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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외국인 선수들의 진화, 용병 그 이상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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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외국인 선수들의 진화, 용병 그 이상의 가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07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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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올리기 위한 소모품은 옛말…어린 선수들 모범되는 리더십에 팀에 대한 강한 애정까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1983년 프로축구에서 시작해 1998년 프로야구가 제도를 마련하면서 한국 스포츠계에도 적지 않은 외국인 선수가 뛰고 있다. 농구와 배구 등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와 함께 아이스하키, 육상에서도 외국인 선수가 뛰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용병(傭兵)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됐다. 용병은 말 그대로 고용한 병사라는 뜻으로 스포츠에서는 돈을 주고 데려온 선수를 말한다. 용병은 곧 돈과 연결된다. 명사 용병을 뜻하는 영어단어 'mercenary'에는 '돈 버는데만 관심이 있는, 돈이 목적인'이라는 형용사 의미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단체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된 용병이라는 말 대신 외국인 선수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프로 스포츠를 거쳐간 일부 외국인 선수 중에는 돈만 원했던 '먹튀 용병'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인 선수는 팀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어쩌면 한국 선수보다 더 팀을 위해 뛰기도 한다. 외국인 선수를 바라보는 시각도 '돈을 주고 데려온 선수'가 아니라 팀의 일원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 인천 전자랜드의 리카르도 포웰은 과거 이기적인 선수였지만 주장이 된 이후 팀의 승리를 더 위하고 젊은 선수들과 함께 슛 연습을 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어린 선수들에 모범이 되는 포웰과 시몬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로 외국인 출신 주장을 맡았던 선수로는 원주 동부에서 뛰었던 자밀 왓킨스가 있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화제성에 불과했다.

현재 KBL에서는 리카르도 포웰(32)이 인천 전자랜드의 '캡틴'이다. 프로농구 사상 두번째 외국인 선수 주장이 됐다.

지난해 1월 유도훈 감독이 주장 완장을 채워준 것은 역설적으로 포웰이 '주장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기량을 너무 믿은 나머지 팀원들을 무시하는 독불장군에 가까웠다. 유 감독은 포웰에게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기면 리더십을 발휘해 팀 조직력에 녹아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적중했다. 독불장군이었던 포웰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독려하는 큰 형님으로 바뀌었다.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뛰게 됐고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도 자신이 주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지난 시즌 찰스 로드(부산 케이티)와 올 시즌 테렌스 레더처럼 다른 팀에서 악동 판정을 받았던 선수들이 전자랜드의 전술에 잘 녹아들 수 있는 것도 포웰이 솔선수범했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포웰은 "주장은 전자랜드의 모든 선수들을 공부하고 정신적인 부분까지 생각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동료들 한 명, 한 명에 대해 애정을 쏟는다"고 말했다.

김성헌 전자랜드 사무국장도 "포웰은 평소에도 차바위, 김지완 등과 함께 슛 연습을 한다"며 "그냥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실전 경기처럼 미리 자신들이 할 플레이들을 머리 속에서 그리면서 한다. 그 결과 다른 선수들의 슛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 안산 OK저축은행의 시몬은 센터 대신 라이트 공격수를 맡으면서도 성실함으로 적응에 성공했다. 또 OK저축은행의 젊은 선수들도 함께 이끄는 형님이기도 하다. [사진=스포츠Q DB]

안산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은 시몬(28)만 보면 싱글벙글이다.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성격도 순한데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는 책임감을 다하니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세진 감독은 "제주도 전지훈련 당시 휴식을 취해도 된다는데도 다른 선수들과 함께 똑같이 뛰더라"며 "원래 세계 최고의 센터이지만 그의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라이트 공격수로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칭찬한다.

실제로 시몬은 OK저축은행의 다른 선수들과 함께 행동하고 팀의 일원으로 이기는 것에만 열중한다. 또 홈경기가 끝난 뒤 댄스 뒤풀이에도 솔선수범하며 관중들에게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시몬은 그야말로 OK저축은행의 '복덩이'다. 김 감독이 주장을 맡기고 싶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쿠바 대표팀과 이탈리아 리그에서도 주장을 맡아 리더십을 증명했던 시몬은 "리더십의 중요성이 몸에 배어 있어 팀을 이끌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편이다"며 "젊은 선수들이 내게 의지하고 나 역시 선수들에게 풍부한 경험으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오랜 한국 생활, 한국인과 다름없는 선수들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34)는 어느새 국내 프로야구 최장수 외국인 선수가 됐다. 2011년부터 뛰었으니 벌써 5년차가 됐다. 두산 선수들에게 니퍼트에 대해 물어보면 "한국말도 많이 늘어서 외국인 선수라는 생각이 안든다. 리더십에 있어서는 웬만한 한국 선수보다 낫다"고 말한다.

