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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① 엘리트스타 조혜정의 변신, 생활체육 '마중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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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① 엘리트스타 조혜정의 변신, 생활체육 '마중물'을 위하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05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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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하이파이브 수원 스포츠클럽 조혜정 매니저 인터뷰..."엘리트 체육인, 생활체육 참가 노력 절실"

[300자 Tip!] 한국 스포츠 현장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으로 나뉜다. 엘리트체육은 전문 선수, 즉 스포츠 선수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엘리트체육은 초·중·고등학교의 운동부에서 시작해 대학으로 진출하거나 프로로 진학하는 방식을 따른다. 이에 비해 생활체육은 말 그대로 보통 사람들이 일상으로 즐기는 스포츠를 말한다. 그런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같은 스포츠 활동인데도 그 구분이 너무나도 뚜렷하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클럽 활동을 통해 생활체육을 하다가 재능이 있을 경우 선수로 발굴되는 클럽 시스템이 주축인데 비해 한국은 아직까지 학원 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프로 감독까지 역임했던 배구인이 생활체육에 뛰어들었다. 그가 갑자기 생활체육에 헌신하게 된 이유는 뭘까.

▲ 1970년대 한국 여자배구의 최고 스타,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첫 여성 감독이었던 조혜정 감독은 이제 생활체육 클럽의 총괄 매니저로 변신했다.

[수원=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의 여자배구 국가대표로 17세 나이로 데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의 주역. 이탈리아무대 진출. 프로 스포츠 사상 첫 여성 감독. 그리고 '나는 작은 새'.

모두 한국 여자배구의 불세출 스타 조혜정(62) 전 감독을 일컫는 수식어들이다.

2010년 4월부터 GS칼텍스 여자배구팀 감독으로 부임,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첫 여성 사령탑이 된 그는 1년 만에 사임한 뒤 한동안 배구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완전히 스포츠 무대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프로 스포츠만 보고 관심을 갖는 우리의 시야가 그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조혜정 전 감독은 지금 철저한 '생활체육인'이 되어 있었다. 지난해 4월 국민생활체육회으로부터 선정받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사단법인 코리아 하이파이브 수원 스포츠클럽이라는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창설했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지역내 상시 활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을 기반으로 은퇴선수와 체육지도자,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를 활용해 지역주민들의 생활체육 수요에 부응하는 개방형 클럽을 말한다.

지역주민 남녀노소 부담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은퇴선수와 체육지도자 일자리 창출, 공공체육시설 활용도 제고 등의 효과를 가져와 한국형 클럽 시스템으로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클럽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생활체육 발전을 위해 한국 여자배구의 최고 엘리트 스타가 뛰어든 것이다.

▲ 조혜정 매니저가 생활체육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탈리아에 진출했을 때였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 유럽의 스포츠클럽을 보며 생활체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나서야 생활체육 클럽을 만들어냈다.

◆ "유럽 진출 때부터 가졌던 꿈, 30년만에 이뤘네요"

조혜정 전 감독의 현재 직책은 사단법인 코리아 하이파이브 수원 스포츠클럽의 총괄 매니저다. 또한 국민생활체육회 이사직과 함께 수원시체육회 부회장직도 겸임하고 있다. 프로팀 감독에서 갑자기 생활체육인으로 변신하는 것은 다소 의아했다.

"제가 이탈리아에 진출한 것이 1970년대 말이었죠. 그때 이탈리아와 독일 등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클럽 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가 연계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또 대학 때 전공(수원대 체육학과)을 했기 때문에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이 평소 많았죠. 이때부터 언젠가는 생활체육에 대한 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젊었을 때는 학교 코치로 뛰고 프로 감독도 맡으면서 생활체육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생활체육에 뛰어들어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때마침 국민생활체육회에서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공모하게 됐고 제 꿈과 일치해 뜻있는 엘리트 체육인과 합심해 만들게 됐죠."

생활체육에 관심을 가진지 무려 30여년 만에 생활체육을 할 수 있는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수원에 열었다. 현재 코리아 하이파이브는 수원청소년문화센터 꿈의 체육관에서 야구와 농구, 배구, 탁구, 배드민턴에 걸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수영 종목도 함께 했지만 지금은 중단한 상태다.

코리아 하이파이브의 특징은 엘리트 출신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우선 자신부터 한국 여자배구의 최고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클럽을 만드는데 자신과 이에리사 의원 등이 속한 사단법인 100인의 여성체육인이 중심이 됐다.

그 결과 농구에서는 정미라 MBC 농구 해설위원, 문선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감독관, 조문주 전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감독 등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탁구에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복식 동메달을 따냈던 홍차옥 씨가 지도자로 나서고 있다. 배구는 조혜정 매니저 외에도 선수 출신 지도자가 어머니 배구팀을 가르치고 있다.

▲ 조혜정 매니저는 사단법인 100인의 여성체육인과 함께 지난해 4월 사단법인 코리아 하이파이브 수원 스포츠클럽을 창설했다. 수원 지역의 종합형 스포츠클럽으로 한국 생활체육 발전을 위해 최고 엘리트 스타가 뛰어들었다.

또 국가대표 선수들이 중심이 돼 만든 곳이다 보니 후배 선수들이 멘토로 참여하기도 한다. 우지원 SBS 스포츠 해설위원을 비롯해 김상우 성균관대 감독, 현정화 전 감독, 나경민 대교 감독 등이 각각 농구와 배구, 탁구, 배드민턴 특강을 위한 멘토로 참여한다. 최근에는 양준혁 해설위원이 야구 멘트를 맡기도 했고 김연경이 비시즌 기간 한국을 찾았을 때 방문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 농구를 하던 한 학생의 부모가 찾아왔어요. 어떻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훈련시키길래 애가 녹초가 돼서 들어오느냐고 따지러 오신 것이었죠. 그런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각 종목 담당자들의 이름을 보시고는 오히려 아이에게 '네가 어디서 이런 분들한테 체육을 배우냐. 잔소리 말고 열심히 해'라고 훈계를 하시더군요. 하하하."

