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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현대캐피탈, '원팀' 된 '어벤져스'... 설움 떨친 이승원-부상투혼 전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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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현대캐피탈, '원팀' 된 '어벤져스'... 설움 떨친 이승원-부상투혼 전광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3.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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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천안 현대캐피탈이 프로배구 남자부 정상에 등극했다. 정규리그 후반기 주전들의 줄부상에 신음한 탓에 2위로 마쳤지만 절치부심한 끝에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서 인천 대한항공의 통합우승을 저지했다.

현대캐피탈은 26일 충남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포스트시즌에만 5연승을 거두며 왕도까지 가장 짧은 지름길을 택했다.

봄 배구 내내 부상과 컨디션 저하 속 투혼을 발휘했던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의 리더십 아래 스타로 가득한 ‘어벤져스’에서 진정한 ‘원팀’으로 성장했다.

 

▲ 현대캐피탈이 26일 '안방' 천안에서 대한항공을 물리치고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현대캐피탈 제공]

 

◆ 주장 문성민부터 허수봉-이원중 막내라인까지

현대캐피탈은 날개공격수 파다르, 문성민, 전광인에 미들 블로커(센터) 신영석, 리베로 여오현까지 포지션마다 리그 정상급 자원들을 보유해 ‘어벤져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5라운드부터 신영석과 문성민의 부상으로 주춤했고, 외인 파다르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허리 염좌로 결장한 뒤 컨디션이 저하됐다. 특히 전광인은 챔피언결정전 내내 무릎을 절뚝이면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어벤져스는 포스트시즌을 거치며 ‘원팀’ 정신을 제대로 보여줬다. 무릎이 온전치 않았던 주장 문성민은 수비력을 갖춘 전광인의 입단 이후 ‘에이스’ 타이틀을 내려놓았지만 조커로 기용될 때마다 강력한 서브와 높은 성공률의 공격으로 흐름을 바꿨다. 그는 ‘백의종군’하면서도 코트 안팎에선 리더로서 충실했다. 공격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벌이는 특유의 단체 세리머니는 현대캐피탈의 상징과도 같았다.

신영석은 군에서 전역하자마자 맹활약을 펼친 최민호와 ‘트윈타워’를 구축했다. 현대캐피탈은 시리즈 매 경기 블로킹에서 대한항공을 압도했다. 신영석은 고비 때마다 서브에이스로 상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플레잉코치인 리베로 여오현의 반사신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마흔 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빈틈없는 ‘디그쇼’를 펼쳤다.

주전 세터 이승원이 부침을 겪을 때면 들어와 빠른 토스로 자리를 메운 이원중과 파다르 대신 플레이오프 2차전과 챔프결정전 2차전 5세트에 맹활약한 허수봉은 ‘영건’이 팀에 불어 넣을 수 있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이승원까지 세 선수의 성장세에 현대캐피탈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최태웅 감독은 부임한 이래 5시즌 동안 모두 정규리그 혹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다.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사진=KOVO 제공]

 

◆ 이승원 폭발시킨 최태웅 ‘형님’ 리더십

현대캐피탈은 시즌 내내 세터 불안에 시달렸다. 시즌을 앞두고 수원 한국전력에서 전광인을 데려오면서 주전 세터 노재욱을 보상선수로 내줘야 했다. 이후 5년차 이원중과 프로 원년 이원중이 남았는데 이승원은 경기력에서 기복을 보였고, 이원중은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최태웅 감독은 이승원과 이원중을 수시로 교체해가며 해결책을 모색했고, 경기 도중 이승원을 꾸짖는 장면이 수차례 전파를 타기도 했다. 팬들은 이승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고 세터진의 전력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최태웅 감독은 이승원의 잠재력을 믿었다. 비판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이승원을 스타팅멤버로 기용했다. 시즌 막바지 6라운드부터 이승원이 안정을 찾았다. 최 감독도 “(잠재력이) 터질 듯 말 듯한 분위기가 있다”며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하면 포스트시즌에서 터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기대를 모았고 이승원이 제대로 부응했다.

센터 최민호가 가세한 뒤 이승원은 힘을 받았다. 중앙을 활용한 속공은 물론 파다르가 빠졌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컨디션이 좋았던 허수봉을 적극 활용하며 SBS스포츠 중계진으로부터 “인생경기”라는 극찬을 들었다. 챔프결정전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2, 3차전에선 코트 밖으로 몸을 던지는 토스로 승리를 견인했다.

최 감독은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고마운 선수는 (이)승원이다. 너무 힘들어하는 데도 도와줄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며 눈물을 보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승원 역시 “우승을 확정한 오늘이 내 배구 인생의 전환점”이라며 “노재욱 선배와 나를 비교하는 시선을 이겨내고 싶었는데,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아서 기쁘다”고 밝혔다.

최태웅 감독과 세터 이승원은 탈 많았던 올 시즌을 보내며 함께 성장했다. 앞으로도 두 사람이 보여줄 ‘케미’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최 감독이 1차전 5세트 6-9로 뒤진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해준 "기적은 일어난다"는 말대로 훌륭하게 해낸 사제지간이다.

 

▲ 이승원(왼쪽)과 전광인(가운데)은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주역이다. [사진=KOVO 제공]

 

◆ ‘우승하러 온’ 전광인, 무관 설움 날린 부상투혼

전광인은 한국전력에서 5시즌을 보낸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공수를 모두 갖춘 전광인은 문성민을 벤치로 밀어내고 주전을 꿰찼고 이적 첫 시즌에 부주장이라는 중책도 맡았다.

시즌 초 팀에 적응하면서도 공수는 물론 코트 내 리더 역할까지 부담을 느낀 탓인지 주춤했던 전광인은 이내 현대캐피탈이 그를 영입한 이유를 제대로 보여줬다. 정규리그에서 466점(공격성공률 52.97%)으로 득점 10위, 리시브성공률 49.31% 등 수비 종합 1위에 오르며 공수에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대한항공 정지석과 함께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됐지만 정규리그 우승에 실패했기 때문에 수상 가능성에 손사래를 친 그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그는 무릎에 이상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평균 13.5점을 뽑고 15.5개의 리시브를 성공했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는 아이싱을 한 채로 코트에 들어서야만 했다. 자고 일어나면 부어오르는 무릎을 안고도 그는 상대 스파이크를 리시브한 뒤 다시 뛰어올라 공격을 마무리지었다. 진통 주사를 맞고 경기를 시작해 경기 중에 진통제를 먹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 1, 3차전에 각각 22, 20점을 기록했다. 2차전을 마친 뒤 방송 인터뷰에서 “어떻게 참아내느냐”는 질문에 “우승하고 싶어 참는다”며 눈물을 보였던 그는 3차전에도 해결사 역할을 해냈고 결국 챔피언결정전 MVP를 거머쥐었다. 그의 커리어 사상 첫 우승이자 MVP 수상이다. 

시즌 초 작전타임 때 최 감독이 전광인에게 집중력을 요구하며 “너, 뭐하러 왔어?”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전광인이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우승으로 대답했다.

절치부심했던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의 리더십 아래 모든 선수가 각자 역할을 다했기에 악조건을 딛고 우승이라는 목표에 도달했다. 스타군단이 진정한 팀워크를 보여줬고 역전 드라마를 쓰며 2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했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전광인은 우승한 뒤 선수단과 그 가족, 스태프까지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었다. 곧 그 바람을 이룰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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