리아. [사진=방송 캡처]

'이웃집 찰스'는 스튜디오 토크와 VCR로 구성돼 있다. VCR에는 출연자 줄리아(이탈리아), 아노(프랑스), 아델리아(러시아)의 일상을 담고, '이방인 학교'라고 부르는 스튜디오의 출연진(MC 알렉스, 게스트, 외국인 출연자 6인)은 이를 함께 보고 한국 생활의 팁을 서로 나눈다.

제작진들은 소소한 재미를 잡아내고, 출연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지점을 보여줘 한국인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외국인에게는 공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웃집 찰스'의 매력은 '문화 차이의 신선함'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의 어려움은 외국인의 타국 생활 외에도, 지금껏 겪어보지 않았던 경험을 하는 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며 스스로를 '이방인', '미생'이라고 여기는 우리의 문제로도 치환 가능하다.

줄리아는 한국 여행을 왔다가 만난 남편과 사랑에 빠져 한국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신혼집 마련과 한국 적응이 되기 전까지 그녀는 시댁에서 시집살이를 한다. 직설적인 성격의 시어머니에게 줄리아는 상처받지만 대화로 풀기보다 자리를 피한다.

아노는 프랑스 음식 크레이프를 재래시장 노점에서 판다. 홍대, 강남이 아닌 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건 자본금 사정과, 한국사회에 적응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크레이프는 저렴한 가격에도 잘 팔리지 않고, "팥을 넣어보라"는 가족의 조언은 개인의 영역과 프랑스 문화를 지키고 싶은 그에게 간섭으로 여겨진다.

아델리아는 여성이 직장에서 기량을 펼치는 경우가 적은 러시아 대신 한국 직장을 택했다. 꿈꿨던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전문 용어 사용, 직장 내 예절 등 온통 어려운 것뿐이다.

한국인들 또한 이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시집살이의 고부갈등은 유명하고, 창업 청년들에게 시장 진입장벽은 높고, 회사 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사원들은 낯설고 두려운 시간을 보낸다.

▲ 3일 방송한 '이웃집 찰스'는 외국인 출연자 3인이 '이방인 학교'를 졸업하는 모습을 담았다. [사진=방송 캡처]

이들은 처음의 막막함을 딛고 점차 적응해 갔다. 낯선 환경과 소통하고, 스스로의 변화를 선택한 결과다. 3일 방송에서 줄리아와 시어머니는 보다 화목해졌고, 아노는 팥 크레이프로 시장 어른들의 마음을 샀으며, 아델리아는 선배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이들은 이제 더욱 도움이 필요한 다음 출연자들에게 자리를 내 주게 됐다.

파일럿 제목 '이방인'이 정규 편성되며 '이웃집'으로 바뀌었듯,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여겼던 이들은 시행착오와 '아픔'을 거쳐 한국 사회와 가까워졌다. 새로 합류하는 이들의 성장 또한 기대해 볼 만하다.

▲ KBS 1TV '이웃집 찰스' 화요일 오후 7시 30분 방송.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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