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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압구정백야'를 통해 본, '일일 드라마' 막장 논란 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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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압구정백야'를 통해 본, '일일 드라마' 막장 논란 많은 이유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2.05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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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최근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가 개연성이 떨어지는 남자 주인공의 죽음을 그리며 또 다시 막장드라마 논란의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압구정 백야'에서는 남자 주인공인 조나단(김민수 분)이 엉뚱한 사고에 휘말리며 죽음을 맞이했다. 조나단은 극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조직폭력배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벽에 머리를 부딪힌 뒤 즉사했다.

▲ [사진=MBC '압구정 백야' 제공]

당혹스러운 것은 조나단의 죽음이 극의 개연성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압구정 백야'는 조나단이 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 어떤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조나단의 죽음을 암시하는 사전 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조나단의 엄마인 서은하와 아내인 백야의 '고부간' 갈등을 심화시키려는 의도였던 것 아니냐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이번 '압구정 백야'의 황당한 출연자 죽이기 시나리오는 일일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막장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이기도 하다. 일일드라마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 호흡이 긴 일일드라마 태생적으로 막장에 빠지기 쉽다

일일드라마가 막장에 노출되기 쉬운 이유는 호흡이 길다는 태생적인 이유가 크다.

보통 일일드라마는 짧게는 4개월 길게는 6개월 가까이 (주말제외) 매일 방송이 된다. 방송되는 분량만 해도 총 100회가 가깝거나 넘는다. 당연히 드라마 대본의 '쪽대본화'가 진행될 확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워낙 호흡이 길다 보니 시청자 반응의 지표인 시청률에 민감해지고 극이 변화할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일일드라마는 시청률에 따라 첫 기획과는 다른 내용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상파 드라마 작가 김 모 씨는 "일일드라마의 경우 호흡이 길다 보니 방송 도중 시청자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시청률에 따라 대본이 급변하는 양상을 자주 보인다"고 설명했다.

▲ '압구정 백야'에서 주인공 조나단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사진=MBC '압구정 백야' 방송 캡처]

◆ 작가의 '필력'에 의존하는 일일드라마 '비용이 문제'

일일드라마는 작가의 의존도가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서 높다. 적은 제작비가 원인이다. 제작비가 미니시리즈나 주말 메인드라마들에 비해 부족하다 보니 연기파 주연배우의 수급문제, 열악한 촬영 환경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화려한 영상미 등을 갖추기 힘든 만큼 일부 유명 작가의 '필력'에 드라마의 승부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일일드라마의 막장논란 중심에 작가들이 서 있게 된 근본적 이유다.

좋은 예가 일일드라마 '아현동 마님', '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 등을 통해 막장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작가 임성한을 들 수 있다.

임성한 작가가 맡는 일일드라마 대부분은 그의 개인적 생각이나 의도 등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방송사는 '일일드라마 시청률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은 그의 필력을 전적으로 믿는 분위기다.

김 모 작가는 "일일드라마는 제작비용이 적기 때문에 연기파 주연 배우나 화려한 제작시스템을 도입하기 힘들다"며 "사실상 유명작가에 제작비를 집중하고 이들의 필력에 드라마 성공 여부를 맡기는 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유명작가 개인이 일일드라마 한편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권력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백야 (박하나 분) [사진=MBC '압구정 백야' 방송 캡처]

◆ 사전제작 시스템의 도입과 작가 마인드의 변화가 필요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일드라마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하다. 우선 미니시리즈와 일부 대작드라마에서 활용하고 있는 사전제작 시스템을 일부라도 도입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일일드라마가 사전제작 시스템을 100% 도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몇 주 치 방송분을 미리 제작하는 등의 사전제작 시스템 일부를 도입할 수는 있다. 드라마의 쪽대본을 막고 내용의 막장 성격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사들의 일일드라마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병행돼야만 한다.

또한, 일일드라마를 맡은 작가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드라마의 주인은 시청자들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개인의 성향이나 시청률만을 생각하는 삐뚤어진 내용 구성을 피해야만 한다.

이 부분들이 이뤄질 때 일일드라마의 막장 논란은 어느 정도 개선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작가는 "일일드라마의 투자와 작가의식 변화 없이는 이런 막장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시청자분들 역시 막장 일일드라마에 대한 따끔한 질책과 지적을 해주셔야만 막장 일일드라마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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