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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는 열정' 만년후보 한지현의 살신성인 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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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는 열정' 만년후보 한지현의 살신성인 디그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2.09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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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전 세트 후반 맹활약으로 주전 공백 메워…PO 진출 희망 이어간 흥국생명

[스포츠Q 이세영 기자] 팀이 잘 나갈 때보다는 위기 때 승리를 이끄는 선수가 더욱 빛나는 법이다.

더 이상 물러난 데가 없는 벼랑 끝에서 백업 선수가 주전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쳐 주목을 끈다.

인천 흥국생명이 플레이오프 진출의 실낱같은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던 원동력은 수비였다. 고비마다 나온 거미줄 수비가 위기에 몰린 팀을 살렸다.

김동광 MBC스포츠플러스 농구 해설위원이 서울 삼성 감독 시절 "수비는 열정이다"라고 말했던 대목이 떠오른 경기였다. 흥국생명의 열정 넘치는 수비 중심에는 백업 리베로 한지현(21)이 있었다.

▲ 한지현이 8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제공]

◆ 세트 후반 연속 디그로 미친 존재감

8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선발 리베로 자리에 한지현을 넣었다. 장염 증상이 있는 김혜선의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GS칼텍스전부터 결장한 김혜선은 3경기 연속 코트에 서지 못했다.

앞선 2경기에서 승점 2밖에 추가하지 못한 흥국생명은 3위와 격차가 벌어져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3위 IBK기업은행과 격차는 승점 10. 이날마저 패한다면 사실상 백기를 들어야 할 상황이었다.

이때 프로 3년차 백업 리베로 한지현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8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10경기 30세트 출장에 그쳤지만, 앞서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한 것이 경기 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줬다. 몸을 날리는 디그와 안정적인 리시브를 펼친끝에 디그 성공률 81%(17/21), 리시브 성공률 37.5%(3/8)를 기록했다.

특히 세트 후반 접전 상황에서 집중력이 빛났다. 1세트 23-22 리드 상황에서 채선아와 김유리의 공격을 받아낸 그는 팀의 득점을 이끌었고 2세트 25-24에서도 김희진의 오픈 공격을 루크의 유효 블로킹이 걸린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연결했다.

이뿐 아니었다. 3세트 24-20에서는 김희진의 강스파이크를 몸을 뒤로 젖히며 잡아낸 뒤 김유리의 블로킹 때는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어택 커버를 했다. 뒤이은 김희진의 블로킹도 걷어올린 한지현은 루크의 공격 득점을 이끌어내며 경기를 끝냈다.

2세트 24-19에서 방심하다 24-24 동점을 허용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이날 한지현은 자신이 주전 리베로로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경기를 통해 보여줬다.

▲ 컨디션을 회복한 한지현(사진)-이재영의 리시브 라인을 구축한 흥국생명은 남은 경기에서 더욱 끈끈한 수비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사진=스포츠Q DB]

◆ 한지현-이재영 라인으로 마지막 기회 노리는 흥국생명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낸 흥국생명은 남은 8경기에서 희망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외국인 공격수 루크의 컨디션이 회복한 점도 고무적이지만, 무엇보다 수비가 견고해진 것이 이날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흥국생명 수비의 두 축인 한지현과 루키 이재영이 잘 버티면서 팀에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연패를 당했을 때 서브 리시브가 좋지 않았던 이재영은 발전한 것이 눈에 확 띌 정도로 견고한 수비력을 자랑했으며, 김혜선에 비해 발이 느렸던 한지현도 한층 빠른 몸놀림을 보여줬다.

하지만 의욕이 앞선 나머지 서로 동선이 겹치는 부분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 수비를 할 때 몸이 부딪치는 것은 사전에 수비 패턴에 대한 약속이 되지 않았거나 콜 플레이가 미숙한 것을 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남은 시즌을 통해 경험을 더욱 쌓는다면, 한지현-이재영이 버티는 수비 라인은 올 시즌보다 더 굳건해질 공산이 커 보인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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