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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LG 특급' 윌슨 붕괴, 두산베어스 김태형 '신기' 혹은 '치밀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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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LG 특급' 윌슨 붕괴, 두산베어스 김태형 '신기' 혹은 '치밀한 분석'?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5.03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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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 번 맞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웃음)

김태형(52) 두산 베어스 감독이 경기 전 밝힌 타일러 윌슨(30·LG 트윈스) 공략법이다. 결코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만큼 올 시즌 윌슨은 난공불락이었지만 김 감독의 발언이 놀랍도록 들어맞으며 마치 예언처럼 변해버렸다. 

윌슨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시즌 4차전(스포티비 생중계)에 선발 등판했다. 잠실 라이벌의 자존심을 건 어린이날 시리즈의 선발 주자로 나섰지만 LG의 기대감은 산산조각이 났다. 윌슨은 피홈런 등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4회에만 5실점했다.

 

▲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왼쪽)이 3일 두산 베어스전 4회말 허경민(가운데)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시즌 이 경기 전까지 윌슨은 리그 최고 투수였다. 7경기에서 47⅔이닝을 소화하며 단 3실점만 한 그는 4승 평균자책점 0.57을 기록하고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전 “한 번 맞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달리 뚜렷한 공략법이 없다는 것. 이어 “작년에도 좋았다. 코너워크도 잘 된다. 타자들이 타석을 옮기는 게 효과적일 수 있지만 변화를 주는 것에 어려움을 표한다”고 설명했다.

삼진은 많지 않지만 공격적인 투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고 빠른 승부로 범타를 이끌어내 최다이닝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닝당 주자 허용(WHIP)은 0.82. 이닝 당 주자 1명도 내보내지 않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었다. 이 부문도 단연 1위.

그러나 정말 김태형 감독의 말처럼 흔들릴 때가 됐던 것일까. 윌슨은 올 시즌 자신의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1회말엔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잘 마쳤지만 2회 오재일에게 빗맞은 중전 안타, 박세혁에게 1루수 키를 넘어가는 큰 바운드의 우전 안타를 맞으며 급격히 흔들렸다. 국해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무사 만루에 몰렸고 오재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도 김재호에게 또다시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잡아내지 못하고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밀어내기를 허용했다.

 

▲ 올 시즌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윌슨이 두산 타자들에 공략 당하자 답답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회 상위 타선을 잘 막아냈지만 4회 결국 무너졌다. 박세혁에게 좌중가을 가르는 대형 2루타를 맞은 윌슨은 국해성에게도 연속 안타를 맞았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속구가 연이어 통타를 당했다. 오재원에게 다시 삼진을 잡아냈지만 2회와 마찬가지로 김재호 앞에서 흔들렸다. 가운데로 향한 속구를 공략당해 우중간 1타점 적시타를 맞아 실점이 2로 늘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1사 1,2루 톱타자 허경민을 상대로 볼카운트 1-1에서 던진 몸쪽 커브가 제대로 걸렸고 타구는 좌측으로 높게 날아가더니 담장을 넘어갔다. 페르난데스에게 던진 슬라이더까지 안타로 연결됐고 제구가 잘 된 낮은 커브까지도 박건우의 기술적인 타격으로 안타로 연결됐다.

4회에만 5실점. 올 시즌 7경기에서 3자책점, 총 실점이 8점에 불과했던 윌슨은 4회까지 무려 6점을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리그 유일의 0점대 평균자책점 투수였지만 순식간에 1.56까지 치고 올라가게 됐다.

그렇다면 정말 윌슨이 맞을 때가 됐다는 김태형 감독의 신기가 적중한 것일까.

공교롭게도 윌슨이 이날 맞은 11개의 안타 가운데 무려 8개가 속구(포심, 투심 패스트볼)였다. 김태형 감독의 ‘신기’보다는 속구를 공략하는 전략이 적중하자 당황한 윌슨이 급격히 흔들렸다고 보는 편이 논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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