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9:12 (목)
[인디레이블탐방](9) 롤링홀 20주년 '킹 오브 록' 공연 1세대 최고 밴드들의 '전설'을 봤다
상태바
[인디레이블탐방](9) 롤링홀 20주년 '킹 오브 록' 공연 1세대 최고 밴드들의 '전설'을 봤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2.07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최대성 기자]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야심 차게 기획 중인 인디레이블 탐방 9번째 순서는 대한민국 1세대 록밴드 공연 '킹 오브 록' 현장방문기다.

지난 31일 열렸던 킹 오브 록 공연은 대한민국 인디신의 살아있는 공연 성지 롤링홀의 2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총 네 개의 밴드가 전설로 지목돼 열띤 공연을 펼쳤다.

▲제로지

◆ 오프닝 제로지 '킹 오브 록'의 막내

오프닝 무대는 제로지가 꾸몄다. 제로지는 지난 1987년도에 결성된 5인조 밴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1세대' 언더그라운드 록그룹이다. 이들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중반까지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헤비메탈을 주도했다. 이날 킹오브 록 공연의 막내이기도 했다.

제로지는 무대 위에 오르자 롤링홀 20주년에 대한 소감부터 전했다. 리더 김병삼은 "롤링홀 처음 생겼을 당시 토이박스로 첫 무대를 제가 했죠. 20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지금은 최고가 됐죠."

첫 멘트가 끝나자 제로지는 준비해온 40분간의 공연을 시작했다. 김병삼의 독특한 음색이 돋보이는 '익사이팅 게임'을 시작으로 '리프로덕트맨', '지쳐버린 마음', '나이트 워커' 등을 연달아 불렀다.

▲ 제로지

특히 테크노피아와 백인 블랙의 노래가 나오는 부분에는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앙코르"를 연호했다. 이를 무시할 수 없던 제로지는 하이웨이 투헬을 앙코르곡으로 불렀고 기다린 관객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겼다.

김병삼은 마지막 멘트에서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바랍니다. 솔직히 언더그라운드신은 지금이 더 힘들어요. 음악이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죠. 이런 현실 속에서 롤링홀은 고마운 연결 통로죠."

"이런 무대에 우리가 '킹 오브 록'이라는 타이틀로 서게 돼 가문의 영광입니다."

▲ 블랙신드롬

◆ 블랙신드롬 이들의 무대는 말 그대로 헤비메탈이었다.

오프닝 제로지의 무대가 끝난 후 이어진 무대는 대한민국 헤비메탈의 상징과도 같은 밴드인 블랙신드롬이었다.

블랙신드롬은 말이 필요 없는 실력파 밴드다. 지난 1988년 1집 앨범 '파탈 어프랙션'(Fatal Attraction)을 내놓고 대한민국 록음악사에 역사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박영철(보컬), 김재만(기타), 최영길(베이스), 히데끼 무리 우치(드럼)…. 대한민국 록음악 팬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멤버들이 모두 모여 완성한 밴드다.

특히 보컬 박재만의 강렬한 목소리와 가창력은 물론이고 김재만의 뛰어난 연주 실력은 여전히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데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 블랙신드롬

이들은 이날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화려한 무대를 꾸몄다. 7시 50분부터 8시 30분까지 이어진 무대에서 블랙신드롬은 프리드 더 파워(fleed the power)시작으로 부두차일드(voodoo child), 페이스오브 록(faith of rock), 기브 잇 업(give it up) 등 총 6곡의 히트곡 무대를 이어갔다.

박영철은 "롤링홀은 신촌 '롤링 스톤즈'란 이름의 작은 클럽으로 시작했었죠. 당시 우리는 투덜거리면서 출연했어요.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죠. 하지만 두 형제는 열심히 해서 이 홀을 일궜고 기획사도 하면서 후배들도 키우고 잘하고 있습니다. 너무 자랑스럽습니다"라며 롤링홀 20주년에 대한 감회를 남겼다.

본인들의 음악적 계획도 밝혔다. 박영철은 "다음 롤링홀 공연에 신보를 낼 계획입니다"라며 새 앨범 계획을 공개했다. 특히 박영철은 "누군가 우리의 음반을 내주지 못한다는 핑계로 앨범 활동을 안 하는 것은 창피한 것이죠"라며 본인들이 가진 음악적 철학 역시 공개했다.

