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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FC '황교안 사태'에 날벼락, 벌금에도 뜨끔한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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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FC '황교안 사태'에 날벼락, 벌금에도 뜨끔한 자유한국당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4.0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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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경남FC로선 최악은 면한 셈이다. 경남FC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의 경기장 내 선거운동으로 인해 벌금형 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일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연맹 상벌위원회에서 경남FC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당초 승점 10 삭감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제재금 2000만 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최근 며칠 동안 ‘경남FC’와 ‘황교안’이라는 키워드는 한국 사회에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를 앞두고 벌어졌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가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 입장해 선거 운동을 벌이는 장면. 이로 인해 경남FC는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20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사진=자유한국당 제공/연합뉴스]

 

창원성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가 현장을 찾아 선거 유세를 벌였다. 여기까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른 당 경쟁 후보들도 경기장 밖에서 자신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프로축구연맹 규정상 정당명, 기호명, 후보자명이 표기된 옷을 입을 수 없다는 사실을 경남FC는 인지하고 있었고 만약에 있을 상황에 대비했다.

문제는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와 수행원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하면서부터였다. 경기 시작 30분 전 황교안 대표와 일행이 입장권 구매 후 경기장 안으로 출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티켓을 구매하지 않은 일부 유세원들과 검표원들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어 경남FC 직원이 이 장면을 본 뒤 경기장 내 선거유세 규정에 대해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 측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주의를 묵살한 채 유세를 계속했다. 기호와 정당명, 후보자명이 적힌 상의만이라도 벗어줄 것을 당부했지만 벗는 척만 하고 다시 착용하는 등 협조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 문제는 크게 화제가 됐다. 황대표 측을 제지하지 못한 경남FC에 대한 비판도 나왔지만 주된 화살은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 측을 향했다.

 

▲ 2일 연맹의 상벌위에 참석한 조기호 경남FC 대표(왼쪽).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승격팀 자격으로 리그 2위를 차지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낼 정도로 강팀 반열에 오른 경남FC지만 규정상 승점 10을 삭감당할 위기에 몰렸다. 잘못은 황교안 대표 측이 했지만 정작 책임은 경남FC만 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축구 팬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정치권의 나몰라라 식의 선거 운동에 비판이 쏟아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연맹 상벌위는 경남FC에 대한 징계의 수위를 한껏 낮췄다.

상벌위는 경호 인원을 증원하지 않은 점, 선거운동원들의 검표와 탈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 유세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점, 장내 방송을 통해 퇴장을 요구하지 못한 점 등의 귀책사유를 따져물었다. 그러면서도 정황상 유세 활동을 제지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경남FC가 연맹의 규정 준수를 위해 노력한 점, 현장 인력으론 제대로 상황을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승점 삭감이나 무관중경기 등의 중징계가 아닌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잘못이 없다고 뻔뻔한 자세를 보이던 자유한국당도 고개를 숙였다. 민경욱 당 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경남FC 구단이 제재금 징계를 받게 된 것을 송구하게 생각하고 구단과 축구팬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2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 것에 대해 “경남FC 구단이 적극적인 조치를 성실히 수행한 점을 감안해 이 결정을 재고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급한 불 끄기에 나선 형국이다. 이번 사태는 경남FC와 프로축구구단들은 물론이고 정치권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크다. 수많은 축구 팬들을 등지지 않기 위해선 정치권에서도 각별한 주의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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