◆ "이제 1년차 시설 사용 등 어려움이 걸림돌"

생활체육에 뛰어들겠다고 결심이 섰던 그는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주위에 있는 후배들과도 의기투합하자며 설득과 회유(?)를 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가장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던 정미라 해설위원은 현재 클럽에서 가장 적극적이다.

"처음에는 '이게 잘 되겠어요'하는 생각으로 바라보더군요. 한국에서는 생활체육 클럽이 잘 안될 것이라는 얘기였죠. 하지만 코리아 하이파이브를 창설시키고 회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클럽 시스템 정착에 자신도 기여해야겠다며 합류했어요. 지금은 가장 적극적이에요. 처음에 얘기 들었을 때 부정적인 시각으로 봐서 미안하다면서요.(웃음)"

그러나 아직까지 운영상 어려움을 토로한다. 스포츠 시설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해 회원을 늘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다.

▲ 조혜정 감독이 이끄는 코리아 하이파이브 수원 스포츠클럽에는 국가대표 출신 엘리트 체육인이 대거 지도자로 참여하고 있다. 또 김연경 등 현역 선수들이 멘토로 참여하기도 했다. [사진=코리아 하이파이브 수원 스포츠클럽 제공]

"국민생활체육회에서 1년에 3억원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금전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아요. 출범 3년 후에는 자립을 해야하는데 이는 계획대로 잘 되고 있어요. 다만 시설이 지방자치단체에 속해 있기 때문에 클럽이 커나가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일단 시의 체육 시설물들은 조례에 따르면 민간단체에 내줄 수가 없게 되어 있어요. 이 때문에 다른 지역의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대부분 해당 지역 국민생활체육회가 운영하는데 수원시에서만 민간단체인 코리아 하이파이브가 운영하는 거죠. 조건부 위탁 형식으로 일주일에 화요일과 목요일만 시설을 빌려서 운영하기 때문에 반을 늘릴 수도 없고 상급반을 만들 수도 없어요. 새롭게 생활체육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거죠."

또 하나 어려운 것은 배구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어서 아쉽다는 것이다. 생활체육 클럽을 만들어 활성화된 것은 좋은데 '배구 짝사랑'에서 헤어나올 줄 모르는 그는 배구 프로그램에 지원자가 적어 속이 상하단다. 같은 종목이라도 아이들은 농구를 더 선호하지, 배구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배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너무 적어요. 농구는 배워놓으면 농구 코트에서 언제라도 할 수 있어서 관심이 많은데 배구는 흥미가 떨어지나봐요. 사실 해수욕장에서도 비치 볼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 것이 배구 아닌가요? 사설 클럽에서도 축구나 농구 교실은 있어도 배구 교실은 없어요. 종합형 스포츠클럽 가운데 유일하게 배구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학생이 딱 2명 왔더라구요. 프로배구가 관중 동원이나 시청률에서는 성공을 거뒀을지는 몰라도 미래를 위한 기반은 다져놓지 못한 거죠."

◆ 엘리트 출신, 편견 버리고 생활체육으로 많이 건너와야

종합형 스포츠클럽이 엘리트 출신들의 은퇴 후 진로 문제를 위한 해결방법으로 꼽히고 있지만 정작 선수 출신, 특히 국가대표 선수 출신들은 좀처럼 생활체육으로 건너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이 프로팀이나 학교팀에서 엘리트 선수들을 지도하고 싶어하지, 생활체육에는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후배들에 대해 뭐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저도 젊었을 때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선수 출신들이 생활체육에서 할 수 있는 일과 그 역할은 너무나 많아요. 금전적인 것, 명예를 따지기 때문에 생활체육으로 건너오지 못하는겁니다.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이니까요. 생활체육에 들어오려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받았던 성원과 사랑을 다시 돌려준다는 생각이 중요해요. 생활체육에 헌신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거죠. 예우를 받고 싶다고 하면 자리가 한정된 엘리트체육에서 계속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 조혜정 매니저는 엘리트 체육인이 생활체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진출하기를 바란다. 금전과 명예,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생활체육에 있다는 것이다.

조 매니저는 생활체육이 한국 스포츠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클럽에서 생활체육을 하는 아이들이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와 함께 해당 종목 프로 스포츠에 대한 재미도 함께 느끼게 되겠죠. 스포츠 경기를 보러가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겠죠. 또 해당 지역에 있는 프로구단들은 팬 서비스 차원에서 생활체육을 하는 아이들을 찾아와 일일지도를 하면서 스킨십을 할 수도 있구요. 그렇지 않아도 수원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에게 얘기해서 클럽과 프로구단을 연결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그러자면 한국전력이 이번에 플레이오프에 나가야할텐데.(웃음)"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이제 막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는 단계다. 이와 함께 국가대표 출신들이 만든 코리아 하이파이브도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이어주는 가교로서 실험을 거듭해나가고 있다. 코리아 하이파이브가 성공한다면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다.

"후배 엘리트 선수들이 생활체육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 처음인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함께 느껴요. 코리아 하이파이브가 성공을 거둔다면 국가대표 선수들이 합심해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만드는 사례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Q스페셜] ② "위기의 학교체육, 클럽체육이 활로될 수 있다" 로 이어집니다.

[SQ스페셜] ③ '코리아 하이파이브'가 손맞잡은 즐거움의 가치 로 넘어갑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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