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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흥국생명, 2년 전과 다른 눈물... 새 역사 쓴 박미희 감독과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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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흥국생명, 2년 전과 다른 눈물... 새 역사 쓴 박미희 감독과 이재영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3.2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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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 여자부 인천 흥국생명이 12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년 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었던 ‘분홍거미’는 김연경(31·엑자시바시)이 뛰던 시절 이후 10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서 웃었다.

흥국생명이 27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김천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1로 물리치고 정상에 복귀했다. 

지난 시즌 꼴찌까지 곤두박질쳤던 흥국생명은 알찬 전력보강 아래 새 역사를 쓰는 박미희 감독의 리더십과 흠 잡을 데 없었던 에이스 이재영을 앞세워 12년 묵은 갈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2년 전과는 다른 의미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 흥국생명이 12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꼴찌에서 1위로 점프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사진=연합뉴스]

 

◆ 약이 된 2년 전 실패

흥국생명은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순위표 꼭대기를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컨디션 난조에 빠지며 화성 IBK기업은행에 우승 반지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발판 삼아 통합우승의 기틀을 마련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미들 블로커(센터) 김세영과 윙 스파이커(레프트) 김미연을 영입하며 높이와 경험을 보강했고 톰시아와 원투펀치를 이룬 이재영의 기량은 정점을 찍었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가세한 센터 이주아를 비롯해 신연경, 김다솔 등 신예들도 제 몫을 톡톡히 해줬다. 공수안정은 물론 신구조화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시즌 중에도 좀처럼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 총 9번 졌지만 연패는 없었다. 이재영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우리는 연패가 없었기 때문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했다. 어떤 팀이 와도 우리 배구만 잘 준비할 수 있다면 경기력에 지장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박미희 감독도 “실패를 통해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때보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잘 지키고 있어 오히려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팀이 실패를 통해 한층 성숙해졌다고 자부했다.

 

▲ 박미희 감독은 2년 전 챔피언결정전 패배와 지난 시즌 부진으로 감독직을 내려놓을 생각까지 했다. [사진=KOVO 제공]

 

◆ 박미희 감독, 여성지도자 새 지평 열다

앞서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본 유일한 여자 감독이었던 박미희 감독은 이번 승리로 여성 사령탑 최초의 통합 우승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여성 지도자로서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고 “챔프전을 잘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다”며 여자부 통합 제패 의지를 다졌던 그는 왕좌에 오른 뒤 눈시울이 불거진 채 코트를 바라봤다. 이윽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선수들을 한 명씩 꼭 안아준 그는 주인공은 선수들이라고 말하는 듯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멀찌감치 물러섰다.

2년 전 챔피언결정전 패배와 지난 시즌 성적 부진으로 박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셌지만 구단은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는 그와 재계약했고 기대에 부응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감독은 “울지 않으려 했는데…”라며 “지난해 힘들었던 게 떠오른다. 사실 감독을 그만두려 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내가 가는 길이 역사가 된다는 조언에 다시 힘을 냈다”는 말에는 그간 마음고생이 모두 담겨져 있다. 스포츠계가 남성위주로 돌아가는 만큼 여성 지도자를 향한 잣대는 남다르고 엄격하다. ‘최초’,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부담감을 이겨낸 그의 눈물이 아닐 수 없다.

 

▲ 이재영(오른쪽)은 정규리그뿐만 아니라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훨훨 날았다. 만장일치로 MVP로 선정됐다. [사진=KOVO 제공]

 

◆ 이재영, 실력에 승부근성까지 흠 없는 에이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는 이재영의 몫이었다. 그는 정규리그 MVP 수상도 유력하다. 이번 시즌 남녀부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2015 신인 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그는 데뷔 3년 차인 2016~2017시즌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선 웃지 못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득점 2위(624점), 수비 종합 7위에 올랐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활약은 계속됐다. 한국도로공사 에이스 박정아와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1, 2차전 각 23, 21점을 올렸다. 3차전에선 34점에다가 41.7%의 높은 효율로 16개의 리시브까지 성공했다. 4차전에서도 29점으로 올 시즌 ‘원투펀치’를 이룬 파트너 톰시아와 59점을 합작했다.

이전까지 체력과 수비에서 고전한다는 평가가 따랐던 이재영은 올 시즌 공수 양면에서 완벽했다. 공격에선 기술적 보완으로 체력을 아꼈고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특유의 승부욕은 다른 선수들의 근성까지 이끌어냈다. 나이는 23세이나 실질적인 리더였다.

이재영은 “지난해 팀이 최하위에 머물러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시리즈 내내 공격을 거의 홀로 책임졌지만 “2년 전과 달리 지금은 부담보다는 재미를 느낀다”는 씩씩한 대답을 들려줬던 그가 무거운 책임감을 이겨내고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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