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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와 대중음악의 행복한 동행 ⓶ 브론슨 아로요, 잭 맥도웰, 스캇 스피지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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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와 대중음악의 행복한 동행 ⓶ 브론슨 아로요, 잭 맥도웰, 스캇 스피지오 그리고...
  • 김신일 음악평론가
  • 승인 2015.02.07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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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김신일 음악평론가] 지난 2012년 세상을 떠난 미국의 야구 전문가 워너 퍼셀은 19세기 후반부터 100여 년 동안 미국 내에서 발표된 야구 관련 노래가 1000여 곡 이상이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중에서도 1908년 잭 노스워스와 알버트 폰 틸저가 작곡한 '나를 야구 경기에 데려가 주오'(Take Me Out to the Ball Game)는 야구를 대표하는 곡이 됐다.

이 노래처럼 야구의 역동성에 대중음악의 흥이 더해져 오늘날의 미국 프로야구가 형성됐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미국 내 분위기 때문일까? 음악적 소질과 재능을 타고난 메이저리거들도 적지 않았다. 야구팬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메이저리거 뮤지션을 더 찾아봤다.

브론슨 아로요(Bronson Arroyo, 1977~ 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투수)

▲ 회오리치듯 실밥이 두른 야구공은 던지거나 치는 선수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무수한 변주곡을 만들어낸다. 여섯 줄의 현과 핑거 보드 위의 프렛으로 이뤄진 기타 역시 연주자도 생각지 못한 무한의 음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손끝의 미세한 감각과 만나 때로는 오묘하고 때로는 열정적이고 때로는 신비한 음의 파노라마를 창조한다. 이런 점에서 야구와 기타는 꽤 닮았다. [사진= 김신일 제공]

브론슨 아로요는 1995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한 후 5년이 지난 2005년 메이저리그에 정식 데뷔했다. 클리블랜드 시절의 추신수는 그의 천적이었다. 14타수 8안타(4개 피홈런) 1볼넷을 허용하며 추신수에게 맥을 추지 못했다.

아로요는 탈삼진을 잡으며 타자를 윽박 지르는 유형의 투수라기 보다는 하이키킹의 부드러운 피칭 메커니즘을 보유한 전형적인 '피네스 피처'(Finesse Pitcher - 빠르고 강하게 던지는 것이 아닌 구속의 변화와 로케이션, 타자와의 수싸움등을 잘하는 기교파 투수)에 속한다.

그는 초기 피츠버그 시절의 저조한 성적을 뒤로하고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후부터 전성기를 보내기 시작한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단 2회(각각 9승)를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리수 승수를 기록하는 등 현역 통산 145승을 올리며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

그는 23세가 되던 마이너리그 시절, 클럽하우스 직원에게 기타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면서 록의 세계로 빠지게 된다.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경기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기타와 노래로 해소한다고 한다.

ESPN의 유명 야구 칼럼니스트인 '피터 개몬스'가 2004년 주최한 라이브 콘서트에 참가하게 되면서 그의 음악적 소질이 공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데뷔 앨범인 '베이스를 커버하며'(Covering the bases)를 발표하게 된다.

특히 이 앨범에서 '스탄 델스'의 '더러운 물'(Dirty Water)을 편곡하여 수록했는데 이 곡은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가 승리할 때마다 홈구장에 울려 퍼지는 '승리의 노래'였다.

이 노래는 팀 동료인 '자니 데이먼', '케빈 유킬리스', '레니 디나르도' 등이 세션으로 참여하여 팀 동료와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으며, 당시 레드삭스의 단장이었던 '테오 엡스타인'이 객원 기타리스트로 앨범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타와 노래없이 야구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그의 말에서 음악과 야구의 공고하고도 밀접한 교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추천곡]

http://www.youtube.com/watch?v=kMxKuq28rPA

잭 맥도웰 (Jack Burns McDowell 1966~ 전 애너하임 에인절스 소속 투수)

▲ 야구공의 반발력은 내야와 외야를 넘어 홈런의 비거리와 관중의 환호를 만들어 내고, 스피커의 증폭 능력은 음의 확장과 관객의 즐거움을 탄생시킨다. [사진= 김신일 제공]

1987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한 잭 맥도웰은 초기 3년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1990년에서 1996년의 기간 동안 모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룩했고 1993년에는 22승(10패)으로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까지 수상한 정통 좌완투수다.

그의 전성기 중 96년과 97년, 각각 뉴욕 양키스와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후 1998년과 1999년, 애너하임을 끝으로 통산 127승 달성과 12년 야구인생의 마침표를 찍게 되는데, 그는 야구보다 음악에 더 심취한 대표적 주자로서 은퇴 후에도 그 재능의 명맥을 이어가게 된다.

잭 맥도웰은 얼터너티브 록 밴드인 '스틱 피겨'(Stick figure)의 리더로서 1994년에 제작된 데뷔앨범으로 공연활동과 운동을 겸업했는데, 은퇴시기인 1999년에 본격적으로 밴드활동에 전념하면서 2002년에는 2집 앨범인 '왕의 원숭이'(Apes Of The Kings)를 발표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음악이 내 인생의 궁극적 목표' 라는 그의 말....

단순한 취미가 아닌, 야구의 에너지 원 이상으로 음악에 가치를 두고 인생 목표의 지표를 세우며 실천하는 모습에서 그의 멋진 인생관을 느끼게 한다.

[추천곡]

https://www.youtube.com/watch?v=gyLmVWSLhqY

◆ 그외의 음악을 사랑했던 메이저리거들

▲ 야구공은 묵직하고 딱딱한 느낌이지만 투수의 손을 거치면서 섬세한 유기체로 탈바꿈한다. 아무리 육중하고 웅장한 음도 헤드폰을 만나면 귀를 간지럽히는 리듬으로 변한다. [사진= 김신일 제공]

이밖에 '스캇 스피지오'(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내야수, 2007년 은퇴)도 자신의 동생과 만든 록밴드 ‘샌드 프로그’(Sand Frog)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그는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후 홈 구장 근처와 할리우드에서 자축 공연을 갖기도 했다. 그는 현역 메이저리거로서 샌드 프로그를 이끌며 오프시즌 동안 왕성한 음악활동을 하곤 했다.

지금은 전설이 된 '빅유닛' 랜디 존슨(2009년 은퇴)은 과거 오프시즌 때 드럼연주로 취미활동을 하기로 유명했고,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낼 때 그의 도우미로 활약했던 갈기머리의 마이크 피아자 역시 록 마니아로 유명하다.

피아자는 '오지 오스본' 밴드의 유명한 기타리스트인 잭 와일드가 따로 만든 '블랙 라벨 소사이어티'(Black Label Society)의 앨범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외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의 동기이기도 했던 스캇 래딘스키(불펜투수, 2001년 은퇴)는 '텐 풋 폴(Ten Foot Pole)', '풀리(Pulley)'라는 펑크밴드를 거치며 여러 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kimshinil-_-@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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