블랙신드롬의 이런 모습은 단연 대한민국 최고의 헤비메탈 밴드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터프하고 직설적인 무대였다.

▲ H2O

◆ 고급스러운 무대를 일궜다 'H2O'

세 번째 '킹 오브 록'의 주인공은 H2O(에이치투오)다. 김영진(베이스), 장혁(드럼), 김준원(보컬), 타미김(기타)으로 이뤄진 H2O는 지난 1986년 싱글 '멀리서 본 지구'로 록음악 계에 데뷔해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킹 오브 록 행사에서 이들이 록의 전설로 선정된 이유는 간단하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한국 록의 전성기를 대변하는 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 모든 음악이 대중성을 갖추고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이런 평가답게 무대도 화려했다. 지난해 11월 발매한 신곡 '안개 도시'를 시작으로 '방황의 모습은', '왓스 업'(WHAT'S UP), '유혹', '별', '걱정하지 마', '컴투투게더'(COME TO TOGETHER), '오늘 나는' 등의 히트곡 퍼레이드를 펼쳤다.

▲ H2O

사실 이 날 '킹 오브 록' 공연에서 H2O는 유일하게 메탈을 하지 않는 밴드였다. 하지만 가장 대중적인 느낌의 록음악을 통해 메탈의 강렬한 사운드와 퍼포먼스 못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최고 밴드의 자존심을 세웠다.

김준원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해 "오랜만에 메탈브라더스들과 무대에 섰습니다. 누가 되지 않을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귀를 쉬어간다고 생각하고 들어주세요"라며 메탈의 강렬한 비트 못지 않은 자신들만의 한국형 록음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한참을 뜨거운 무대를 보여준 H2O는 롤링홀에 대한 마지막 소감도 남겼다.

"롤링홀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록은 죽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 블랙홀

◆ 이날 최고의 밴드를 말하라면 단연 블랙홀이었다.

블랙홀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록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슈퍼 밴드다.

주상균(보컬, 기타), 정병희(베이스), 이원재(기타), 이관욱(드럼)으로 이뤄진 블랙홀은 지난 1989년 1집 앨범 '미라클'을 통해 데뷔했다.

이후 '깊은 밤의 서정곡'을 시작으로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대한민국 최고 록밴드 중 하나로 올라섰다. 특히 지난 2006년에는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앨범상과 최우수 록 싱글 상을 받으며 최고 밴드로서 평가를 받았다.

이날도 블랙홀은 최고 밴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발표한 앨범 수록곡 '유니버스'를 시작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진격의 망령', '라이어', 메탈과 전자음악을 섞은 '더프레스 더프레스' 등 신곡 위주의 무대를 펼쳤다.

▲ 블랙홀

데뷔 27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블랙홀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신곡 무대를 보여준 것이다. 주상균의 여전한 목소리와 기타 실력은 열렬한 박수를 받을 만했다.

관객들도 이런 블랙홀이 선보인 마지막 무대에 홀딱 빠져들었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 연주하는 한 소절 음악마다 환호가 계속 이어졌다.

특히 블랙홀을 상징하는 히트곡 '깊은 밤의 서정곡' 무대에서는 많은 관객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감동의 시간을 가졌다.

주상균은 "롤링홀 20주년은 뜻깊은 날입니다. 그래서 엔딩 무대는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부담이 되니까요. 하지만 마지막을 우리가 하게 됐네요. 이곳 롤링홀은 우리의 자리입니다. 음악팬과 뮤지션들이 지켜온 자리죠"라며 롤링홀의 가치와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래서 우리는 롤링홀을 끝까지 지키고 더욱 발전시킬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라며 롤링홀이 영원히 대한민국 록음악을 발전시킬 중추로 거듭나갈 기원했다.

이처럼 블랙홀은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최고의 무대로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 블랙홀

[취재 후기] 이번 '킹 오브 록' 공연은 특별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록음악을 있게 한 1세대들의 조명이자 최고 수준의 무대를 보여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그래서 든든했다. '1세대 강력한 레전드 밴드들이 이렇게 버티고 있는데 대한민국 록음악계가 두려울 일이 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록음악은 죽지 않았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