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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시련이 키운 '섬소년' 심영성 부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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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시련이 키운 '섬소년' 심영성 부활의 꿈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05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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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5차례 수술, 선수생활 위기 극복…두 시즌 '4부리그' 포천서 뛰며 재기 발판, 고향서 부활 도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때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팬들의 뇌리에서 거의 잊혀진 '판타지 스타'가 있다. 바로 심영성(28·제주)이다. 심영성은 이제 제주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로 돌아온 심영성은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 4일 돌아왔다.

그에게 안탈리아 전지훈련은 너무나도 특별했다. 한국 축구의 유망주였다가 한순간 사고로 선수 생활은 고사하고 일상생활도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그였던지라 소속팀 제주로 돌아온 것만 해도 감개무량했다.

조성환 신임 감독도 심영성의 도전에 크게 흡족한 표정이다. 지난 시즌 가까스로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에 들긴 했지만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던터라 공격수 심영성의 복귀는 못내 반갑다. 터키 전지훈련에서 심영성은 재기의 나래를 펴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 제주의 공격진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 세 시즌만에 친정팀 제주로 돌아온 심영성은 챌린저스리그에서 두 시즌 뛴 덕분에 아직 패스나 슛 감각이 살아있다.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을 통해 조성환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은 그는 제주의 주전 공격수로 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 교통사고와 어머니의 별세, 유망주의 갑작스런 추락

심영성은 2000년대말 한국 축구의 유망주였다. 키는 178cm로 큰 편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득점감각으로 청소년 대표팀 시절 아시아를 평정했다.

19세 이하(U-19) 대표팀 주전 공격수였던 그는 2006년 SBS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두 골을 넣으며 2-1 승리를 이끌었고 일본 시즈오카 대표팀과 경기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청소년 선수권에서는 5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캐나다에서 2007년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는 브라질을 상대로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함께 뛰었던 멤버들이 아시안컵을 통해 '넘버원 골키퍼'로 도약한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을 비롯해 기성용(26·스완지 시티),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 박주호(28·마인츠05) 등이었다.

제주중학교와 제주제일고를 졸업하고 2004년 일찌감치 성남FC(당시 성남 일화)에 입단했던 그는 2006년 자신의 고향에 연고를 둔 제주로 이적했다. 2007년 25경기에서 5골, 2008년 23경기에서 7골을 넣으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맹활약했다.

그러나 시련이 불어닥친 것은 2010년 1월. 공교롭게도 그의 생일 닷새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오른쪽 무릎 슬개골이 완전히 으스러졌다. 골반 뼈를 절개해 무릎에 붙이는 대수술을 포함해 모두 다섯차례의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들이닥친다고 했던가. 재활 중에 폐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까지 별세해 충격이 더했다.

재기 가능성이 희박한 그를 내보낸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제주 구단은 끝까지 그를 기다렸다. 1년 6개월의 재활 끝에 2011년 하반기에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부상 후유증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고 2012년 강원으로 임대 이적했다. 그리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면서 그는 잊혀졌다.

그러나 심영성은 완전히 축구화를 벗은 것은 아니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면서도 챌린저스리그 포천시민구단에서 뛰었다. 2012년 12월에 입단한 그는 몸 관리에 전념하면서 본격적으로 재기에 도전했다.

▲ 심영성은 2010년 당한 교통사고 때문에 다섯차례나 오른쪽 무릎수술을 받았다. 이후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면서 포천시민구단의 선수로 2년 동안 뛰었다. 이제 다시 제주로 돌아와 부활을 꿈꾼다. [사진=스포츠Q DB]

◆ 챌린저스리그서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 이젠 제주서 부활 나래

2년에 걸친 포천시민구단 선수 생활은 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줬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선수들이 많아 수준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도 마음을 잡고 경기력을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난해 4월 포천에서 만난 심영성은 "지금 K리그나 대표팀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여기서 준비를 잘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려 복귀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대한축구협회(FA)에서도 K리그나 내셔널리그 팀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K리그에 돌아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챌린저스리그에서 활동했던 것이 큰 보약이 됐다는 것을 팬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두 시즌 연속 포천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켜 2013년 우승, 지난해 준우승을 경험한 그는 공익근무요원을 마치고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4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제주는 심영성을 기다려줬다. 재기가 불투명한 추억의 스타를 기다려준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심영성은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다행히 안탈리아 전지훈련 성과는 좋다. 챌린저스리그에서 2년동안 뛰면서 갈고 닦은 경기력이 있었기에 볼감각이나 센스는 여전했다. 중원과 전방을 넘나들며 날카로운 패스를 전달하고 슛도 살아있었다. 스위스 상크 갈렌과 연습경기에서는 배기종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그루지아 클럽인 토르페와 경기에서는 득점까지 넣었다.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선 심영성은 절실함이 자신을 깨웠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더욱 훈련에 매진한다. 부상 이전처럼 완벽한 몸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빡빡한 팀 훈련 일정 속에서도 틈을 내 개인 훈련을 한다. 이를 통해 체력과 근력을 끌어올렸다. 조성환 감독도 "올시즌 팀에서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쳐줄 것"이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심영성은 "하루하루 감사하며 축구를 한다. 지금이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운동장에 선다"며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지난 시간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 심한 부상을 당해도, 4부리그에서 뛰었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또 심영성은 "팀에 돌아오니 어느새 고참이 됐다. 이제 후배들이 흔들릴 때 바로 잡아주는 선배의 역할도 해야 한다"며 "부상당하기 전이라면 두라지 골을 넣겠다는 각오를 전하겠지만 지금은 경기장에 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제주가 좋은 성적을 내는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는 소박한 시즌 목표를 밝혔다.

심영성이 재기에 성공한다면 제주는 보다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할 수 있기 된다. 배기종이 돌아온데다 포항에서 임대로 뛰었던 강수일까지 합류한다. 지난 시즌처럼 38경기에서 39골에 그친 빈약한 공격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심영성의 재기 여부에 제주의 성적도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심영성의 '인간승리'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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