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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갈락티코' 서울 이랜드, 레알과 QPR의 갈림길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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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갈락티코' 서울 이랜드, 레알과 QPR의 갈림길 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06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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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출전경력 선수만 3명, 풍부한 경험이 무기…아직 조직력 맞추지 못한 것은 숙제

[스포츠Q 박상현 기자] K리그 신생팀 서울 이랜드 FC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팬 프렌들리 정책으로 팬과 소통하고 스킨십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만 해도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있는 서울 이랜드가 '갈락티코' 정책을 연상시키는 선수 영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이랜드는 5일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미드필더 조원희(32)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골키퍼 김영광(32)과 미드필더 김재성(32)에 이어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뛴 경력이 있는 선수만 3명을 보유하게 됐다.

이들 3명의 공통점은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출전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 2000년대 청소년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하며 '리틀 칸'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김영광은 이운재(41) 등에 밀려 A매치 출전 경험이 17경기에 그쳤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에 뽑혔다.

또 조원희는 A매치 36경기에 나섰고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에 뽑혔던 김재성도 A매치 16경기 출전 경력이 있다. 이들의 A매치 출전경기수를 합치면 69경기나 된다.

▲ 김영광(왼쪽부터), 마틴 레니 감독, 김재성이 서울 이랜드 FC의 '퍼스트 터치 2015' 행사 기자회견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광과 김재성 모두 월드컵 출전 경력이 있는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사진=스포츠Q DB]

월드컵에 나가진 못했지만 A매치 출전 경험이 있는 외국인 선수도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수비수인 카릴 미첼(28)은 22경기를 뛰었고 자메이카 대표팀 공격수 라이언 존슨(31)은 36경기에 나섰다. 이들 다섯명의 A매치 출전경험만 127경기다.

이런 기록이 K리그 클래식이라면 덧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K리그 챌린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주 상무와 안산 경찰청 등 군복무 선수들이 모인 팀을 제외하면 이런 선수들을 단 한명이라도 보유하기 힘든 곳이 바로 K리그 챌린지다. 'K리그 챌린지판 갈락티코'로 불리는 이유다.

◆ K리그 챌린지의 레알 마드리드 될 수 있는 이유

이쯤 되면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두 팀이 있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와 퀸즈파크 레인저스다. 레알 마드리드는 수많은 스타 선수들을 영입한 '갈락티코의 원조'로 불린다.

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강호로 군림하고 있지만 갈락티코 정책으로 전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스타 영입 경쟁을 벌이게 된 것도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로 인해 촉발됐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와 섣불리 비교할 수 없겠지만 서울 이랜드의 선수 영입 정책은 충분히 평가받을만하다. 김영광, 김재성, 조원희가 모두 30대에 들어섰고 기량이 전성기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풍부한 A매치 경험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이들은 서울 이랜드의 최고참들이다.

이에 대해 김영광은 "2000년대에는 내가 거의 막내였다. 독일 월드컵 당시에도 형님들을 보좌하는 '넘버3'였다"며 "어느덧 나이가 들어 이제 후배들을 이끄는 형님이 됐다. 리더십을 잘 발휘해서 서울 이랜드를 강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김영광이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퍼스트 터치 2015'에서 팬들의 환영을 받으며 그라운드에 들어오고 있다. 전남과 울산 현대, 경남 FC 등에서 뛰었던 김영광은 서울 이랜드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사진=스포츠Q DB]

김재성 역시 "주전 미드필더로서 서울 이랜드의 허리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강팀이 되려면 역시 미드필드가 강력해야 한다. 경험을 살려 후배 선수들을 잘 이끌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틴 레니 감독의 지도력도 눈에 띈다. 이미 수많은 선수들이 레니 감독의 리더십과 축구 철학에 매료돼 신생팀 서울 이랜드의 유니폼을 입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김영광과 김재성, 조원희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포인트가 신생팀인데다 K리그 챌린지라 꺼려졌지만 레니 감독의 축구철학에 대해 알게 되면서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아 입단했다는 것이다.

전성기가 조금 지났다고는 하지만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레니 감독의 지도를 받거나 그를 경험했던 미첼이나 존슨 역시 다시 부름을 받고 서울 이랜드로 들어왔다.

서울 이랜드가 데려온 선수도 '무작정 영입'이 아니다. 레니 감독이 직접 K리그를 지켜보고 자신의 전술에 맞는 선수들만 골라 뽑았다. 게다가 김영광이나 김재성, 조원희 등은 골키퍼 또는 수비를 탄탄하게 지켜주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스타라고 해서 데려온 것이 아니라 레니 감독이 지난 5개월 동안 신중을 기해 골랐다는 점은 성공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 '짝퉁 갈락티코' QPR이 될 위험성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 이랜드가 데려온 선수들이 모두 기량이 뛰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이전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선수라는 점은 마음에 걸린다.

김영광은 울산 현대에서 김승규(25)에 밀려 경남 FC로 임대됐다가 서울 이랜드로 들어왔고 김재성도 젊은 선수들 위주인 포항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김재성은 지난해 29경기에 나서 7골과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포항에 큰 힘이 됐지만 미련없이 정든 팀을 떠났다. 조원희 역시 해외 리그에서 뛰었지만 이전 소속팀에서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

▲ 서울 이랜드는 지난 5일 미드필더 조원희(왼쪽)를 영입했다. 조원희는 독일 월드컵 출전과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에서 뛴 경험이 있다. [사진=서울 이랜드 FC 제공]

이런 모습은 마치 잉글랜드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를 떠올리게 한다. QPR도 마크 휴즈 감독 부임과 구단주의 의지 속에 박지성(34)등을 데려오며 강력한 팀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제한된 영입 자금 때문에 전성기가 약간 지난 선수들을 대거 데려왔다.

결론은 실패였다. QPR은 스타 선수들을 데려와 성적을 끌어올리기는 커녕 단 한 시즌만에 강등당하며 '짝퉁 갈락티코'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을 들어야 했다.

이유는 한 팀으로 뭉쳐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타 선수를 데려와 팀을 구성했지만 잡음이 많았다. QPR의 터줏대감이었던 조이 바튼 같은 선수는 말썽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임대를 보내버려 구심점을 스스로 걷어찼다.

취약한 수비진과 함께 자신이 최고라며 따로 노는 공격진 때문에 휴즈 감독은 얼마 가지 못하고 경질됐다. 해리 레드냅 감독이 부임하면서 데려왔던 선수들 대부분은 기량이 떨어진다며 출전을 제한시켜 실패를 자인했다.

서울 이랜드도 위험성이 농후하다. QPR과 단순 비교할 수 없겠지만 서울 이랜드도 아직까지 구심점이 없다. 김영광, 김재성, 조원희 가운데 한 선수가 팀내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데 창단팀이다보니 아직까지는 리더십을 발휘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또 조직력을 맞출 시간도 부족하다. 레니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팀도 훈련을 8주 이상을 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지금은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오랜 역사로 이어져 연속성이 있었기 때문에 두달 이상 훈련하지 않아도 충분히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서울 이랜드는 아직 공식경기도 치러보지 않았다. 8주의 시간이 짧게 여겨지는 이유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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