한국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을 만큼 입맛도 많이 바뀌었다. 팀내에서는 이재우(35) 다음으로 나이가 많아 고참 역할까지 맡아 젊은 투수들을 손수 지도한다. 어린 선수들은 니퍼트를 '삼촌'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게다가 니퍼트는 두산의 탑 클래스 에이스다. 두산에서 4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올렸을 정도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다. 선발투수지만 팀이 어려우면 구원 등판도 자청할 정도다.

▲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올해로 한국에서 5년째를 맞이한다. 투수 가운데 두번째로 나이가 많고 에이스라는 점 때문에 팀내 리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니퍼트는 이웃사랑에도 적극적으로 앞선다. 니퍼트는 2013년부터 소외 계층 아이들을 직접 야구장으로 초대하는가 하면 기부에도 앞장서며 한국 선수나 다름없이 생활한다. 두산은 이런 그에게 역대 외국인 최고 연봉인 150만 달러를 안겨줬다. 지난해 38만7000 달러의 4배가 넘는 액수다.

돈은 큰 문제가 아니고 오직 K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만으로 온 선수도 있다. 전북 현대로 들어온 에닝요와 에두다. 에닝요는 전북에서 뛰다가 중국으로 건너갔고 에두 역시 수원 삼성의 일원이었다가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과 일본에서 활약했다.

이런 그들이 돈은 큰 문제가 아니라며 K리그의 문을 두들겼다. 에닝요와 에두가 갑자기 기량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모두 지난해 팀내 주득점원과 주전으로 활약했다.

처음 K리그 문을 두들기면서 전북은 난색을 보였다. 에닝요와 에두가 지난해 받았던 연봉을 맞춰줄 수가 없었다. K리그 선수 연봉 공개로 인해 선수들에게 쥐어주는 몸값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에닝요와 에두는 전북이 제시한 금액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기꺼이 녹색 유니폼을 입기를 자청했다. 협상 과정에서 최강희 감독은 이들의 태도에 감동했다.

◆ 키워 쓰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 잘되면 잭팟

아직까지 외국인 선수라고 하면 국내 선수들이 갖지 못한 기량이나 경기력을 바랄 수밖에 없다.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지 않고서는 국내 선수들과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고 비싼 몸값을 주고 데려온 보람이 없어서다.

그러나 키워쓰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도 국내 무대로 들어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팀내 사정 또는 대체 선수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의 경우처럼 유망주들을 데려와 2군에서 훈련시켜 주전으로 발돋움시키고 나아가서 다른 구단에 높은 가격으로 트레이드시키는 방법도 있다.

▲ 전북 현대에서 뛰었다가 중국 리그로 건너갔던 에닝요는 다시 전북에서 뛰고 싶다며 이전 소속팀에서 받았던 연봉보다 훨씬 적은 금액에도 돌아왔다. [사진=전북 현대 모터스 제공]

프로야구에서는 후안 세데뇨라는 선수가 있었다. 이 선수 역시 아직 기량이 완전히 가다듬어지지 않은 미완의 선수였다. 대체로 데려올 수 있는 선수가 없어 부랴부랴 급조한 선수이긴 했지만 두산에서 기량을 쌓아 뉴욕 양키스 트리플A 팀과 계약을 맺기도 했다.

V리그 여자부에서는 GS칼텍스의 에커맨(22)을 주목한다. 에커맨은 지난해 미국대학리그에서 텍사스대학교의 주공격수로 활약했던 선수로 프로 생활은 GS칼텍스가 처음이다.

에커맨은 아직 프로 초보답게 기복이 있는 편이지만 한국 무대에 점차 적응하는데다 이선구 감독의 지도력까지 더해져 성장 중이다. 이선구 감독은 물론이고 다른 팀 감독들도 "에커맨은 스펀지 같은 선수"라고 말한다. 스펀지가 물을 쏙쏙 빨아들이듯 감독의 지시와 지도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뛰어나 기량 향상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에커맨이 나이가 어려서인지 아직까지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대단하다. 훈련할 때 보면 가장 눈빛이 밝다"며 "에커맨이 성장을 거듭한다면 대형 선수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 지금도 프로에서 산전수전 모두 겪은 다른 팀 외국인 선수와 당당하게 맞서지 않느냐"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지금까지 에커맨의 활약만 보면 GS칼텍스는 잭팟을 터뜨린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모범 선수가 있었던 반면 지난해 SK에서 뛰었던 루크 스캇처럼 처음에는 팀 조직력에 녹아들었다가 이만수 전 감독에게 항명을 하고 쫓겨나듯 퇴출된 선수도 있다. 또 이기적인 선수가 있는 반면 사고를 치는 악동도 있었다. 하지만 역대 사례에서 보듯 기량은 우수한데 이기적이고 사고를 치는 선수를 보유한 팀은 그다지 성적이 좋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그동안 쌓았던 기록과 업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됨됨이와 개성까지 살펴보는 혜안이 필요할 때다.

▲ GS칼텍스의 에커맨은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처음 프로 선수로 뛰고 있다. 젊은 선수지만 이선구 감독의 지도를 잘 받아들이며 가장 성공적인 육성형 외국인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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