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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지, 월드컵서 4년 묵은 한풀이 해낼까?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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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지, 월드컵서 4년 묵은 한풀이 해낼까?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4.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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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민지는 훈련에서 하려는 의지가 보여 선발로 기용했다. 4년 전 부상으로 낙마한 경험이 있어 월드컵에 대한 간절함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이 오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윤덕여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6일 경기도 용인 시민체육공원 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 평가전 첫 경기를 마친 뒤 팀 첫 골을 넣은 여민지(26·수원도시공사)를 칭찬했다. 그의 간절함이 좋은 경기력으로 발휘됐다는 평가.

여민지는 아이슬란드전 0-2로 뒤지고 있던 후반 만회골을 터뜨렸을 뿐만 아니라 전반부터 페널티박스 안팎에서 위협적인 플레이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 [용인=스포츠Q 김의겸 기자] 이날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첫 골을 넣은 여민지(사진)가 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여민지는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우승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대회 8골을 넣으며 득점왕(골든부트)과 최우수선수상(골든볼)을 모두 차지했다.

하지만 그의 축구인생에 탄탄대로만 놓여있던 것은 아니었다. 4년 전 캐나다 월드컵을 앞둔 5월 능곡고와 연습경기 도중 왼 무릎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고 여자축구 국가대표 명단에서 낙마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지소연(첼시), 이민아(고베 아이낙), 조소현(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등이 여자축구 황금세대라는 평가를 받으며 두 번째로 출전했던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달성하고 3연속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에도 여민지는 대표팀 밖에서 이를 지켜봐야만 했다.

여민지가 겪은 좌절은 간절함으로 이어졌고, 올 1월 중국 4개국 친선대회를 통해 1년 9개월 만에 여자축구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루마니아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2015년 3월 키프러스컵 스코틀랜드전 이후 4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골 맛을 봤다. 

여민지는 기세를 몰아 지난달 종료된 호주 4개국 친선대회 때도 윤덕여호의 부름을 받아 아르헨티나, 뉴질랜드전 승리를 도왔다. 이번 아이슬란드와 여자축구 국가대표 평가 2연전에 다시 소집된 여민지는 1차전 스타팅 멤버로 낙점 받았고 기대에 부응했다.

전반 초반부터 페널티박스 안에서 날카로운 턴동작으로 아이슬란드 수비진에 부담을 줬고, 수시로 오른쪽 미드필더 전가을과 자리를 바꾸며 미드필더 지역으로 내려와 공격 전개에도 힘을 실어줬다. 결국 후반 8분 이금민의 패스를 지소연이 흘러주자 지체 없이 골로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윤덕여 감독은 “여민지는 부상에서 (확실히) 회복하지 못했던 점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훈련에선 하려는 의지가 보여 스타팅에 기용했고 스트라이커로서 자기 역할을 잘 해줬다. 더 이상 부상 없이 역량을 발휘해주길 바라고, 본인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5년도에 부상으로 낙마한 경험이 있어 월드컵에 대한 간절함이 있을 것”이라며 여민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여민지도 “정말 월드컵 문턱에서 부상으로 나가지 못했었다. 남은 1경기도 중요하고 남은 시간 팀으로 돌아가 리그도 소화해야한다. 피로 관리도 잘하고 부상당하지 않고 몸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월드컵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 여민지(왼쪽)의 부활은 여자축구 대표팀에도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여민지는 또 “오늘 많은 분들 와주셨는데 U-17 월드컵 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재밌었고, 팬들에게 좋은 경기 보여주려고 노력 많이 했지만 결과가 아쉽다. 다음 경기는 준비 잘해서 승리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골 장면은 지소연과 호흡의 산물이었다. 여자축구 대표팀에서 긴 공백으로 지소연과 호흡이 예전같지 않으리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장면이었다. “(지)소연 언니에게 흘리라고 사인했는데 언니가 듣지 못했는데도 알아서 흘렸다고 했다.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 골 넣어서 기분은 좋지만 팀이 승리하지 못해 아쉽다”며 골 장면을 돌아봤다.

현 여자축구 대표팀에는 장슬기(현대제철), 이금민(한국수력원자력) 등 U-17 월드컵 영광을 함께 했던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날 이금민의 도움을 받아 골을 넣은 만큼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여민지는 “어렸을 때부터 발 맞춰온 동생, 언니들이다. 월드컵 나가서 좋은 경기와 결과로 보여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당찬 포부도 곁들였다.

여민지의 부활은 여자축구 대표팀에도 기분 좋은 소식이다. 대표팀은 한동안 최전방 공격수의 무게감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지소연, 이민아, 조소현까지 내로라하는 중원을 갖췄지만 최전방의 날카로움이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17세 나이로 세계를 주름잡았던 여민지가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올릴수록 대표팀 공격의 완성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간절함을 무기로 첫 월드컵에 도전하는 여민지가 남은 아이슬란드와 2차전, 스웨덴과 최종 평가전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여자축구 대표팀 최전방을 이끌 적임자로 낙점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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